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타인의 집

$14.00
Description
짧고 대담하고 강렬하다!
바로 지금, 손원평이라는 렌즈가 담아낸 뒤틀린 세계의 파편
80만 독자가 사랑한 『아몬드』 작가 손원평의 첫번째 소설집
2017년 화제의 데뷔작 『아몬드』(창비)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단숨에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손원평의 신간 『타인의 집』이 출간되었다. 주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만나온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소설집이라 더욱 반갑다. 이런 이번 소설집에는 작품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부터 2021년 봄에 발표한 최신작까지,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가장 먼저 천착한 고민들이 5년의 궤적으로 오롯이 담겼다. 전셋집의 불법 월세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부동산 계급 구조를 씁쓸한 촌극으로 풀어낸 표제작 「타인의 집」을 비롯하여, 근미래의 노인 수용시설 속 할머니와 이주민 ‘복지 파트너’의 불편하고도 아슬아슬한 우정을 다룬 SF 「아리아드네 정원」, 『아몬드』의 외전 격의 소설 「상자 속의 남자」 등 단편 특유의 호흡과 한계를 뛰어넘는 서사로 빛나는 여덟편 모두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한 사람의 내면이 작게 어긋나는 순간부터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까지, 다채로운 이야기에 매혹되고 나면 손원평이라는 이 믿음직한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타인의 집』은 창비 독서 체험 플랫폼 ‘스위치’ 에디션 예약 판매를 통해 색다른 표지가 선공개되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동네서점을 통해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저자

손원평

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에서사회학과철학을공부했고한국영화아카데미영화과에서영화연출을전공했다.2001년제6회[씨네21]영화평론상을받았고,2006년제3회과학기술창작문예공모에서「순간을믿어요」로시나리오시놉시스부문을수상했다.「인간적으로정이안가는인간」,「너의의미」등다수의단편영화각본을쓰고연출했다.첫장편소설『아몬드』로제10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하여...

목차

4월의눈
괴물들
zip
아리아드네정원
타인의집
상자속의남자
문학이란무엇인가
열리지않은책방

해설|전기화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이미일어나버린일에만약이란없어”
다시는그전으로돌아갈수없다는명백한진실

표제작「타인의집」은회사에서도잘리고월세인상으로살던집에서쫓겨나다시피한청년‘나’가“역세권,스세권,슬세권”인대단지아파트전셋집셰어하우스에불법월세입주자로들어가면서일어나는이야기를그리고있다.마치‘네이트판’에서볼것같은사소한갈등들이입주자들사이에서일어나는와중에집주인의갑작스러운방문전,불법으로거주하고있다는사실을숨기기위해입주자들은밤새방의구조를바꾸고,어설픈연극을준비하며동분서주한다.하지만다음날낯선사람들과함께방문한집주인으로부터집을내놓았다는소식을듣게되고,‘나’는거취의“운명”이다시금다른사람에게넘어가는비참한현실을체감한다.시종일관가성비와자본주의의원칙을개똥철학처럼읊고다니는‘쾌조씨’나건당50원을낼테니‘나’의개인화장실을사용할수있도록부탁해온‘재화언니’와의일화등실감나는인물과사건들은우스꽝스러워더욱씁쓸하다.
이처럼느닷없이찾아온비극과문제앞에서소설집『타인의집』의주인공들은송두리째흔들리는삶을한순간일그러지는얼굴을통해그대로내비친다.불안한표정을기점으로결말까지내내터질듯한긴장감으로가득한채전개되는이야기들은작가특유의서늘한문장과만나마치한편의스릴러영화를보는듯한서스펜스를선사한다.「zip」에서남편그리고아들과딸,누구보다평범한‘정상가족’의충실한아내이자어머니로살아온‘영화’의일상을뒤집은것은남편‘기한’의한마디였다.“어차피그여자는몰라.”그전까지탈출을꿈꾸기도했지만마음을다잡으며살아온영화는너무도강력한이말을엿듣기전으로는돌아갈수없어지고,점점들끓어가는마음을가진채영화는깊이를알수없는미분양아파트단지의인공호수앞에서기한을향해참아왔던말을꺼낸다.
“아빠를,죽일거야.오늘,저녁.우리손으로”라는쌍둥이아들의충격적인메모를몰래훔쳐본「괴물들」의‘여자’역시마찬가지로무너져가는얼굴로불안한하루를보낸다.설마그럴리가없을것이라고애써생각하면서도여자는자신을엄마라는호칭으로“잡아먹”은아이들이아빠를죽였을지도모른다고진심으로걱정하는것이다.신경질적인여자의말과행동으로독자들마저아이들이실제로남편을죽였을지도모른다는끝없는초조함에휩싸일때이야기는더욱더충격적인결말로나아간다.


삶이한순간얼굴을바꾸고찾아올때
부서지고나서야비로소가능한존재의방식

한편이비극은어느날갑자기찾아온작은균열에서비롯된듯하지만이미세한균열은한인물의내면에,관계나가족혹은우리사회곳곳에서이미뒤틀리고망가져이미그무너짐을예고하고있었다고작가는말하는듯하다.특히“스스로를구해낼수있기를기도하는한사람의구체적인얼굴과그와점점멀어지면서눈에들어오는세계의조감도”를그릴때손원평의“위선도위악도없는담백한서술”(해설,전기화)은유감없이발휘된다.
「아리아드네정원」은노인인구가전체인구의절대다수를차지하는멀지않은미래의노인수용시설을배경으로한SF소설이다.‘민아’는A등급에서점점떨어져D등급유닛인‘아리아드네정원’에서생활하고있다.자신이그리던노후와는전혀다른모습이지만,죽음을증명해줄가족이없어‘안락사’라는인도적인죽음도허락되지않은그에게단하나의즐거움이있다면‘복지파트너’인이민자청년‘유리’와‘아인’의방문이다.이야기가전개되며너그럽고다정하게만보이는민아가유리와아인과의관계를소중히생각하는진짜이유와함께민아의이민자혐오가점차누설되고,유리와아인은오늘을마지막으로자신들이해고되었으며이제자국민청년들과함께‘세금을좀먹는’노인만을위한유닛의폐지를주장할것이라말한다.
‘민아’의안타까운사연으로시작하는소설은분열적이고흔들리는목소리를고스란히따라가는가운데저출생,고령화및이민자문제,세대간대립,1인가구에대한차별,청년세대의박탈감및노년세대에대한혐오등우리사회가직면한문제적쟁점을우리에게다시금확인시키듯여과없이펼쳐보인다.한순간에현재한국사회의조감도로그리고곧다가올디스토피아적미래로확장되는이너무도익숙한풍경들은공포라고불러도틀리지않을감정을자아내며지금우리의민낯을직시하는일이필요하다고말하는듯하다.


현실을정면으로응시하려는의지와
인간에대한다정한연루의장력사이
손원평의소설이쥐고끝내놓지않는감각

「상자속의남자」의‘나’는상자같이딱딱한마음을지니기위해애쓴다.위험에처한아이를구하다가불의의사고에휩쓸려식물인간이되어버린형을보고,그어떤호의도세상에베풀지않으리라결심한것이다.하지만어느크리스마스이브,끔찍한살인사건의목격자가된‘나’는사건이후로그때아무것도하지못했다는죄책감에시달린다.‘나’가조금부드러운마음을가질수있게된건좀더시간이지나한여자의목숨을구하는일에손을보태면서다.한소녀와함께아파트화단에쓰러진여자를구하며“살아났으면좋겠다”고간절히외치고나서야‘나’는소녀가예전에형이구해준아이라는것을직감한다.
작가의전작『아몬드』의연속성위에서읽을수있는이작품은“세상이더나쁜곳이되지않도록붙드는것은다름아닌‘서로’라는믿음”을『아몬드』와공유하며순수한선의와연대의가능성을묻는다.늘현실을“제대로응시하려는의지와인물에대한다정한연루의장력사이”(해설)에서진동해온손원평의소설이기에섣부른낙관이나손쉬운냉소를넘어도달한소중한결론일것이다.서늘하고도다정한표정으로우리앞에손원평이라는세계가또한권의책으로놓였다.한장한장페이지를넘기고“세계의요철을직시하는일과타인의손을맞잡는일이동일하다는단단한실감”(추천사,백수린)을손에쥐어볼수있기를바란다.



<책속에서>

눈이쏟아질것같은수상한날씨였다.우리는까페에앉아있었다.그건아내가“집에서얘기하면미쳐버릴것같으니까”라고말했기때문이다.(「4월의눈」,8면)

하루사이에아이들은제고치를뚫고나와허물을벗은것같았다.몹시어려보이고또몹시늙어보였다.문득환영처럼두아이의얼굴에오래된얼굴이스치고지나갔다.영겁의세월을거치고아비어미를통과해여자의몸을갈라낸두개의얼굴이열일곱의나이를지닌채눈앞에앉아있었다.
여자가천천히숟가락을들어미역국을입으로가져갔다.짭짜름하고미끌미끌했다.한숟갈두숟갈.잘도넘어갔다.알수없는기분이몸의구석구석으로가지처럼뻗어나갔다.새로태어난것같았다.(「괴물들」,66면)

영화는대체로‘집’이라는단어를들으면묘한전율을느꼈던것같다.그전율은척추끝에서시작해등줄기로뻗어올라가머리를달구는동시에팔뚝에쫙소름이돋게했다.그말은그것이지칭하는뜻을모두담기엔너무깔끔하고짧았다.짧지만힘주어발음한뒤재빨리입이앙다물어지는것도마음에들지않았다.(「zip」,68면)

고개를주억거려귀기울이는척하면서도그녀는다른생각을하고있었다.그래도젊음은그자체로살아있음이아니던가.내게저젊음만있다면뭐든할수있을텐데……
민아의생각을눈치채기라도한듯유리가민아를물끄러미응시했다.
“가장답답한건젊다고뭐든할수있다고생각하는어른들이에요.젊음은불필요한껍데기같아요.차라리몸까지늙었으면좋겠어요.남아있는희망도없이긴시간을견뎌야한다는건절망보다더한고통이니까요.”(「아리아드네정원,124면)

창을통해쏟아지는햇살이화장실앞까지뻗쳐들어왔고그덕분에화장실은물기하나없이빛났다.방이비어있으면다른동거인들이화장실을쓸법도한데흔적이전혀느껴지지않는데다변기물마저얕게말라있었다.
―이화장실은아무도안쓰나봐요?
―그건지금살고계신분들의계약사항엔포함이안돼있어서요.아시죠,자본주의.
쾌조씨가웃었다.(「타인의집」,144~45면)

―뭘그렇게보니?
뭐라고운을뗄까하다말을던졌다.
―사람들요.
아이가짧게답했다.
―사람들?
―네.궁금해서요.다들무슨생각을하고살아가는지.
아이가잠깐말을멈췄다.
―할머니가돌아가셨어요.엄마는아직살아있지만죽을수도있겠죠.살아나도사는게아닌상태가될수도있고요.
높지도낮지도않은담담한어조였다.가족의비극을이야기하는십대소년의말투치고는지나치게차분했다.나는아이를위로하고싶었지만이렇게크나큰일을겪은이에게해줄수있는말이쉽게떠오르지않았다(「상자속의남자」,186~87면)

이제보라는자신이부끄러워하던웹소설이인기있는이유를알수있을것같았다.동시에안개속에잠겨있었던소설의결말도점차윤곽을드러내가고있었다.결국자신이글을쓰려고하는이유는삶그자체때문이었다.죽음따위는상관없다는듯이어지고야마는삶.어둠을갈라내는빛.보라가가진힘은불행을연료삼지않고그런이야기를하는데있었다.그러므로그녀는더이상자신에게없는것을동경할필요가없었다.(「문학이란무엇인가」,233면)

큰도시속작은동네의어느구석진모퉁이에열리지않은책방이있었다.책도팔고마실것과간단한음식도파는곳이었다.물론열리지않은책방이라는건주인이책방을열기전까지를말한다.열리지않은책방안에는책방을열기위해준비중인주인이있다.주인은열린후의책방도좋아했지만열리지않은책방도좋아했다.사실대로말하자면홀로있는시간을가끔씩은더사랑하기도했다.
어느날열리지않은책방안으로누군가가들어왔다.문은벌컥열렸지만발걸음은단호하지않았다.주인은문을잠가놓지않은것을후회하며말했다.
―아직열리지않았습니다만.(「열리지않은책방」,238면)


<추천사>


손원평의첫소설집을읽어나가다보면드러나는것은불투명한장막아래감추어져있던세계,진실,타인의이면이다.그것들은갑작스럽게마주하는남편의영정사진처럼서늘하고,이세상에내가살곳이란끝내‘타인의집’일뿐이라는자각처럼초라하다.하지만끝까지다읽고난후나는이세계가그런것들로만이루어지지는않았음을느끼게됐다.우리의삶에는그럼에도작은빛이숨어있다고,그것은희미하지만분명히존재한다고.섣부른위안을말하는소설은결코아니다.그러나이소설집엔“겨울도봄도아닌계절이뒤숭숭하게펼쳐져있”는풍경속에서도환대의가능성을꿈꾸며타인과서있는사람들이있다.현실이아무리고통스럽더라도우리를가두는좁은상자밖으로손을펼쳐보이게만드는작은빛을품은사람들.손원평의매끄러운서사에한껏매혹되고나면세계의요철을직시하는일과타인의손을맞잡는일이동일하다는단단한실감에이르게된다.
백수린소설가

안전하고무사하다는느낌을얻을수있으리라는기대로잘못내리는판단들이있다.그결과를,우리는간신히살아간다.손원평작가의첫소설집에수록된작품들을읽다보면‘죽음을생각하라’(mementomori)는말이떠오르며,무엇을냉소하지못하는사람들의절박한연민이마음에묵직하게남는다.전작『아몬드』의외전격인「상자속의남자」도실려있는데,작품이다루고있듯이뉴스에서매일접하는사건사고,죽음들을어떻게대해야할지『아몬드』의연장선에서말해주는듯한이야기다.“이미일어나버린일에만약이란없어.”뒤를돌아보기만하던사람이마침내시선을앞으로돌리는순간은언제봐도후련하다.
이다혜『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