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잠과는 무관하게(큰글자도서) (강성은 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큰글자도서) (강성은 소설)

$20.00
Description
“그는 그날 잠에서 내렸을까
아니면 여전히 잠 속에 있을까“
시인 강성은의 낯설고도 아름다운 첫 소설
위안과 안심과 단잠의 세계로 이끄는 매혹적인 이야기들
네권의 시집을 출간한 데 이어 201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시인으로서의 입지와 독자층을 단단히 다져온 작가 강성은이 놀랍고도 반가운 첫 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를 펴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두번째 작품이다.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몽환적 분위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 그려낸 열네편의 이야기들은 긴 시처럼 동시에 짧은 소설처럼 이어진다. 소설은 현실과 꿈의 경계가 혼재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다. 인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거나, 목적지를 잃고 계속해서 잠에 빠지고, 어느 날 불현듯 사라지는가 하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건물에서 헤매거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다. 소설은 단지 꿈속에 머물지 않고 자꾸만 현실로 되돌아오며 또한 다시금 비현실로 향하는데, 이 모든 꿈결 같은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나아가는 삶”(발문 김나영)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소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명히 펼쳐내, 마치 누군가의 꿈과 잠의 세계로 들어가 걷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강성은

姜聖恩
2005년『문학동네』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구두를신고잠이들었다』『단지조금이상한』『Lo-fi』『별일없습니다이따금눈이내리고요』가있다.2015년『더멀리』에단편소설을발표한후느리게소설을쓰고있다.

목차

버스정류장
나무위에있어요
의자도둑
겨울이야기
사라진다는것
공동주택
겨울오후빛
계단
덤불이있던언덕
잠수교가잠기는날에는
울지마세요
구멍
전화벨이울렸다
나의잠과는무관하게

발문|김나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디로흐를지알수없는삶속에
꿈으로,꿈이아닌것으로존재하기

강성은의소설은낯설고아름다운동시에어딘지모르게쓸쓸한장면속으로독자를초대한다.어두운밤인적이드문교외의버스정류장,두여자가버스를기다리고있다.잠시뒤,한발엔슬리퍼다른발엔구두를신은여자가황급히달려와막차가끊겼는지묻는다.세여자는오지않는버스를기다린다.그중모자를쓴여자는실은자기가버스기사라고말한다.잠시세워둔버스를잃어버려기다리고있다고(「버스정류장」).소설에서사라지고달아나는것은버스뿐만이아니다.잠든아이를곁에두고문득창문을바라봤을때,아이는어느새나무위에올라가언젠가잃어버렸던고양이와함께있다(「나무위에있어요」).마을입구에주인없이놓여있던의자들은어느날한꺼번에사라지고(「의자도둑」),어젯밤들어온기억이분명한건물의출구는다음날흔적을찾아볼수없다.그저출구를찾아끝없이계단을걷고걷게될뿐이다(「계단」).피아노소리가울려오는아랫집에찾아가샅샅이뒤졌지만피아노는끝내보이지않고,집으로되돌아오면피아노소리가다시퍼진다(「공동주택」).냉장고가없어졌다고하소연을해보고(「사라진다는것」)언젠가벽이되었던적이있다고고백해보아도끝내타인의믿음을얻을수는없다(「겨울오후빛」).아이들이사라진자리에는신발만이남아있고대신발견된것은실종된아이들의수에꼭맞는노인들의시체이다.실종아이들을찾고노인들의시체를수습하던파출소에는전화가걸려온다.버스를잃어버렸고의자가없어졌다고(「전화벨이울렸다」).
이모든이야기는현실인가,비현실인가.꿈속의이야기일까,꿈밖의이야기일까.강성은의소설에서현실과비현실그리고꿈속과꿈밖을나누는일은무의미하다.두세계는서로섞이고스치며동시에존재한다.현실을사는인물은동시에비현실을살게된다.달리말할수도있다.현실에서죽은인물은비현실에서는살아갈수있다.반대도가능하다.꿈속에서잠든인물은꿈밖에서깨어있고,깨어있을때잃어버린것은잠들어있을때되찾을수있다.소설은“지금여기의우리가볼수없고느낄수없고영영알수없더라도어느때어느곳에분명하게존재하는게있다고믿어보는일”이가능하다고말한다.그러면서질문하게한다.우리가지금여기서마주하고있는현실은무엇인가.현실이라고굳게믿어왔던것들은해체되고비현실이라고여겼던것들은현실처럼생생히눈앞에있다.과연이것은소설속에서만벌어지는일일까.강성은의이야기들을따라가다보면문득이모든현실적이고비현실적인장면들이실은우리삶을이루는“크고작은부분들”임을깨닫게된다.“현실의엄연함이라는게있다면그것을가능하게하는조건은누구도그자신이처한그현실을제대로알수없다는것을인정”(발문)할때우리는비로소각자의삶을똑바로마주할수있게되는것이다.

“대부분은잊을테지만
어떤사람에게는영원히남을수도있죠”

소설속인물들은당혹스러운삶의장면을앞에두고묻는다.“이거혹시꿈일까요?아까부터계속꿈을꾸는기분이에요”(「전화벨이울렸다」)“정말나한테무슨일이생긴건아닐까”(「겨울이야기」)“사라지는건죽는것과어떻게다를까”(「사라지는것」)그러면서도이내“이런밤이처음이아닌것같”다고“반복되는꿈속에있는것”(「겨울이야기」)같다고말한다.이들의대화가낯설지않은이유는우리의입을통해서도같은말이자주반복되기때문일것이다.소설속인물들이느꼈던당혹스러움은우리가삶을살아가면서느끼는감정과다르지않다.삶은언제나알수없는곳으로흐르고,우리는내일지구가멸망한다는뉴스를들으면서도연말을기념하는케이크를사러가기도한다(「나의잠과는무관하게」).강성은이꿈처럼펼쳐놓는이아름답고이상한이야기들은결국“아무것도모르는채그저나아가는”우리의삶을말하는또하나의방식이다.알아챌수없을만큼작은기척으로,아주미세한틈사이로지나간삶의어떤장면들을“되돌려주목하고기억”한다.그장면속에서잊혔을존재들에게그들의목소리를돌려준다.그리고이야기를통해그목소리를들을누군가에게“지금여기의우리가볼수없고느낄수없고영영알수없더라도어느때어느곳에분명하게존재하는게있다”는믿음을전해준다.그믿음은“위안과안심과깊은잠의세계”(발문)로빛을비추고,그리하여도달할강성은의꿈과잠의세계는따스하여현실에서울고있는누군가의어깨를토닥일수도있을것이다.“믿을수없이지나”가고“지나가지않는”(작가의말)소설속인물들의시간을함께통과하는동안우리는우리의시간역시믿을수없이지나가고지나가지않음을다시금깨닫고,그깨달음에서오는작은위로를얻을수도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