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1979년부산에서태어나인천에서성장했다.인하대국문과를졸업하고200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너의도큐먼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주요저서로는소설집『센티멘털도하루이틀』,『너무한낮의연애』,『오직한사람의차지』,『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등이있고,장편소설『경애의마음』,『복자에게』,중편소설『나의사랑,매기』,짧은소설『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
우리가가능했던여름크리스마스에는마지막이기성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기괴의탄생깊이와기울기초아해설|황정아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미세한마음의결을어루만지는환한문장들김금희라는믿음직한세계표제작「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는‘나’가‘기오성’과함께노교수의종택에서족보정리아르바이트를했던3개월동안가까워졌다가이내어긋나는과정을그린다.그관계에는노교수의손녀인‘강선’이끼어있는데,노교수의종택과족보로대표되는세상의질서와위계를대놓고무시하는강선은‘나’와‘기오성’의관계를교묘하게훼손한다.아무것도하지않고그관계에서빠르게물러나버린‘나’는아주나중에야그물러섬이“그렇게해봤자손에쥘게없다는가난한체념”이었을지자문한다.그뒤발견한‘성장’의의미는20대라는한세대에대한정의처럼읽히기도한다.어디에서왔는지도알수없고어디로가야할지도모르겠어서울고싶은기분으로그시절을통과했다는것.그렇게좌절을좌절로얘기할수있고더이상부인하지않게되는것이우리에게는성장이었다.(172면)2000년대초중반에20대를보낸한세대의회고서사는김금희소설의인장과도같다.이번소설집의문을여는「우리가가능했던여름」은대학진학에거듭실패한삼수생‘나’와의대에입학했지만적응하는데실패한‘장의사’가함께보낸패배한여름의풍경을생생하게그려낸다.이소설이특히빛나는지점은그시절을회고하는‘나’의현재에있다.‘나’는지금의젊은세대가느끼는빈곤과무기력을단순화하는자신에게심한부끄러움을느끼며“지금의시선으로그시절을돌아보는일은불가능한것이아닐까”생각한다.각자가지나온시대를낭만화하지않으면서“일산의여름을지켜내는일”을골몰하는이현재의자리에서김금희의소설은언제나새로이쓰인다.「마지막이기성」은유학생‘이기성’과재일한국인‘유키코’의연애와연대가교차하는소설로,서로다른입장으로같은자리에서있었던이둘이한때나마함께했던투쟁을그린다.이투쟁은결국실패로끝나지만‘이기성’은“불안의청춘이미래를상상하며지금으로던진”“마지막진실”을발견한다.「기괴의탄생」은사랑앞에서벌어지는“기괴”한선택을위로하는동시에질타하고싶어하는우리의복잡한마음을,아주매력적인인물을통해보여주는작품이다.학생과불륜을저지르고이혼까지하게된‘선생님’을이해할수없었던‘나’는,이혼하고뉴욕에서귀국했다는직장동료‘리애씨’와속내를터놓으며가까워진다.그두인물을통해기괴한인생의진실을맞닥뜨리려는찰나화자가느끼는고통을섬세하게그려낸다.진실을목도하며성장하는인물의면면은이번소설집에서유독도드라진다.‘나’의이종사촌인‘초아’는집안에서유일하게명문대에입학하며집안에파란을일으켰지만지금은아무것도하지않으며주식투자를할뿐이다.불합리한일에“정당”하게항의할줄알았던‘초아’와오랜만에재회한‘나’는“그시간들의복원이이끌어낸변화”로서,부당하다생각했던일에자신만의방식으로항의하며“스스로에대한정당한대접”을이끌어낸다.SNS에서‘맛집알파고’로유명한옛연인을인터뷰하기위한부산행을그린「크리스마스에는」은한바탕소동같은하루동안의취재를통해비로소‘나’의과거와화해하는과정을따스하고도산뜻하게보여준다.제주부속섬레지던스‘공가’에입주한작가들이모여고장난자동차를수리하는데성공하기까지과정을감동적으로보여주는「깊이와기울기」또한생의의미를발견하는긍정의메시지를독자에게전하는작품이다.책으로묶는작업을하면서다시읽어보니이별한누군가와재회하는내용이많다는생각이들었다.상실은내가처음글을쓰려고했을때부터나를붙들고있던문제이지만다시만나는것이라니,그것은얼핏상처의치유나관계의회복처럼읽을수도있겠지만그보다는결손의확인에가까워보였다.뚜벅뚜벅걸어가장막을확젖혀어느무대를매섭게쏘아보는듯한,하지만거기에서도어떤환하고무른기억들이쏟아져나와그것이지닌에너지에문득손을떨구고마는.그모든것들을무사히소설로쓸수있어서기쁘다.‘작가의말’중에서김금희는과거의상실을그리되그것을미화하거나낭만화하지않는다.이미지나간그시절을기어이현재와연결하여지금우리앞에놓인유의미한진실을발견해낸다.과거의상처를극복하지못한인물이어떤식으로든그것을뛰어넘어“마지막진실”을배우며달라지는모습을보여주는이소설을,특유의날카로운시선으로매번새롭고도아름다운장면을만들어내는이작가를,우리는믿지않을도리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