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언니에게

이제야 언니에게

$16.00
Description
작가와 문학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용기 있는 질문이자 위로!
내일을 향한 질문, 젊은 문학의 새로운 발견 「소설Q」. 젊은 작가들의 경장편을 중심으로 하는 시리즈로, 시대의 공기를 잘 반영한 첨단의 문학으로 동시대 독자들과 빠르게(Quick) 소통하며 재치 있는 이야기(Quip), 퀴어한(Queer) 문학, 논쟁적인(Quarrel) 작품 등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자 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거침없는 서사로 한국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획득한 최진영의 『이제야 언니에게』이다.

주인공 ‘이제야’의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번 소설은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 ‘이제야’가 절망 앞에서도 끝내 무릎 꿇지 않으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압도적인 울림을 가져다주는 작품이다. 《문학3》 온라인 지면을 통해 연재할 당시,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탈고하였다.

비가 내리던 2008년 7월 14일, 제야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동생 제니와 사촌동생 승호와의 아지트인 버려진 컨테이너로 향한다. 제니와 승호가 오기를 기다리던 제야는 뜻밖에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늘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던 당숙을 맞닥뜨리고 당숙은 거기서 돌변하여 제야를 성폭행한다. 그날 이후 당숙이 자신이나 제니에게 또다시 같은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야는 산부인과와 경찰서를 홀로 찾아가며 침착하게 대응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일가친척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전염병에 걸린 듯 취급하는 친구들의 냉소적인 행동으로 인해 결국 버려지듯이 멀리서 혼자 사는 이모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일기장을 보여주듯 인물의 세밀한 내면을 독자와 공유하고 나아가 제야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로 확대함으로써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행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일상의 폭력을 대면하게 하는 이 작품을 집필하면서 여성인 자신조차도 내면에 축적된 가해자의 언어와 행동방식이 얼마나 농후했는지 새삼 발견하고 깊은 반성과 슬픔으로 제야의 마음을 상상했다는 저자는 소설 곳곳에서 뭉근하지만 단호한 진심을 깊이 있는 문장으로 전달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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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진영

1981년눈이많이내리던날서울에서태어났다.낮엔일하고밤엔글쓰다가2006년[실천문학]으로등단했다.소설집『팽이』,『겨울방학』,장편소설『당신옆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끝나지않는노래』,『나는왜죽지않았는가』,『구의증명』,『해가지는곳으로』,『이제야언니에게』,『내가되는꿈』,『팽이』,『겨울방학』등을썼다.앤솔러지『장래희망은함박눈』을함께썼다....

목차

1부/2부/3부/발문_황현진/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나는후회하지않아.내가나로서존재한다는것을.”
폭력의그늘속에서지금도견디고있을우리의‘이제야’들을위해


비가내리던2008년7월14일,제야는학교수업을마치고이어폰으로노래를들으며동생‘제니’와사촌동생‘승호’와의아지트인버려진컨테이너로향한다.제니와승호가오기를기다리던제야는뜻밖에도같은동네에살면서늘다정하고친절하게굴던당숙을맞닥뜨리고당숙은거기서돌변하여제야를성폭행한다.그날이후당숙이자신이나제니에게또다시같은일을저지를지모른다는생각에제야는산부인과와경찰서를홀로찾아가며침착하게대응하지만,부모를비롯한일가친척들의소극적인태도와전염병에걸린듯취급하는친구들의냉소적인행동으로인해결국버려지듯이멀리서혼자사는이모와함께지내게된다.
제야가직접발화하는일기형식과삼인칭관찰자시점으로번갈아서술되는『이제야언니에게』는제야의시간을3부로나누어진행한다.1부에서는제니와승호와집옥상에올라밤하늘의카시오페이아성좌를구경하며‘개똥벌레’를부르던조용하고평범하던제야의유년을,2부에서는어떻게든제야를감싸안으려는이모와함께살며부딪히고넘어지는제야의모습을,3부에서는검정고시에합격한후대학에진학했지만,과거로부터계속되는고통과,미래를생각할수록극심해지는두려움속에서자신의현재를찾아나가는제야를보여준다.독자가제야의인생을제야와같은시선으로목격하게하는최진영의이러한방식은일기장을보여주듯인물의세밀한내면을독자와공유하고나아가제야의이야기를모두의이야기로확대함으로써우리가자각하지못한채누군가에게행하거나방관하고있는일상의폭력을대면하게한다.
작품을집필하면서여성인자신조차도내면에축적된가해자의언어와행동방식이얼마나농후했는지새삼발견하고깊은반성과슬픔으로제야의마음을상상했다는최진영은“방관과의심속에서홀로버티는사람이많다는사실을모르지않기에,제야에게위로가될지도모를장면을쓸때는제야의고통을묘사할때만큼주저했다”(‘작가의말’)라고집필후기를밝히며,소설곳곳에서뭉근하지만단호한진심을깊이있는문장으로전달한다.

“나를견디지않고,나와잘살아보고싶다”
1980~90년대학창시절을겪었던‘여성유년서사’의뜨거운등장

‘페미니즘’‘여성’‘퀴어’등의키워드는이미핵심적인주제가되었다.단순히‘새롭고’‘낯선’것에대한일시적인호기심을넘어서서문학이시대와인생을본뜨는기능을수행한다면,그동안문학조차도은폐했던존재들에게이제야주목하기시작했다는방증이라고볼수있을것이다.최진영의『이제야언니에게』는쉽게볼수없었던1980~90년대학창시절을겪었던보편적인‘여성’의유년서사와더불어남성에의한폭력에서살아남은피해생존자여성의언어를날것으로문학의자장안으로옮겨왔다.이러한성취는문학이과거의야만을고백하는일을넘어서현재20~30대를살아가는여성들에게여전히존재하는내면의불안과분노를밀도있게증언하는일이기도하다.
한편이책에는지난여름최진영작가와몽골여행을하며최진영을경험하고바라보았던황현진소설가의아름다운여행산문이발문으로수록되었다.황현진은“소설을읽으면서작가를떠올리는것만큼어리석은일이있을까.하지만그반대의경우가가능한독서앞에서나는어찌할바를모르겠다”면서“최진영은끝까지우리삶의전부를써낼것”이라는말과함께몽골의사막을걷는동안제야의이야기를구상하면서스스로도제야와같은마음이되었을최진영을반추했다.
그동안작품마다사회나관계의외진곳에서삶을버티고있는인물들을등장시키며소외된이들을끈기있게소설의자리로초청해온작가최진영.이소설을읽으며누군가는불편해할것이며누군가는슬프도록공감할것이고또누군가는두려울것이다.삶을계속살아나가야하는여성이자피해생존자의언어를생생하게옮겨오는동안,그고통들을자신의것으로감당했을최진영의끈기는작가와문학이지금을사는우리에게던지는가장용기있는질문이자위로그자체이다.


책속에서

2008년7월14일월요일
끔찍한
오늘을찢어버리고싶다.(8면)

열한살되면서부터제야는하루두번일기를썼다.하나는선생님께검사받는일기,다른하나는오직자기만보고간직하는일기.(…)일기장을태운날도일기를썼다.어차피태울거뭐하러써?제니가물었다.어차피죽을거뭐하러사니.제야가대답했다.제야에게는그런시간이필요했다.하루를묻는시간,가만히앉아서글자에일상을가두는시간이.(9면)

집으로돌아오는차안에서제야가물었다.이모는내가겪은일때문에나한테잘해주는거예요?잘해주는게아니라걱정하고아끼는거야.너무노력하지않았으면좋겠어요.노력해야해.이모가단호하게말했다.사람은노력해야해.소중한존재에대해서는특히더그래야해.노력은힘든거잖아요.제야가중얼거렸다.마음을쓰는거야.억지로하는게아니야.좋은것을위해애쓰는거지.(161면)

제야는오랫동안몰랐다.자기가무엇을원하는지.죽거나죽이는상상을많이했지만정말원한건아니었다.폭력도싫었다.2008년7월14일만으로충분했다.어른들의망했다는말에치를떨면서도제야역시자기삶이망가졌다고생각했었다.더망가트리려고도했었다.망가트리려고기를쓸때마다느꼈다.자기는아직망하지않았음을.(198면)

지금제야앞에는케이크한조각이있다.처음부터조각은아니었겠지만조각이되어다시온전해진케이크.제야는케이크에초를꽂고불을붙였다.어딘가에서제니와승호가,어쩌면이모도노래하고있을것이다.박수를치며개똥벌레를부르고있을것이다.(…)라디오에서자정을알린다.종이울리고있을것이다.소원을말하기좋은시간.언젠가는너를만나러갈게.내가꼭너에게갈게.(2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