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15.00
Description
김애란의 처음이 담긴, 풋풋하면서도 오늘의 김애란을 있게 한, 반짝이는 소설집!
스물다섯의 나이로 등단해 각종 상을 최연소로 휩쓸고, 문단은 물론 두터운 독자층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김애란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만나본다. 지나온 시간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아홉 편의 사랑스러운 단편들을 통해 우리들의 코끝 찡한 눈부신 청춘을 다시 만나보게 된다.

새롭게 발간된 리마스터판은 기존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좀 더 정교하게 매만진 문장과 작품 순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배가한 표지와 예리한 감각으로 무장했다. 표제작인 《달려라, 아비》를 비롯해 아버지의 부재와 가난 등으로 상처 입은 주인공이 원한이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자기긍정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들을 통해 김애란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실감하게 되고, 우리가 한국문학, 그리고 소설에 바랐던 지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김애란

1980년인천에서태어나충남서산에서자랐고,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극작과를졸업했다.2002년단편「노크하지않는집」으로제1회대산대학문학상을수상하고같은작품을2003년『창작과비평』봄호에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달려라,아비』『침이고인다』『비행운』『바깥은여름』,장편소설『두근두근내인생』,산문집『잊기좋은이름』이있다.이책에서고재귀의사진을찍...

목차

스카이콩콩
달려라,아비
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
사랑의인사
영원한화자
그녀가잠못드는이유가있다
노크하지않는집
나는편의점에간다
종이물고기

해설김동식
작가의말
추천사
새로쓴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오늘다시『달려라,아비』를읽어야하는이유,
독보적문장감각과일상을긍정하는반짝이는명랑함

『달려라,아비』리마스터판은기존의차례구성과는다르게아홉편의단편을새로운순서로배치했다.전반에배치된네편의단편들은소년화자를중심으로‘사라진아버지혹은어머니’가배경이되는일상을그린작품들이다.
전파상을하는아버지,과학자지망생형과옥탑집에서살아가는소년의성장기를그린「스카이콩콩」과‘나는어떻게태어났는지’를묻는어린아들에게어머니와의첫만남을들려주는「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에서는어머니의부재가나타난다.어린‘나’는어머니를찾지않지만그렇다고지나치게성숙하진않은모습으로,적당히조숙하고적당히철없이자라나며젊은아버지는어설프지만성실하고따뜻하게아이의일상을지킨다.잃어버린아버지찾기와네스호의괴수미스테리를겹쳐놓은「사랑의인사」나만삭의어머니를버려둔채집을나간아버지에대한톡톡튀는상상력이담긴「달려라,아비」에서의어린화자에게는아버지가없다.각소설의화자들은솔직하게아버지를원망하면서도유쾌하고다정한상상력으로아버지의부재를긍정한다.특히「달려라,아비」는상상속에서언제나뛰고있는아버지에게운동화도신겨드리고선글라스도씌워드리는등상처를긍정하고앞으로나아가는즐거운의지를보여주는작품이다.부정과슬픔이아닌긍정과명랑함으로드러나는결핍과부재는김애란특유의발랄한문장과만나반짝이는장면과여운을선사한다.
후반에배치된다섯편의단편들에는사회초년생들의일상분투기가담겼다.불면증에시달리는젊은직장여성이어느날불쑥찾아온아버지와불편한동거를하게된「그녀가잠못드는이유가있다」와우연히지하철에서만난동창과의아이러니한대화와상황을보여주는「영원한화자」는모두이십대를지나는인물이겪는가깝고도먼타인과의소통불능과단절감을밀도높은심리묘사로그려낸다.한편「나는편의점에간다」는서울의대학가에서자취하는대학생의눈에비친편의점의모습을통해자본주의의일상을예리한시선과단순명쾌한문장에담은작품이다.김애란의등단작인「노크하지않는집」의‘나’역시비슷한결로읽히는화자로,대학가의한주택에서자취하면서서로를의식하는세입자들,그러나결국같은모습의‘나’들을발견한다.타인과인간적인유대를맺고싶으면서도타인의무언의폭력으로부터숨고싶은사회초년생들의이야기는이시기를통과했거나통과하는중인모두가쉽게공감할법하다.

친숙한표정으로일상의이야기를시작하는이작품들은,내면의섬세한응시를거쳐반짝이는상상력으로도약한뒤종국에는불행과상처를자기긍정의유쾌한에너지로전환한다.소설을읽으면서느껴지는통통튀는리듬감과멜로디는김애란특유의감성을더욱배가시킨다.지난14년간이작품집이꾸준히사랑받아온,그리고오늘날새롭게독자들을만나게된이유다.다시만나는리마스터판『달려라,아비』는여전히김애란만의독보적인존재감을실감케하며우리가한국문학,그리고소설에바랐던지점이무엇인지를여실히깨닫게할것이다.

책속에서

그리고그짧은순간지구에는아무도모르는일이아무도모르게일어난다고.오래전우리의짧은입맞춤이그랬던것처럼.당신이믿지않는일이당신과가장가까운입술위에서일어나던,그랬던나날들처럼말이다.(「스카이콩콩」9면)

어머니가내게물려준가장큰유산은자신을연민하지않는법이었다.어머니는내게미안해하지도,나를가여워하지도않았다.그래서나는어머니가고마웠다.나는알고있었다.내게‘괜찮냐’고물어보는사람들이정말로물어오는것은자신의안부라는것을.어머니와나는구원도이해도아니나입석표처럼당당한관계였다.(「달려라,아비」47면)

그녀는,오지않을모양이다.아버지가점퍼속에든편지한구절을조용히읊는다.안녕하세요.가늠할수없는안부들을여쭙니다.잘지내시는지요.안녕하고물으면,안녕하고대답하는인사뒤의소소한걱정들과다시안녕하고돌아선뒤묻지못하는안부너머에있는안부들까지모두,안녕하시길바랍니다.(「누가해변에서함부로불꽃놀이를하는가」82면)

나는이해받고싶은사람,그러나당신의맨얼굴을보고는뒷걸음치는사람이다.나는당신을사랑하는사람.그러나그사랑이‘나는’으로시작되는사람이하는사랑이라는것을아는사람이다.나는‘그래도나는’이라고말한뒤주저앉는사람,나는한번더‘나는’이라고말한뒤넘어지는사람,그러나나는멈출수없는사람,그리하여‘나는내가어떤사람인지자주생각하는사람이다’라고처음부터다시말하는사람이다.(「영원한화자」150면)

내가편의점에갈때마다어떤안심이드는건,편의점에서물건이아니라일상을구매한다는실감때문인지도모르겠다.비닐봉지를흔들며귀가할때나는궁핍한자취생도,적적한독거인도무엇도아닌평범한소비자이자서울시민이된다.(「나는편의점에간다」222면)

이것은당신과아무상관없을지모른다.하지만우리는우리와아무상관없는수만가지일들이우리의인생에중요한영향을미친다는사실을잊곤한다.당신이절대가볼리없는지방관광도시의고장난공중전화와당신,스타크래프트챔피언과당신,고생대부터지금까지살아왔다는,빛도산소도없는곳에사는지옥의오징어와당신,당신과당신사이의당신.(「종이물고기」26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