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애 - 소설Q 11 (양장)

완벽한 생애 - 소설Q 1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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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지막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말……”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조해진
완벽할 수 없는 우리 생애를 감싸안는 따스한 소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에 이어 지난 2019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조해진의 신작소설 『완벽한 생애』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한번째 작품이다. 직장을 돌연 그만두고 제주로 향하게 된 윤주, 윤주의 제주 생활 동안 그의 방을 빌리며 한국여행을 하게 된 시징, 꿈을 접고 신념을 작게 쪼개기 위해 제주로 이주한 미정의 이야기가 다정히 주고받는 편지처럼 이어진다. 삶에서 잠깐 스쳐갈 뿐인 타인에게 ‘방’을 내어주고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주며 “필연적으로, 그렇지만 그림자처럼 은근한 방식으로”(발문 최진영) 연결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불완전하게 흔들리는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 있음’의 증인”(작가의 말)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단단하고 따스한 희망을 품게 하는 소설이다.
저자

조해진

1976년서울출생.200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중편소설「여자에게길을묻다」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장편소설『한없이멋진꿈에』,『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환한숨』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

목차

1부2020년1월과2월
윤주
시징
미정
윤주
시징
미정
윤주
시징

2부2021년4월과5월
미정
편지들

발문|최진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낯선공간,낯선사람들사이에서
비로소마주하게되는‘진심’

직장에서참을수없는모욕을당하고바로그자리에서도망친뒤표류하는배처럼하루하루를보내던윤주는,일년만에전화를걸어온미정에게“실직자가되어거리를배회중이라고”털어놓게된다.“이참에제주에놀러오라”는미정의제안에윤주는선뜻제주행을결심하게된다.제주는십년전,이제는헤어진옛연인인선우와여행계획만세워두고끝내가지못했던곳이다.제주에머물기로약속된기간은그리길지않았지만윤주는자신의방을렌털사이트에등록해둔다.현실적인문제들은윤주를다시금서울로불러들이겠지만,그는“다시는서울로돌아가고싶지않다는마음”으로자신의방을타인에게대여하기로결심한다.그런윤주의방을사이트에서발견한시징은방을빌리고빌려주는사이에서는나누기어려운친밀한말들을담은메일을보내온다.윤주의방이있는영등포는시징의연인이었던은철의고향이다.홀연히곁을떠난은철이영등포어딘가에서웃고떠들고자신과의추억이담긴홍콩에대해늘어놓고있을것만같아,시징은“희박한가능성의우연”에기대어영등포의윤주의방을놓치지않으려고했던것이다.한편윤주를자신이지내는공간으로초대한미정은제주신공항건설을반대하는활동가로살고있다.미정은사회를위한옳은일을해보겠다는커다란신념을가지고있던사람.그신념에금이가기시작했을때미정은모든것을뒤로한채제주로내려와“신념을작게나누는절차”를밟게된다.
소설은이렇듯인물들이각자의생애가기반을두고있던견고함에서도망치며시작된다.윤주와시징그리고미정은자신이발을디딘삶에서벗어나‘타인의방’에머물며,그곳에서너무도거대하고아름다워서오히려고통이되었던사랑과신념을작게조각내는일을기꺼이시도한다.어느날갑자기떠나간은철과의이별을받아들일수없던시징은오랜시간“과거속에서현재”를살아야했다.출장차방문한서울에서의짧은일정에도은철을찾아헤매며영등포구석구석눈길을보내던시징은,윤주의방에서보내는시간동안마침내은철에대한마음을정리할수있게된다.베트남전에참전해민간인에게총과칼을들이댔을지도모르는아버지를둔미정은,자신이옳고그름에대한확신아래판결을내리는법조인이될수있는가끊임없이물었다.그과정에서커져버린내면의갈등은미정을제주로도망치게만드는데,미정은제주에서머무는동안자신이“언제까지라도”지키고싶었던것들을내려놓고가벼워지는연습을하게된다.늘발버둥질해왔지만그렇게버텨온자신의생애가타인에의해너무도쉽게비웃음거리가될수있다는사실에무너졌던윤주는,제주에서미정과지내며그리고시징과편지를주고받으며마침내자신과화해할수있게된다.이처럼소설속인물들은“익숙한일상에서는기만이나거짓으로모른척했던진심”(발문)을비로소제대로마주한다.‘낯선공간’과‘낯선사람들’이익숙함을흐트러뜨릴때,그제야비로소고개를내미는솔직함을놓치지않는다.

“우리는모두여행자라고,
이행성에잠시머물다가는손님일뿐이라고요.“

삶은완벽할수있을까.아름다운사랑과견고한신념을지켜낸삶은,완벽하다고말해도되는것일까.그전에다시물어야할것이다.삶은완벽할필요가있는가.헤어진연인인선우를찾아간윤주는멀찍이서그의“무방비한행복”에빠진얼굴을보고는문득떠올려본다.윤주와선우가연인일때도그가그토록행복해한적이있었는가.곧윤주는물음을거둔다.선우는“그저그의생애에서는필연적인과정을밟고있”을뿐임을깨달았기때문이다.그리고윤주는안다.자신의생애에도지나가야만하는어떤과정이분명히있으리라는것을.여행지에서종종마주하는예상치못한장면들처럼,우리삶에도무수히어긋나고다시맞물리는장면들이있을뿐이라는것을.
우리는자신의생애속장면들을때로아름답게기억하기도하고때로“망각의영역”에보관하기도하며각자의여행을해나갈것이다.“만났다가멀어지기도하고,멀어졌다는사실조차모른채걷다가뒤늦게혼자라는것을깨닫기도하고,멀어졌지만우연의힘으로나마다시만나기를바라기도하고,멀어지지않도록노력하면서오래도록나란히걸어가기도”하며“그과정에완벽함이란없”(발문)음을깊이새기면서.가끔주저앉아숨을돌릴때,완벽하게살아내고싶은데그럴수없음에좌절할때,이소설은‘괜찮다’말하며곁을내어줄것이다.방문을열어그안에머물게하고또한다시떠나갈힘을전해주기도할것이다.
지난작품들에서도꾸준히‘곁’의자리를마련해온작가조해진은이번소설에서역시시선을타인에게로돌리며누군가를위한자리를마련한다.『완벽한생애』속인물들은각자비정규직문제,제주신공항건설을비롯한난개발문제,홍콩시위,베트남전,세월호참사등시대의역사와현실속아픔을겪고여전히그안에서살아간다.소설은인물들의생애를통해각자가지닌상처들을담담히그려내며,그럼에도훼손되지않는것들에대해이야기한다.“혁명은끝나도혁명의방식은남는다는믿음”으로.“타인과자신을돌보지않는신념은텅빈집념”이될수도있다는작가의말을따라우리는조해진이마련한타인의자리에발을디뎌볼수있겠다.그자리에서비로소볼수있는것,“언제시작되었는지알수없고어디로가는지도확신하지못하는이생애의한가운데”에서가만히어깨를기댈수있는사람들의얼굴을떠올리며,이제그의자리를마련하는일을시작해볼수도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시징은성인이된이후로친구나동료의집을방문한적이없었고그들을자신의집에초대한적도거의없었다.은철을제외하면시징의공간에배어든냄새가남들의것과어떻게다른지아는사람은아무도없는셈이다.시징이어떤자세로잠을자고나쁜꿈에서깼을땐어떤얼굴을하는지,별다른습관은무엇이고무방비의자세는어떠한지,평소보다우울하거나고독할땐무얼하며시곗바늘의균등한간격을견디는지,그모든것을아는사람은육년전이나지금이나은철뿐이었다.(24~25면)

미안한동시에,그미안함뒤에안전하게숨어있고싶은마음도부정할수없었다.어떤미안함은편리하다는것을문영이알까.누군가를향한복합적인감정둘레에벽을쌓아서자신에대한의심과혐오그리고열등감을사전에차단하는그런미안함도있다는것을.(33~34면)

기회가와서잡았을뿐이고애정을갖고노동했으며그노동의대가로돈을받아꾸려졌던삶……평범해보이지만그평범함을유지하기위해늘바빴고발을동동거리며뛰어다녔는데,이세계에선그런삶이언제라도비웃음의대상이될수있다는것이윤주를무기력하게했다.(54면)

은철을만나면서부터시징은식탁에마주앉아함께요리한음식을나눠먹고서로의몸을만지며잠드는하루하루만으로도,그러니까열망이나격정없이도사랑이완성될수있다는것을배우게됐다.그것만으로,사랑의경험만으로도충분할줄알았다.한번만,단한번만이라도사랑을하게된다면그추억이보호막이되어덜다치고덜부서지며살아갈줄알았는데,막상그사랑이끝나고나니생애는사랑의경험이없을때보다훨씬더지루한연극이되어버렸다.(72~73면)

궁금하기도했다.그끝을확신할수없는신념은애초에갖지않아야자신을지킬수있는것일까.어째서고민을거듭하고애쓰며투신할수록생애는엉망이되는것인지,미정은진심으로궁금했다.(85~86면)

긴이야기가시작될것이다.윤주는이내미정맞은편에앉았고,그이야기가어떤순서로전해지든마지막말은이미정해져있다고생각했다.그러니까,너의잘못이아니라는그말……그러고보니그말은시징에게메모를쓸때미처적지못한문장이기도했다.윤주는이제야그말을듣게될것이다,그누구도아닌자기자신으로부터.당분간은그말에기대어무서움없이살아갈수있을것이고,지금은그것으로충분하다고윤주는믿고싶었다.저편의미정은이미들을준비가되어있다는듯,하염없이윤주를건너다보고있었다.(101~102면)

시징,근데그거알아?이아파트에처음왔을때말이야,몇년전에미술관에서본그림이떠올랐어.밀밭을혼자걷는사람을그린풍경화였는데,그림에는걷는사람의뒷모습만나오는데도나는그얼굴을본것만같았지.시징,너무혼자있지마.생애의끝을미리가정하지도마.사실은네게꼭하고싶은말이었어.(111~112면)


추천사

『완벽한생애』는섬처럼떨어져있는사람들의이야기다.검은밤각자의등대빛이서로에게가닿는찰나에관한이야기,각자의자리에서서로의완벽한생애에빛을더하는이야기,그빛의고요한위안을전해주는소설이다.또는이렇게말할수도있을것같다.『완벽한생애』는섬처럼떨어져있는사람들이각자의자리에서광활한밤하늘의별을함께바라보는소설이라고.우리는떨어져있지만별은우리사이보다훨씬멀리있기에그곳의당신과이곳의내가바라보는별의크기도밝기도다르지않다.우리는헤어졌지만동시에같은것을바라보기도한다.희망도기억도추억도아닌현재에당신은있다.나는다시생각한다.이별이란대체무엇인가.

그것은이제이곳을떠나겠다는각오.
돌아가지않겠다는다짐.
자립.
어제의문을닫고내딛는오늘.
나없는당신의행복한생애를기원하는마지막기도.

한편으로이별은,이렇게도멋진일이다.

최진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