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소설집)

$18.00
Description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지만
때때로 놀랄 정도로 반복되는 일이야.”
잘 사는 일과 잘 자는 일에 대한 박솔뫼식 감각
생활과 가장 가까운 언어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단편들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하며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박솔뫼의 네번째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여덟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소설집은 독특한 언어와 예상을 뛰어넘는 흐름으로 소설적 재미를 줄곧 선보이며 역시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빛난다. 각각의 작품들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익숙한 나의 집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눈을 떴다는 감각”이 들게 하는 “낯선 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동시에, 낯선 감각 너머로 은근한 “수수께끼 같은 희망”을 전한다. 읽는 이들은 낯섦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눈을 깜빡여 “차차 익숙해지는 사물들을 바라보며”(강보원 해설) 박솔뫼 고유의 유머와 사랑스러움의 세계로 진입한다.

『우리의 사람들』의 화자들은 실제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가능했을 수도 있는 삶의 조건들을 가정해보며, 그 상상대로 살아갔을 누군가의 삶을 그리는 일을 반복한다. 표제작인 「우리의 사람들」의 화자는 친구들이 가기로 했던 숲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반대로 숲에 간 친구들을 상상해본다. 상상 안에서 숲에 간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걷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이곳에 혼자 살고 있는 화자 역시도 어딘가에서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 상상하는 “그런 세계가 있으리라는 것을 깊고 가볍게”(11면) 믿는 일은 소설집 전반으로 이어진다.
저자

박솔뫼

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사랑하는개』,장편소설『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인터내셔널의밤』『고요함동물』등이있다.김승옥문학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등을수상했다.

목차

우리의사람들
건널목의말
농구하는사람
이미죽은열두명의여자들과
펄럭이는종이스기마쓰성서
자전거를잘탄다
매일산책연습
영화를보다가극장을사버림

해설|강보원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독특한상상력과낯선분위기로선사하는재미
돌아오지않는이들의자리를마련하며거기있어도괜찮다고말하는일

「건널목의말」의‘나’는생활을위해말〔言〕을하고서울에서일을하기도하지만,말과추위를힘들어하는사람이다.이런‘나’는‘말을묻는’상상을하게되는데,삽을들고땅을파서말을묻으면,말들도흩어질것이고추위도달아날것이라고믿는다.“아주잠깐이초쯤회사에너무가기싫어서눈물이날것”(44면)같다는화자는차라리‘동면하기’를상상한다.동면을할수만있다면추운시간도넘길수있고후회할말과생활도멈출수있기때문이다.
귀여운상상에웃음이나오다가도공감할수밖에없는박솔뫼식유머는「펄럭이는종이스기마쓰성서」에서도이어진다.소설속화자는꿈속에서여러번등장한말‘스기마쓰성서’에사로잡혀꿈속장소를직접찾아가보기로한다.스기마쓰성서가전시되던곳은부산의한고택이었는데,막상부산에도착하여산책을하다보니꿈에관한것은멀리사라지고만다.때때로잠에서깬뒤에도꿈속세계를계속해서더듬다가도,돌연일상에서들려오는작은소리에현실로돌아온경험이있는우리는다시금소설안에서안도하고공감하며재미를느낄수도있을것이다.
한편「농구하는사람」과「매일산책연습」에서는과거의이야기속에있었던사람들의삶이상상을통해재현되고반복된다.「농구하는사람」은최인훈소설「광장」속인물들,시인김시종과재일교포권희로,영화「약칭:연쇄살인마」의실존인물나가야마노리오의삶을소설로불러와‘다시’쓴다.「매일산책연습」에서는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을일으킨학생들에대한이야기를다시불러와호명하며앞선상상속인물들이‘거기에있었듯’이야기속인물들도“그곳에있음”(강보원해설)을확인한다.
「이미죽은열두명의여자들과」는조금더과감한상상으로나아간다.김산희는열두명의여자들에게“적어도열두번이상”(95면)살해당한다.이미죽었기때문에다시죽을수없는그는,여자들에의해반복된죽음을겪게된다.열두명의여자가아닌다른여자들의죽음역시반복되고그렇기에김산희와같은어떤살인자가살해되는일도반복될수밖에없을텐데,우연히이일에연루된화자는그뒤로계속해서펜이달린수첩을들고다니며그들이거기에있다는것을확인하고자한다.
상상속인물들의삶을‘안다’고확언할수없듯지금여기에살고있는사람들의삶역시안다고말할수없다.「영화를보다가극장을사버림」에서이두현감독은“분명하고중요해보일법한장면들”을의도적으로“프레임밖”(202면)으로미뤄두는데,『우리의사람들』에서박솔뫼역시중요한것으로여겨질만한장면들을의도적으로분산시키는것처럼느껴진다.또다른세계를살고있는누군가가있다고믿지만그의삶을다안다고말할수없는것처럼,우리는어떠한것도중요하다고말할수없다.다가올내일이싫어눈물짓고뜨겁도록따뜻한곳을원하는인물들은소설전반에흐르는묘하고낯선감각에균열을내는역할을하기도하는데,이는그인물들이우리와크게다르지않은‘우리의사람들’이며그들그리고우리가“이곳에있는것은영원하지않지만때때로놀랄정도로반복되는일”(223면)이기때문일것이다.그리하여“여전히같은곳에속해있다는믿음”으로“거기있어도괜찮다고말하는”(강보원해설)박솔뫼의목소리는서로멀어져만가는이시대에시리도록또렷하게들려오며,이것이『우리의사람들』이귀하게읽혀야할이유이기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