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열(큰글자도서) (기준영 소설집)

이상한 정열(큰글자도서) (기준영 소설집)

$25.00
Description
살면서 더러 길을 잃기도 하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
우리는 왜 생의 덧없음을 알면서도 ‘이상한 정열’에 사로잡히는 걸까
2009년 단편소설 「제니」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기준영은 2011년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로 창비장편소설상을 거머쥐며 매우 돋보이는 소설적 재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첫번째 소설집 『연애소설』을 묶어낸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소설집 『이상한 정열』의 표제작 「이상한 정열」은 2014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황순원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 최종후보로 거론되며 빼어난 수작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6년,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으로 선정되고 「조이」는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뽑히며 다시금 기준영 소설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격렬한 사건도 고통도 없이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준영의 소설은 그럼에도 “삶이라는 이름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무한한 어둠”(추천사 백지연)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삶의 일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인간은 삶이 덧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자각하면서도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이상한 정열’에 몰두하기도 하는 ‘이상한’ 존재이다. ‘이상함’과 ‘정열’과 ‘슬픔’이 삶 속에서 마구 뒤엉킬 때 사람들은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일견 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

기준영

奇俊英
2009년문학동네신인상에단편소설「제니」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와일드펀치』로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했다.소설집『연애소설』이있으며2014년·2016년문학동네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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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불안과열망/누가내문을두드리는가/4번게이트/베티/이상한정열/여행자들/에테르처럼/조이/네맞은편사람/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아무이유없이빠져드는‘이상한정열’

총9편을수록한『이상한정열』에는과연어떤생을살아왔을까싶은,삶의내력이궁금해지는인물들이등장한다.어둠을품고슬픔을통과해온듯한소설속인물들은모두서늘한틈새를가지고있을거라짐작되지만구구절절한사연을풀어놓지는않는다.
「불안과열망」의‘수경’은사람들에게는그저‘이상한여자’로받아들여질지모른다.돌연결혼을미루고그의약혼자가신혼여행지로가고싶어했던브리즈번으로혼자떠나온수경은비행기에서우연히만난남자에게자신의직업을거짓으로꾸며말하기도한다.신상은거짓으로꾸며냈지만실은이모든순간이수경에게는‘진심’이다.그저진심으로스스로에게솔직해졌을뿐이지만,약혼자는수경이왜이런돌발행동을하는지어쩌면끝내이해하지못할지모른다.수경은이상해보이지않기위해자신을속이고평범한일상속에서균형을잡는일을잠시놓았을뿐이다.
「이상한정열」은,‘무헌’을사로잡은‘이상한정열’의정체가무엇인지그열기에어떤합당한이유가있는지속시원히말해주지않지만,말해지지않은것들이더많은것을이야기해주는작품이다.무헌은서른에만나7개월을사귀고헤어졌던여자‘말희’와근20년만에재회한다.중년이되어버린무헌은말희를향한때늦은정열에사로잡히는데,그는자신의인생이텅빈채로무엇인가를그냥건너뛰어버렸다고느낀다.균형잡는일에실패한무헌,그래서더없이‘이상’해보이는그는이제자기생의빈곳을채울수있을까.
「4번게이트」의‘나’는의붓아버지가돌아가시고이내엄마가편지한장을남겨놓고집을나가자친오빠가아닌‘오빠’와단둘이남게된다.오빠는“멍청하고안타깝게느껴지는구석”(68면)을가진스물여덟남자인데‘나’는그런오빠에게이상한다정함을느낀다.‘나’는“내삶의가장자리에깃든가장미더운어둠”(79면)이바로오빠라고말한다.소설말미,누군가그려준두사람의그림에대한묘사를읽다보면마치그들이쌍둥이처럼느껴지기도하는데,친남매도아닌그들에게서애틋한친밀감이느껴지는까닭은그들이어둠과슬픔의공동체이기때문이리라.

그는내친오빠나친부모두아니었지만,그모두를합친사람과도나눌수없는어둠속에나와마주보고서게된사람이었다.(「4번게이트」72면)

기준영이절묘하게포착한마음속서늘한틈새

한편기준영은소설속인물들의모습을세련되고도담담한문체로그려내며,그들이자기삶의균열된지점을어느정도는받아들였으리라짐작하게끔만든다.그들은인생의어느기로에서이유를설명할수없는이상한선택을하기도하고,이상하다는걸알면서도그길을향해뚜벅뚜벅걸어가기도한다.
「조이」에는친자매가등장하지만그들은7년만에서로의얼굴을마주본다.부모의이혼으로떨어져살게된‘윤재’와‘문정’은크리스마스에재회하지만이소설어디에도극적인재회장면같은것은없다.하지만이둘도어떤슬픔을함께거쳐왔고“좋아,지금이.”(218면)라고말할수있을만큼은슬픔과기쁨이겹쳐있는삶을덤덤히받아들일수있게되었다.자신의운명을담담하게받아들이는인상적인인물은「베티」에도등장한다.스물아홉여름에직장도애인도잃게된‘은경’은갑자기집을비워줘야할상황까지맞게된다.갈곳이없어져,실내수영장에서우연히알게돼몇달을함께어울렸던‘부영’의집으로들어가게되지만그곳은부영의진짜집도아닐뿐더러그녀에게는다른속내가있었다는사실이이내밝혀진다.은경은자신에게닥친이불운이그다지특별하지는않다고말하며유유히그집을빠져나온다.은경이자신에게닥친불운을담담히받아들이게된연유는이소설의제목이된‘베티’에숨어있다.‘베티’는은경에게“힘센미신”이자“힘센슬픔”(119면)이다.

은경은몸이서있는데서,몸이입고있는삶을살았다.그이상을원한적없는데도쉬웠던적이한번도없었으니올해의불운이특별하지는않았다.대체로안좋은자리에서안좋은패를들고서차례를기다려야하는입장이었고,상황이악화될때면자진해고개를수그리고뒤로빠지는역할이주어졌고,사랑하는사람에게용기내서솔직해졌을때는그게헤어지게되는이유가됐다.(「베티」118면)

“먼데서부터내이름을노래처럼부르며오는빛이있으리라”

『이상한정열』에는사소한일상을지켜내는일에도큰힘이드는인생을사는인물들이등장한다.마치「베티」의은경처럼슬픔만이그들의무기이고장기이다.그럼에도이들은삶이더나아지리라는희망을버리지않는다.이들은“혼자어둠이나빗속,눈부신햇살속에있을때자기가슴이나배,목구멍에서꿈틀대면서새로태어나기를바라는희망을발견하기도”(「여행자들」168~69면)하고“먼데서부터내이름을노래처럼부르며오는빛이있으리라”(170면)믿으며기다리기도한다.매일고꾸라지면서도오늘보다더나아질내일을열망하기를멈추지않는다.어제와다른오늘을‘희망’한다는것,어쩌면이것이인간의가장이상한점일지모른다.그리고이이상함만이인간의가장아름다운지점이다.‘이상한’사람만이희망을가질수있다.우리에게는“힘센슬픔”이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