병산읍지 편찬약사 (조갑상 소설집)

병산읍지 편찬약사 (조갑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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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갑상 소설집 『병산읍지 편찬약사』.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여년 동안 세권의 소설집과 한권의 장편소설만을 발표한 과작의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2009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발표된 작품들이 묶였다. 탄탄한 구조 안에 존재론적 고독과 둔중한 근현대사를 주로 담아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역사 속의 개인을 집요하게 조명하며 묵묵히 시대를 증명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 천착해온 소재인 ‘보도연맹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을 포함하여,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이어지는 삶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으로 “이전보다 더 냉정하고 엄격하게 역사를 상대한다.”(해설, 양경언)
저자

조갑상

저자조갑상(曺甲相)은1949년경남의령에서태어났다.198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혼자웃기」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다시시작하는끝』『길에서형님을잃다』『테하차피의달』,장편소설『누구나평행선너머의사랑을꿈꾼다』『밤의눈』이있다.2003년요산문학상,2013년만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해후
물구나무서는아이
병산읍지편찬약사
봄,그리고여름까지
위로
내사랑냉온장고
목구멍너머
패가뭔지는몰라도

해설ㅣ양경언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산소조차쓰지못한죽음도새겨야했다”
2013만해문학상수상작가조갑상의신작
근현대사를묵직하게껴안고시대를증명하는단편들


장편소설『밤의눈』으로“비극적인분단한국사의핵심을파고들어역사적진실과개인의내면을생생하게되살렸다”는찬사를받으며2013년만해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조갑상의신작소설집『병산읍지편찬약사』가출간되었다.1980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이후30여년동안세권의소설집과한권의장편소설만을발표한과작의작가가5년만에내놓은신작으로,2009년부터올해여름까지발표된작품들이묶였다.탄탄한구조안에존재론적고독과둔중한근현대사를주로담아온작가는이번소설집에서도역사속의개인을집요하게조명하며묵묵히시대를증명하는작품들을선보인다.오랜시간천착해온소재인‘보도연맹사건’을둘러싼인물들을포함하여,과거와화해하지못하는자리에서이어지는삶을집요하게추적하는작가는이번소설집으로“이전보다더냉정하고엄격하게역사를상대한다.”(해설,양경언)

“반공,반공,또반공”의비극
보도연맹은해방이후좌익쪽에서활동한사람들을전향시키기위해1948년에만들어진교화단체로,이승만정권아래좌익과는무관한사람들까지가입시키며30만명규모로까지확대되었다.1950년한국전쟁이발발하자이른바‘빨갱이’를색출하기위한예비검속이라는이름아래군경이비무장민간인들을포함,보도연맹에가입된사람들을대대적으로학살한일을‘보도연맹사건’이라고한다.사건발생이후에도계속된좌우대립과군부정권의사건축소,은폐작업으로피해자가빨갱이,사상범으로낙인찍혔으며피해자에대한보상이나진상규명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았던현대사의대표적인비극이라고할수있다.
작가스스로“애도불가능한죽음”이라고명명한보도연맹사건은소설가조갑상에게가장중요한테마이자작가적의무라고할수있다.마치오랜시간긴애도를하듯이여러작품에서이주제를변주해온작가는이번소설집에서도보도연맹사건과관련된여러층위의삶을각기다른시간대에서조명하는방식으로“어떤이들에겐살아있는진실이었을이사건을삶의원체험자체로”살리며“가장추상적인사유체계라할법한이데올로기의동기들이실은얼마나구체적으로생의갈피를뒤흔드는지예민하게잡아”(해설)챈다.
『병산읍지편찬약사』에서보도연맹사건은처형을앞둔보련원들이탄차에장인을태워보낸박영감의이야기(「해후」),아버지를잃고오히려반공에대한강박만생긴채열성적인극우보수가되어결국정치이야기를하다가홧김에죽어버린김영호씨의이야기(「물구나무서는아이」)등에서직접적으로소환된다.특히표제작「병산읍지편찬약사」는보도연맹사건을병산이라는지역의읍지편찬과정을통해정면으로그린작품이다.읍지편찬위원회로부터읍지의역사부분편찬을의뢰받은주인공‘이규찬교수’는초고를작성하면서과거보도연맹사건을겪었던지역으로서의병산을부각시키지만편찬위원회는“좌빨글싣는”(「병산읍지편찬약사」71면)다는혐의를피하기위해서보도연맹사건에대한기록자체를줄여달라고요구한다.소설은이교수가해당내용을스스로검열하고고치려고노력하는장면을적나라하게보여주며과거의일을올바르게기록하고기억할의무를지닌한개인이자역사학자로서의고민을낱낱이드러낸다.

이규찬교수는진작부터가슴에치민스스로를향한화를죽이며줄이그어지고화살표와줄바꿈표등자기만이아는교정부호들이어지러운글을처음부터다시읽어보았다.전후맥락이끊어져다시써야할지점에표시를해가다희생자숫자와조사기관대목에눈길이머물렀다.‘1차조사는’에서부터‘과거사정리위원회에의해조사가광범위하게이루어졌다’까지모두삭제할수있겠다싶은생각이슬며시달려들었다.아니지,그는고개를흔들었다.그런데마음보다손이성급하게유족회결성과합동묘파괴가담긴문장을지우고있었다.그는깜작놀라연필을내던지고일어났다.
“이런,제기랄!”(「병산읍지편찬약사」84면)

결국이교수는읍지편찬에서손을떼고읍지는보도연맹사건에대해한문장의기록만을남기고발간된다.이교수의초고와최종적으로읍지에실린글이소설앞,뒤에제시되며보도연맹사건서술이극적으로축소된모습이적나라하게드러나게되고,소설은지역국회의원및정재계인사들이함께한떠들썩한해단식으로마무리된다.이“서늘한결말”을통해작가는“역사에서범해진사건들을과연누가책임질수있”는가하는묵직한질문을던지며“현재보도연맹사건에대한의미화가누구에의해,어떤방식으로이루어지는지”(해설)를돌아보게한다.

어떻게우리는주어진삶을계속할것인가?
‘격변의한국현대사’는과거어느시기에대한수식으로단정할수는없고,특정한과거의비극적인사건에만국한된것은아니다.“역사가승인하지않는삶”을예민하게포착하는조갑상의소설은과거로부터파생된현재에우리가기억해야할얼굴과목소리를짚어낸다.
셋째딸의결혼식,지인의초대로방문한집회기록사진전,노전대통령의영결식을한번에조명하여역사의흐름을만드는개인의존재를발견하는‘그’의이야기(「봄,그리고여름까지」),자녀의진로문제로세대갈등을느끼는‘김정태’의이야기(「목구멍너머」),아버지와함께외출을하며이미손자까지있는자신의나이듦과아버지의나이듦을함께받아들이게되는‘김영감’의이야기(「위로」)등에서엿볼수있듯작가는기성세대로서자신이절감하는사회적인갈등을특유의시선으로담아내며“지나간시간과다양한경로로연결된현재의삶”을직시한다.특히소설집전반에서보여지는“더말하지않”는결말은“우리가알고있는것이전부가아닐수있다”는인식과함께“지금만이전부가아니라는인상을”주는데,이는섣부른화해를피하고여전히이어지는삶한가운데를응시하는방법으로역사와시간을다루려는작가의미더운고집이다.
조갑상을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에대해속단하지않고,어딘가에반드시존재하는삶을겹겹으로신중하게조명하는것으로역사에대한책임을다한다.이는쉽사리말할수없는비극을오랫동안직시해온작가만이가질수있는경륜일것이며한편으로는“인간의삶을소설이지지하는방식”(해설)이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조갑상의소설은지금여기에서,그무엇보다엄격하게역사를상대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