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 어울리는

오늘 밤에 어울리는

$13.00
Description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요”

가장 문명적인 공간에서 가장 원시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탁월한 재주
신예 이승은의 기민하고 영리한 첫 소설집

2014년 문예중앙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래 기묘하고 새롭다는 평을 받아온 젊은 작가 이승은의 첫번째 소설집 『오늘 밤에 어울리는』이 출간됐다. 2018년 여름까지 집필한 작품들을 묶은 이번 소설집은 “세련되고도 정제된 방식의 개성적인 울림”을 만들어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등단작 「소파」와 미발표작 「찰나의 얼굴」까지 총 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우리를 “타인이 되어보는 연습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타인이 될 수 없음을 절감하는 독서”(해설, 양경언)로 이끌어가는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주어진 삶 너머의 불안을 그대로 품은 채 우리의 삶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스스로 깨닫게”(추천사, 정영수) 만드는 기묘한 서사 속에서 이승은은 이해와 오해의 사이를 헤매는 인간관계의 모습과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안하고 답답한 현실을 감각적이고 영리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저자

이승은

1980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단편소설「소파」로『문예중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파티의끝
소파
오늘밤에어울리는
왈츠
남극산책
찰나의얼굴
덤벨과위스키
성탄절특집

해설_양경언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그사람들은어쩌다그렇게된걸까?”
서로에게말할수없는비밀,관객을심문하다

『오늘밤에어울리는』의소설들은종전의소설들과는다른방식의독서를요구한다.작품들은마치소극장의연극무대를보는듯하다.정갈한식기들과우아한분위기가흐르는한공간에서움직이는두사람,혹은네사람이등장해식사를하거나술을마시거나얘기를나누면서소설이시작한다.겉보기에는큰갈등을겪고있다거나심각한문제에봉착해있다고느껴지지않는다.그러나어딘가석연찮은구석이있다.시종일관평범하고평온한대화를이어나가지만“그들에겐간단히표현할수없는긴장”이있다.등장인물들은풍부한표정을지어보이거나적극적인행위로사건을끌어가지않는다.독자는작가가마련한서사의공간속에서인물들을‘목격’하면서상황을유추해야하며소설은끝까지독자들이진실을쉽게파악하도록친절하게돕지않는다.“무대와관객석사이만큼의거리감을느끼며그들의긴장된상태가남기는윤곽만을좇는경험”(해설)이바로이승은이독자에게전달하고자하는불행한일이일어날것만같은우리의뒤틀린관계와현실그자체이기때문이다.

날혼자있게내버려둬.
그녀는한번더외쳤다.그는문을두드리지도그녀를부르지도않았다.그녀는문득집에혼자있는것같은섬뜩함을느꼈다.거실에서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다.잠시후에그녀는문을열었다.방문앞에서한손으로얼굴을가린채바닥에앉아있는그를발견했다.(「왈츠」98면)

한동안은서로를끔찍하다고생각했다.길을걷다가쇼윈도에비친둘의모습,팔짱을낀자신과그혹은그녀의모습을.그러지않을수가없었다.그들은다가오는난관들을잘극복해내고싶었다.하지만그일에대해서는이견을좁힐수없었다.수정은우리안의무언가가그런일을만들어냈다고했고진우는우연일뿐이라고했다.자신들과무관한일이라고말했다.그들은여전히그렇게생각했다.생각은쉽게바뀌는게아니었다.(「찰나의얼굴」159면)

가장처음등장하는소설「파티의끝」은‘은수’와‘민용’,‘지영’과‘동철’젊은두연인이은수의집에모여연말모임을벌이는하룻밤의이야기다.네남녀는새벽까지술잔을주고받으면서도서로에게속마음을감추려고노력한다.은수는결혼을원하지않는민용이야속하고,곧결혼할지영과동철은서로어긋났던과거가신경쓰인다.울고웃으며만취해가던이들은문득동이터오는창밖을발견하고약속이라도한듯벌떡일어나어질러진집을다급하게정리하기시작한다.
「왈츠」는평범한일상을불안하고섬뜩하게만드는이승은특유의방식이강렬하게발휘된소설이다.평온함을사랑하는남편‘그’와활동적인일을좋아하는아내‘그녀’는그의지방전근을앞둔마지막일요일아침부터낮술을한다.술에취해주차된차에앉아있던그들은새로이사온옆집남자가멀쩡한바이올린을버리는광경을목격한다.그녀는버려진바이올린을집으로가져오고,그녀가그에게말할수없었던비밀들을이야기하는순간바이올린에서이상한일이일어나기시작한다.
미발표작「찰나의얼굴」은진실과거짓이애매하게뒤섞인상황이불안을야기하고,그때문에뒤틀린현실을마주치게된사람들이어떤행보를보이는지를흥미롭게그린소설이다.‘진우’는‘수정’이놀러갔던바다에서우연히알게된‘정식’을모델로미술작품을완성한다.정식은진우의작품에참여한계기로미술계사람들과친목을쌓아가지만,실체를알수없는말을일삼는정식은어느덧사람들사이에서‘거짓말쟁이’로비난받기시작한다.수정이정식에게충고를건네려는순간,정식은수정의심연을건드리는말로수정과진우가지켜온일상에큰혼란을일으킨다.
불확실한삶이표정을드러내는‘밤’이라는시간
이승은이보여주는오늘밤의장면들

저희는일이틀어지면서좀힘들어졌어요.둘다직장을그만두었고집을담보로사무실을얻었는데투자가취소되면서……
누군가그들사이를지나화장실칸으로들어가면서대화가잠시끊겼다.혜진은생각에잠긴듯있다가고개를들어소영을바라보았다.
소영씨,민형씨가어머니만나고온거맞아요?
혜진이물었다.소영의미간에는다시주름이생겼다.그녀는혜진의얼굴이잘안보이는것처럼눈을찌푸리고있다가손으로이마를몇번문질렀다.(「남극산책」126면)

이승은의소설에서밤은주요하고도특별한배경으로등장한다.「남극산책」의‘민형’과‘소영’은투자를받기위해민형이다니던직장의이사였던‘정호’와그의아내‘혜진’을만나호텔레스토랑에서저녁식사를대접하지만목적을달성하진못한다.본인들의선의와교양을증명하기위해줄곧예의를차리던정호와혜진부부가그들내부의균열을감추지못하는과정을보며민형과소영은그것을고소해하거나우습게여기지못한다.정호와혜진의모습에서어떤두려운짐작이밀려오기때문이다.이들에게그밤은호기심을가지고‘남극’과같은곳에다녀오고싶어하는이들이“거기에가보지도않았는데이미겪은것만같은심정을갖게됐을때의암담함이겹치는시간”(해설)이기도하다.
「오늘밤에어울리는」은‘도훈’과‘정원’이서로에게호감을주고받는것처럼보이는한밤의파티에서시작한다.이들은시간과장소에‘어울리는’태도를취하는사람들로보이지만시나리오작가였던도훈은지난밤있었던사고를수습하지못하고있다.그상황에서도훈과정원사이에‘승민’이끼어들고,세인물사이에오가는미묘한대화의흐름은도훈으로하여금어젯밤을떠올리게하고집까지따라온승민과주먹다짐을하게된다.등장하는모든인물에게‘밤’은과거의불행과미래를향한불안이뒤섞인혼란스러운시공간이다.
‘서윤’과‘준우’가살면서애써감추려는불안이윗집여인의방문으로본격화되고지금껏진실이라고믿었던사실이흔들리는경험을하지만끝내아무런문제도해결되지않는상태로결론을맞이하는「소파」나,동네헬스클럽을운영하는‘현성’이우연한사고로모르는사람들과합석하고“차가다시출발”하는결론에이르는「덤벨과위스키」도마찬가지로“삶의미결정성이열어놓은행위의지속성”(해설)이라는기묘한감흥을밤의풍경을배경으로하여독자에게전달한다.
2014년부터작품을발표하기시작한지5년만에묶인이승은의『오늘밤에어울리는』에선이처럼최근에만나본다른어떤소설보다도고유한목소리가들린다.소설은인물들이애매한상황과답답한현실에서헤매는모습을관람하게함으로써독자를고민에빠뜨린다.‘내가숨죽여앉아있는관객이상이되려면어떻게해야할까.’‘나는소설속인물들과어떻게다르고어떻게같은삶을살고있는가.’이승은의소설은삶의불안과혼란이무엇이라고섣부르게답을내리지않는다.다만건조한말투로재현하면서함께생각할수있도록서사적공간과평범한등장인물들을마련한다.이무대를보는동안에독자는이승은의소설이바로지금시대가겪는불안과혼란을본뜬모형이었음을알게될것이다.우리문학이새로움을모색하는요즘,첫소설집에서부터자기만의방식을분명하게밀고나갈줄아는소설가의이와같은뚝심이자못믿음직스럽다.

날이밝아오고있었다.도훈은몸을둥글게움츠려그녀의등에갖다댔다.부어오른손을쥐었다폈다.어느한순간이자신을지배하지않기를바랐다.이런상태에서평생헤어나오지못하는사람들이있다.그는그런인물에대해서쓴적이있었다.주연은아니었다.불행의본보기가되는조연들이었다.영화속에서,주인공들은결국헤쳐나간다.(「오늘밤에어울리는」8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