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손홍규 소설집)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손홍규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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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문학의 든든한 한 축을 지켜온 손홍규 신작 소설집
사람과 사회, 그 모순과 균열에 대한 탄탄한 서사들
이상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거머쥐고, 한국문단에서 독보적인 색채와 위상을 지키며 듬직한 작품세계를 보여온 소설가 손홍규가 신작 소설집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로 돌아왔다. 문단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시절 작가를 수식했던 풍자와 위트, 혹은 해학의 서사가 이제 한층 성숙하고 농익은 삶의 비애를 담아내면서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중견작가의 반열에 손색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20년 가까이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의 눈에 비친 우리네 일상과 주변은 여전히 균열과 모순투성이이며, 은근한 차별과 폭력이 일상화된 도가니 같은 곳이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서사의 재료가 되었던 초기의 작품들과 달리 이제 일상에 교묘하게 파고든 차별과 폭력의 세계를 들춰내고 비트는, 날카롭고 섬세한, 그러나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은 작가의 시선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할과 미학에 대한 고민을 한층 성숙시킨 결과로 읽힌다.
저자

손홍규

2001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소설집『사람의신화』『봉섭이가라사대』『톰은톰과잤다』『그남자의가출』,장편소설『귀신의시대』『청년의사장기려』『이슬람정육점』『서울』『파르티잔극장』등이있다.노근리평화문학상,백신애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예언자
옛사랑
노파사란
눈동자노동자
무너지다만사람
기찻길아이들
저녁의선동가
환멸
꿈을꾸었다고말했다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은근한폭력과차별의세계

「환멸」의주인공인사촌형은건설노동자로중국인아내와갈등끝에접근금지처분까지받았고결국아내는아들과함께중국으로돌아간뒤에가족을그리워한다.술때문에숱한사건사고를일으킨형은큰마음먹고아들의생일선물을사들고중국으로향했지만고질적인술병으로기내난동범으로몰려결국공항에서바로입국거부당하는신세가되어돌아온다.그뒤로형은베트남인이든몽골인이든이주노동자들을경멸하게되지만건설현장에일하러온중국인유학생을곤경에서구하기도한다.
「노파사란」에서는엄마의죽음이할머니때문이라고오해하는아내대신할머니를살피는주인공이할머니의재봉틀에새겨진‘노파사란’이라는단어를통해할머니의굴곡진지난삶을이해하게된다.‘누구도지나갈수없다’는뜻의‘노파사란’은혁명의구호였으나허락없이그녀의삶을밟고지나간역사는가족들에게조차이해받지못한채죽음을맞이하는현재를낳았다.「눈동자노동자」에서는건설노동자로함께일하던윤호의사고사를목격하고윤호가남긴사진에담긴자신의모습을보며윤호의죽음앞에무기력한스스로를자책하는주인공이등장한다.윤호의남겨진동생윤혜를변변히위로하지도못하고딸의상견례에도나서지못한채윤호의죽음에괴로워한다.「옛사랑」에서는아버지의죽음후에어머니의과거를따라가는주인공이어머니와아버지의‘쓸쓸한삶’을맞닥뜨리고자신에게도이미옛사랑이되어버린헤어진아내를보며회한에젖는다.「저녁의선동가」에서는필리핀인엄마를둔다문화가정의딸을여자친구로둔아들이자신이일하던물류창고의화재로세상을떠난후,그부모가만나는세상을다룬다.
2018년이상문학상수상작인「꿈을꾸었다고말했다」는손홍규소설중에서비교적결이다른소설로시간을역순으로거슬러주인공부부인남녀가사랑을시작하는과거로돌아가는구조이다.수상당시에“손홍규작가가즐겨다뤘던리얼리티의문제에접근하는섬세한방법이이작품에서는새롭게시도됐다”며“현재에서과거로이어지는서사적진행과정에서과거는기억속의회상이되지만일종의환상처럼처리되고있는데이는작가자신의새로운실험이다”라는평을받았던바,손홍규특유의리얼리즘이깊어진작가적시선과만나새로운세계를건설해낸작품이다.사업에실패하고건설노동자로일하는남편과병원식당의조리실에서일하는아내가처음만났던시간으로다시돌아가,두사람의인간성과서로에대한믿음과사랑이파괴되어가고아들을향한폭력과딸의가출등으로가족마저붕괴되어가는과정을그려보여준다.삶이란비애롭고도쓸쓸하다는주장을증명하듯이말이다.피해자와가해자가극명하게갈릴것같으나현실세계에서는그렇지만도않다.손홍규소설의인물들은일방적인피해자와가해자의구도를넘어서모순덩어리세상에서인간적인가치를조금이라도유지하기위해안간힘을쓰는군상들일뿐이다.

묵묵한글쓰기과치열한작가의식의힘

지난20세기의20년한국소설은다양한장르적미학의실험과지난세대의역사적현실감에서벗어나세대적인특성을서사화하면서더러는추동하기도하고더러는추적해왔다.그흐름안에서작가손홍규는도도하리만치본인의소설작법을고집하며묵묵하고도꾸준하게비정규직이나이주노동자,건설노동자등사회의구석지고어두운이웃에시선을고정하고천착하며작품을통해인간성회복을꿈꿔온듯하다.더깊어지고넓어진소설에대한고민을담은「작가의말」에서는그의치열한작가의식을엿볼수있다.짐작건대고단할지언정부단히도전을해온작가손홍규의다음행보는역시참다운사람냄새나는‘소설’일것이다.

문학은인간의마지막희망이다.문학이부서지면세계도무너진다.그러므로잊지말아야한다.문학과비슷해보이는것은문학이아니다.문학만이문학이다.소설과비슷해보이는것은소설이아니다.소설만이소설이다.소설이무어냐는질문에대답하지못한이유는소설을규정할수없기때문이고소설을규정할수없는데소설이무언지어찌아느냐면이렇게말할수밖에없다.아무도소설을규정할수는없지만소설을보기만하면그게소설임을누구나알아본다.아,이게바로소설이구나,하며나지막이감탄하게된다.나는이런말을하고싶었다.내가쓰고싶은건소설과비슷해보이는소설이아니라소설과똑같은소설임을말해주고싶었다.-「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