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해운대 (오선영 소설집)

호텔 해운대 (오선영 소설집)

$14.00
Description
“인부산 하고 싶다, 인부산.”
생활의 도시 부산, 쌉싸래하면서도 달달한 젊음의 이야기
예리한 감각과 활력 있는 문장으로 빛나는 오선영 두번째 소설집
201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제9회 평사리토지문학대상, 제10회 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 등을 받으며 입지를 다져온 소설가 오선영의 두번째 소설집 『호텔 해운대』가 출간되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발표한 일곱편의 작품을 엮은 이번 소설집은 부산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서울’이 아닌 ‘인부산’을 하고 싶어 하는 공시생, 지역작가로 불리며 자비출판의 씁쓸함을 견디는 소설가, 부산에 살면서도 해운대 한번 놀러 가기 어려운 사회초년생, 지방대학 출신 시간강사까지. 오선영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삶 속에 스민 아픔을 짚으며 우리 사회 보편의 문제를 다룬다.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와 위로”를 주는 한편 “문제가 여전히 지속된다는 점에서 그 변화 없음에 대한 한계를 직면”(해설 박혜진)하게 하는 이번 작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동시에 각자가 서 있는 곳의 위치와 그 위치를 만드는 구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저자

오선영

2013년부산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의내력』,산문집『나의다정하고씩씩한책장』등이있다.제9회평사리토지문학대상,제10회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을받았다.

목차

호텔해운대
우리들의낙원
다시만난세계
후원명세서
지진주의보
도서관적응기
바람벽

해설|박혜진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부산이고향이라니까,창문만열면바다보이는줄안다니까.
그니까니도그딴거묻지말라꼬."

『호텔해운대』속소설들은대부분부산을배경으로한다.오선영은근래어느작가들에견주어보아도지역의숨결을작품안에생생하게담아낸다.‘인서울’을꿈꾸는친구들사이에서도자신이뿌리내리고있는부산에정착하고싶다며‘인부산’을말하는고시생,부산사람에게돼지국밥먹어봤냐고묻는것은실례이자진부한표현이라고말하면서도비싼레스토랑의메뉴판을접고“누가뭐라캐도부산사람한텐국빱이최고제”를외치며돌아서는사회초년생(「호텔해운대」),사업을접고서울의집값에밀려부산으로거처를옮겼어도서울깍쟁이인척하는부모와롯데월드나63빌딩과같은서울의화려한단어들로학교에서권력을갖게되는딸(「우리들의낙원」),유명작가가되고싶으면부산을벗어나서울에서작가활동을해야한다는말을들으면서도또다시부산행열차에몸을싣는소설가(「바람벽」)등등.부산사투리를맛깔나게구사하는소설속인물들이가깝고친근하게느껴지는이유는,생활의중심이어디든독자들이공통적으로느낄만한삶의고민을실감나게대변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학교와직장에서대중교통으로한시간이넘지않는곳에서살고싶은마음,가끔은고급호텔로호캉스를떠나고싶다는푸념,떨어질줄모르는전셋값속에서자꾸만도심에서멀어지는거주지,화려한단어들로채워지는친구의인스타그램속해시태그를볼때면불쑥솟아오르는경멸과부러움은대다수의삶에익숙함으로스며있다.
오선영은한발더나아가시간강사,저소득층아동후원,비정규직,산업재해,부동산,실업,대학내성폭력,인터넷커뮤니티등의다양한문제를세심하면서도재치있게소설곳곳에녹여낸다.몸담고있는대학에서성폭력사건이발생해피해자와연대하는성명서에이름을올린시간강사희정은‘반대’세력의타깃이되어‘다음학기피해야할명단’에오르고만다.같은성명서에서명을했어도남성인정규직교수는명단에서제외된다.자신의수업에들어오는학생들의얼굴을떠올리며괴로워하던희정은문득이십대초반에만났던유리언니를떠올린다.유리언니는여성운동동아리활동중교문에서콘돔을나누어주다가신상정보가인터넷에공개되며잠적한다(「다시만난세계」).한편「후원명세서」의윤미는어릴적우연히저소득층아동후원TV프로그램에출연했던경험으로특별전형으로사회복지학과에가게되고이후자연스럽게아동후원단체에취업하게된다.“분수를알아야”한다는엄마의말에늘자신이원하는것보다는타인의시선이요구하는것을따랐던윤미는,후원자에게자신이가지고싶던한정판운동화의이름을말한후원아동의사연을듣고자신이흘려보냈던어린시절을떠올리게된다.그런가하면「지진주의보」는무심코지나쳤던흔들림과지진경보가마트에서판매직으로근무하던엄마의죽음을불러오는데서시작한다.
이렇듯오선영의소설들은부산특유의이미지를선명하게그려내면서도우리사회곳곳에서오래도록해결되지못했던문제들을하나하나짚어낸다.어느날갑자기사라진언니들의이름을기록하고,당연히지켜져야할안전수칙이지켜지지않아허망하게잃은존재들을호명하며,쉽게훼손되고조롱되는가치들을돌려놓으며그것들의자리를지켜낸다.그이름과자리는멀지않다.오선영의작품은언젠가잃어버렸던각자의이름혹은그리운누군가의빈자리를불러내며뭉근하게오래도록힘있는여운을전한다.부산앞바다가물씬떠오르는이소설이남기는‘짠맛’은언제고우리의입안을맴돌았던삶의비린맛과다르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