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김숨 소설집)

국수 (김숨 소설집)

$14.00
Description
다시 만나는 김숨 소설 미학의 한 정점
국수처럼 질긴 가족이라는 인연, 그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성찰
* 창비에서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입증해온 소설가 김숨. 가족의 의미와 그 관계의 틈을 특유의 강직함으로 집요하게 묘파해냈던 소설집 『국수』를 8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기존 책에 실린 단편 9편 중 3편을 덜어냈으며, 세심한 손끝으로 문장을 꼼꼼하게 손본 뒤 작품 순서도 다시 배치함으로써 각 작품이 점한 위치와 색깔을 좀더 뚜렷하게 정립했다.
국수처럼 질긴 가족의 인연을 놀라운 디테일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는 가족관계 이면에 깔린 불안한 정서를 다소 비현실적인 색채로 드러내지만 리얼리즘 소설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 성찰의 결과로 가족이 착취의 제도일 뿐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작가는 때로 따듯한 국물에 풀어진 부드러운 국숫발처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한다. 고독으로 인한 내면적 혼란을 겪는 인물들을 다룬 『국수』는 성실하고도 치열한 김숨 소설 미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저자

김숨

소설가김숨은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침대』『간과쓸개』『국수』『당신의신』『나는염소가처음이야』,장편소설『철』『노란개를버리러』『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한명』『흐르는편지』『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떠도는땅』『듣기시간』『제비심장』등이있다.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김현문학패,요산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그밤의경숙
국수
옥천가는날
아무도돌아오지않는밤
막차
구덩이

발문|이병창
새로쓴작가의말
작가의말
추천사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김숨은지금까지한번도멈춤없이꾸준하게
자신만의개성적인문학세계를만들어온작가이다.”
(제58회현대문학상심사평)

이소설집에서깊이집중하는관계는‘가족’이다.부부의갈등과균열을사회적층위와연결지어긴장감있게그리는동시에(「그밤의경숙」「막차」),시아버지와며느리의불편한동거를기묘한분위기로드러내기도하고(「아무도돌아오지않는밤」),증오만남은부자관계를극도의공포에휩싸인집단살육의현장과중첩시켜표현하기도한다(「구덩이」).
현대문학상수상작「그밤의경숙」은사소한접촉사고로얼룩진하룻밤을그린작품이다.콜센터직원경숙의남편과퀵서비스기사사이에서접촉사고가날뻔한일로시비가벌어지고,남편과기사가벌이는폭력적인광경을불안하게지켜보던경숙은혼잣말을계속한다.콜센터에서일하며세상에서고립돼인간성이말소된처지에이른경숙,헬멧으로얼굴을가린퀵기사와그에게막무가내로분노를표출하는남편은불안한기운과폭력의잔해가떠도는우리시대를형상화한다.「옥천가는날」은초로의자매가아흔넘어운명한어머니의주검과함께응급차에타고고향옥천으로향하는과정을핍진하게그린다.생전에그토록옥천에가고싶어했던어머니의소망을들어드리지못한미안함그리고보조금을타내고자멀쩡한어머니를치매환자로둔갑시켜야했던데대한회한은끝내자매의통곡으로마무리된다.위두편의작품과마찬가지로자동차안에서서사가진행되는「막차」에는며느리가암으로죽었다는소식을듣고서울행막차에오른노부부가등장한다.이처럼자동차는파편화한가족들을마치끈처럼이어주는장치로등장한다.표제작「국수」에도“끈”에대한의미심장한대목이나온다.

자식이끈이더라는말을친구에게들은적이있어요.남편과자신을이어주는끈일뿐아니라세상과이어주는끈이돼주더라는말을요.일찌감치결혼해자식을넷이나낳은친구였지요.
그러고보니국숫발이모양으로만보자면끈같기도하네요.혹당신이뽑아낸국숫발들은끈이아니었을까요.당신은자식이란끈대신밀가루로반죽을개어끈들을만들어냈던게아닐까요.(64면)

화자‘나’는29년전의붓어머니가처음해주었던음식인국수를반죽하고만들면서흘러간세월을돌아본다.자식딸린남자의후처로들어온의붓어머니는남편과의붓자식들에게제대로된식구대접을받지못한채29년세월을살아왔다.“빚을갚는심정으로반죽의시간을견디고있는것인지모르겠”다는화자의말처럼국수를만드는과정은지난시간의응어리를풀어내는화해의과정과포개진다.
작가는이책에실린작품들을세심한손끝으로새로쓰듯이고치고또고치는시간을건너왔다.등단작을개작하여2019년새로펴낸것처럼,이미끝이맺어진이야기를돌아보고또돌아보는행위는김숨의소설세계와도맞닿아있는듯하다.이사회의가장외진곳을향해시선을던지며약자들의목소리를복원하는작가는이책의초판‘작가의말’에썼듯이누구보다“성실하게,한결같이”소설만을써왔다.정성스레잘차려진한끼식사같은소설의미덕을한껏보여주는이소설집은한결같이성실한작가의개성과깊이를다시한번증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