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천희란 소설)

자동 피아노 (천희란 소설)

$18.00
Description
나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연주하는 피아노를 상상한다.
그리고 곧, 다시 내 안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을 구하고 싶은 절실한 이들을 위한 단 하나의 소설
삶에 대한 첨예한 시각과 밀도 높은 문장을 갖춘 작가, 젊은작가상을 받으며 오늘의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 중 하나로 인정받은 천희란의 소설 『자동 피아노』가 출간되었다. 창비에서 펴내는 ‘소설Q’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자기 자신에 갇힌 인물의 끝없이 분열하는 목소리가 죽음을 음악처럼 연주하는 작품으로, 죽음에 대한 욕망과 충동, 이에 맞서는 삶에 대한 열망을 집요하게 그려낸다.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와 조각한 듯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장이 특히 돋보인다. 스물한개의 각 장 제목은 저자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피아노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품에 대한 해석은 독자를 향해 자유롭게 열려 있다. 소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는 작가가 겪은 자살사고에 대한 묵직한 발언이 담겼고, 음악평론가 신예슬이 쓴 해설은 ‘자동 피아노’라는 기계장치를 중심으로 작품을 신선하고 아름답게 풀어주었다. “평생 변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그러나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 끊임없이 재생되고 반복되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이 책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열망을,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을 전달한다.
저자

천희란

2015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영의기원』이있다.2017년단편「다섯개의프렐류드,그리고푸가」로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

해설|신예슬
작가의말
수록된곡

출판사 서평

“죽음은해일처럼다가가면빨아들이고달아나면덮쳐온다.”
죽음에대항하는치열하고고독한자신과의싸움

첫장을열면다음과같은인용구가등장한다.“나는지금증언을하고있는것이지설득하려는게아니다.”(장아메리『자유죽음』)인용구가말하는것처럼,이소설은독자를결코설득하려들지않는다.다만언제끝날지모르는죽음의연주를끈질기게들려줄뿐이다.각장제목에실린피아노곡은소설에서그려내는죽음의이미지와다채롭게결합하여읽는이를죽음과삶에대한깊고날카로운사유로이끈다.

단언하겠다.내가누군가를죽이겠다고다짐하면,죽이는일을망설이고있다는뜻일테니까.나는나를죽이고싶다.나는나를죽이고싶지않다.나는죽고싶다.나는죽고싶지않다.나는나를죽이겠다.나는나를죽이지않겠다.나는죽겠다.나는죽지않겠다.나는두렵다.나는두렵지않다.(27-28면)
죽음을생각하는소설속‘나’의고민은단순하지도명백한답을갖고있지도않다.‘나’는홀로자기자신안에갇혀치열한싸움을벌인다.누구도도울수없고,끝이어딘지알수도없는힘겨운싸움.화자는‘죽고싶다’고몇번이나말하지만,그럼으로써죽음을망설이는자기자신을깨닫는다.그러면서그어떤순간보다,그누구보다정직하게자신과대면하고자신의목소리를,여러갈래로끝없이분열하고반복재생되는목소리를듣는다.고통은끝나지않을것같고,나는영원히내안에갇혀있는듯하고,문밖에서는죽음이호시탐탐나를노리며엿보고있지만.결국소설은끝난다.자동피아노의연주는끝난다.끝날것같지않던그것이끝난다는것으로,소설은마무리된다.이것은희망이아닐지도모르지만,언젠가끝난다는위안이될수있을것이다.고통끝에서있는누군가에게뜨거운위로를전할것이다.

나는내가언제여기에왔는지기억하지못한다.그것은너무오래전의일이다.(120면)

“나는당신이살아있기를바랍니다.”
마지막용기로타인에게전할수있는유일한한마디

매일,매순간죽음을갈망하던때가있었다고,작가는‘작가의말’에서고백한다.작가로서그고백이쉽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솔직하게독자들앞에자신의경험과목소리를내어놓았다.끝없이죽음을노래하면서도아름답고매혹적으로직조된이작품은,작가의고백과더불어새삼뭉클하게읽힌다.
음악평론가신예슬은이작품을두고“쉼없이방식을바꾸어가며죽음을다루는근본적이유에대해내가덧붙일수있는말은거의없다”고이야기하면서도,“다만나는그가죽지않기를바란다”고했다.죽음을반복적으로소환하면서도그안에꽉찬삶의의지를드러내보이는것도,죽고싶다고말하는화자가살아내기를바라게만드는것도,이작품이지닌강렬한역설의힘이다.
죽음과고통이라는가볍지않은주제를연주처럼물흐르듯탁월하게그려낸이작품을통해서,누군가는벼랑끝에선타인을이해하는기회를,누군가는자신을잡아주는마지막손을발견할것이다.이책은‘당신이살아있기를바란다’는,천희란작가가용기를내전하는유일한한마디다.

삶이정체되어있다는감정에서벗어나기위해서는다양한현실적조력이필요하고,그조력없이개인의의지는자주무력해진다.나는내의지만으로여기에온것이아니고,내경험이다른누군가에게섣부른희망으로전달되기를바라지않는다.다만이말은남겨두고싶다.평생변하지않는대도괜찮다.그러나절대로변할수없는것은없다.(14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