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황정은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황정은 연작소설)

$15.00
Description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황정은이 건네는 우산!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d》라는 제목으로 다시 선보이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웃는 남자》, 《문학3》 웹 연재 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릴 적 친구인 도도와 재회한 디디. 지난 시절 도도에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던 기억을 계기로 친밀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단편 《디디의 우산》에서 비롯된 작품 《d》에서 디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번 신작 ‘dd(디디)’의 죽음 이후 자신 또한 죽음과도 같은 날들을 보내던 ‘d’(전작 단편의 도도)는 청계천 세운상가에서의 물류 일이라는 고된 노동의 하루하루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던 그는 세운상가에서 수십 년간 음향기기 수리를 해온 여소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딛는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화자 ‘나’는 구두회사 직원이자 완성하지 못한 열두 개의 원고를 지닌 작가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체육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동갑내기 서수경과 20년째 함께 사는 중이다. 두 사람이 고교 졸업 후 재회해 인연을 키우게 된 계기는 1996년 이른바 ‘연대 사태’가 벌어진 연세대 안에서의 일이다. 서수경의 생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열 계획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비극을 목격한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광장으로 거리로 나선다.

1996년의 연세대, 2008년의 ‘명박산성’, 2009년의 용산, 2014년부터의 애도와 분노의 현장, 이윽고 2016년 겨울 수백만 촛불의 물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나’는 이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판결의 순간을 서수경, 그리고 동생, 조카와 함께 지켜본 뒤 이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오후를 맞는다. 많은 사람이 혁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끝내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여전히 도외시하고 있음을 말하는 작품의 결말은 전율적이다.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하는 연작 성격의 이들 작품을 통해 저자는 변한 것처럼도 보이고 변하지 않은 것처럼도 보이는 지금 세상에서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마음, 서로가 서로에게 우산을 씌어주는 일이야 말로 혁명을 가능케 하는, 혹은 혁명 그 자체의 면모임을 이야기한다.
수상내역
- 2019년 제34회 만해문학상 수상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황정은

소설집『일곱시삼십이분코끼리열차』『파씨의입문』『아무도아닌』,장편소설『百의그림자』『야만적인앨리스씨』『계속해보겠습니다』,연작소설『디디의우산』등이있음.한국일보문학상,신동엽문학상,대산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등수상.

목차

「d」
「아무것도말할필요가없다」

출판사 서평

“나의사랑하는사람은왜함께오지않았나”
오랜이야기의끝,혹은새로운시작
이야기는황정은작가가2010년발표한단편「디디의우산」(『파씨의입문』,창비2012)에서비롯되었다.어릴적친구인도도와재회한디디는지난시절도도에게빌린우산을돌려주지못했던기억을계기로도도와친밀해진다.두사람은생활의무게가버겁지만함께하는삶이있어행복하다.그러나2014년작단편「웃는남자」(『아무도아닌』,문학동네2016)에이르러디디는갑작스러운죽음을맞는다.
이번신작『디디의우산』에서이들이야기를직접적으로받아안은작품은「d」이다.‘dd’의죽음이후자신또한죽음과도같은날들을보내던‘d’(전작단편의도도)는청계천세운상가에서의물류일이라는고된노동의하루하루속으로침잠한다.그러던그는세운상가에서수십년간음향기기수리를해온‘여소녀’와의만남을계기로조금씩다시세상속으로발을딛는다.여소녀또한근대화의영욕이담긴상가의풍경속에서자신과주변의삶을돌아본다.

이봐.
여소녀는식사할때식탁으로사용하는JBL스피커를가리켜보였다.
이거나먹고가.
허벅지높이의스피커에울퉁불퉁한알루미늄쟁반이놓여있었고d가나타나기직전에배달된짜장그릇이그위에있었다.여소녀는수화기를들고동해루로전화를걸었다.나짜장하나더갖다줘.전화를끊고하던작업을마치기위해작업대를향해앉았다.(73~74면)

“사람들은오늘을어떻게기억할까”
새롭게‘혁명’을말하는소설

다시소설을써야겠다고스스로를몰아붙였을때내게는누군가의죽음외에는생각할수있는것이없었고그걸어떻게든소설로쓰지않으면소설쓰는일이여태와는다른방식으로아주어려워질거라는직감이있었다.종래내가가진것중에무언가가심각하게파괴된것처럼종래내가쓴소설중무언가가파괴될필요가내게는있었고나는「디디의우산」을선택했다.「디디의우산」을선택한이유는디디가혁명,이라고말했기때문이었다.(‘작가의말’중에서)

이전단편들에서어느책제목에적힌‘혁명’이라는단어를자신도모르게입밖으로발음한뒤조금은놀라고재미있어했던dd.「d」에서d는dd의유품중그책을발견하고서원주인을만나러종로에나갔다가광장의목소리와그반대편의차벽을마주한다.“혁명을거의가능하지않도록하는혁명”이도래했다고생각하는d에게“넓고어둡고고요하게정지”된듯했던그밤은,그러나여소녀의오디오속진공관에서섬뜩할정도로뜨거운열기로다시체험된다.
그렇게dd의존재가촉발한‘혁명’이라는화두,그리고그로인해마주한‘목소리들’은자연스레「아무것도말할필요가없다」로이어진다.「아무것도말할필요가없다」의화자‘나’는구두회사직원이자완성하지못한열두개의원고를지닌작가다.그녀는고등학교시절체육대회에서강렬한인상을남겼던동갑내기서수경과20년째함께사는중이다.두사람이고교졸업후재회해인연을키우게된계기는1996년이른바‘연대사태’가벌어진연세대안에서의일이다.이들은고립과폭력으로“운동과일상의격리”가이루어진그날이후“자기앞마당이나쓸자”라는마음과마주했으면서도,시민으로살아가는일에대해,‘어른’이된다는것에대해끊임없이고민하는삶을산다.눈여겨볼바는인간과사회에대해성찰해나가는화자의성숙의토대중하나가실재하는여러책과애니메이션등에서얻은사유라는점이다.본문과각주를넘나들며제시되는바,다소의이질감이외려눈길을잡아끄는이같은요소는역시각주형태로제시되는기사들과더불어이소설의내용과형식면에서특징적인점이다.
서수경의생일을맞아작은파티를열계획이었던2014년4월16일,세월호의비극을목격한이후두사람은계속해서광장으로거리로나선다.이연작소설을읽으면서특별하게느껴지는순간중의하나는‘나’와서수경의행보가d의그것과중첩되는장면을발견할때이다.가령양자는세월호1주기를맞은2015년4월16일,세종대로사거리가“두개의긴벽을사이에둔공간(空間)”이되는상황에직면하고,같은구호를외치는사람들과마주친다.
1996년의연세대,2008년의‘명박산성’,2009년의용산,2014년부터의애도와분노의현장,이윽고2016년겨울수백만촛불의물결에이르기까지여러사건을직간접적으로경험한‘나’는이내2017년3월10일헌법재판소판결의순간을서수경,그리고동생,조카와함께지켜본뒤이들이모두잠든조용한오후를맞는다.작품의현재적시간배경은오후한때의짧은시간이지만화자의회고속에서이야기는니체와19세기유럽을비롯해다양한장면과인물에게가닿는다.
많은사람이혁명이이루어졌다고생각한그순간에도끝내“아무도말하지않”은것들이있었음을,그리고그것을우리가여전히도외시하고있음을말하는작품의결말은전율적이다.이같은세계에서“아무도죽지않는이야기를완성하고싶다”라는화자의바람은언젠가실현될수있을까.

누구도죽지않는이야기한편을완성하고싶다.언제고쓴다면,그것의제목을‘아무것도말할필요가없다’로하면어떨까.그것을쓴다면그이야기는언제고반드시죽어야할것이므로.누구에게도소용되지않아,더는말할필요가없는이야기로.
그것은가능할까.
오후1시39분.
혁명이도래했다는오늘을나는이렇게기록한다.

우리가여기모였다고.(316~17면)

한편「d」와「아무것도말할필요가없다」사이에는“모두가돌아갈무렵엔우산이필요하다”라는하나의문장이삽입되어있다.비오는새벽친구들의귀가를걱정하며우산을챙기는dd의생각이자,그렇게서로의안부를살피는마음이야말로혁명을가능케하는,혹은혁명그자체의면모라고작가는말하는듯하다.

“모두가돌아갈무렵엔우산이필요하다”
황정은이담아낸우리시대의사랑,우리시대의삶

d가dd의유품인LP를듣기위해어렵사리마련한오디오가“세상에그거한대뿐”이듯,책을아끼는‘나’에게“같은날,같은인쇄소에서같은잉크로인쇄된책이라도상태가같을수는없”듯,어떤사물도그리고물론어떤사람도세상에서유일한존재라는사실을『디디의우산』은강조한다.이처럼유일한존재들의소중함을인지한다면“시대가주는환멸과낙담으로부터벗어나는길”(본서수록글강지희「세상의모든존재들에게,우산을」)에가닿을계기를찾을수있을지모른다.
‘작가의말’에서밝힌바,근년의시대상속에서황정은작가의소설을추동한원동력은죽음과파괴,그리고혁명이었다.그럼에도『디디의우산』이절망적이거나차갑지만은않다.이책을읽는독자라면d의위태로운한걸음에응원을보내게되고,여소녀의묵묵함에미더움을느끼며,주변에부대끼면서도성찰을놓지않는‘나’의궤적에동참하는한편서수경의공감력에포근해질것이다.역시작가의말마따나그동안“세상은변한것처럼도보이고변하지않은것처럼도보인다.”모든존재의유일성이충분히말해지는,서로가서로에게우산을씌어주는세상을꿈꾸는일은여전히긴요해보인다.우리문학이저마다의방식으로발언하고동시에소설의새로움을모색하고있는지금,우리는『dd의우산』이라는빛나는이야기를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