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본스

노 본스

$17.00
Description
50주년 부커상 『밀크맨』 작가의 천재적 데뷔작
“살과 피와 뼈를 지닌 언어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구병모

일상이 사투가 된 혐오와 폭력의 세계에서
소녀 어밀리아와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법

구병모, 금정연 추천!

★ 2001 위니프리드홀트비 기념상 수상
★ 2002 오렌지상(현 여성소설상) 최종 후보
저자

애나번스

AnnaBurns

1962년북아일랜드벨파스트에서태어났다.『밀크맨』이전까지단두편의장편과한편의중편만을발표한무명에가까운작가였지만,2018년세번째장편『밀크맨』으로북아일랜드출신으로는처음부커상을수상하며일약세계적작가반열에올랐다.같은작품으로2019년에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뛰어난정치소설에주어지는오웰상을받고여성소설상최종후보에올랐으며,2020년에국제더블린문학상을받았다.자신이나고자란벨파스트의마을아도인을배경으로,한소녀와이웃들의일상을통해북아일랜드무장독립투쟁시기를그린첫번째장편『노본스』로2001년영국왕립문학회에서수여하는위니프리드홀트비기념상을받았으며,2002년오렌지소설상(현여성소설상)최종후보에오르기도했다.2007년에발표한두번째장편『작은구조물』은폐쇄적인범죄자가족내여성을주인공으로내세웠다.그밖의작품으로중편「대체로영웅」이있다.

목차

목요일,1969년
동기없어보이는범죄,1969~71년
십자포화,1971년
보물창고,1972년
무기의실용적사용,1973년
아기,1974년
아주작은부주의,1975년
정치적인무엇,1977년
잡다한일들,1978년
메아리,1978년
트러블,1979년
헌치씨가승기를잡다,1980년
공황의조짐없음,1981년
악당도그누구도,1982년
현재의갈등,1983년
침투,1986년
술병,1987년
전쟁경련,1988년
초상初喪,1989년
기폭제,1991년
의문의여지없음,1991~92년
안전한집,1992년
평화협상,1994년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한림원내의잇단성추문으로인해노벨문학상시상자체가취소되는초유의사태가벌어졌던2018년,“소문과정치적충성이개인의성폭력을고발하는운동에어떻게작용하는지보여준다”는평과함께『밀크맨』으로50주년부커상을수상하며세계적인화제를불러일으켰던애나번스의데뷔작『노본스』가창비에서발간되었다.데뷔작이라고는믿을수없이대담하고능란한서술과훨씬더날것같은생생한언어와천연덕스러운블랙유머로애나번스의천재적면모를다시금확인할수있는작품이다.
소설은『밀크맨』과마찬가지로북아일랜드분쟁시기,즉‘트러블’을배경으로벨파스트북부의한마을에사는소녀어밀리아와가족,이웃들의이야기를그린다.문제,골칫거리,소요를뜻하는영어단어‘trouble’은영국과아일랜드에서좀더특별한의미를갖는다.정관사가붙고복수형이된‘TheTroubles’는1960년대후반부터1990년대후반에걸쳐,지리상으로아일랜드섬에속하나영국영토인북아일랜드에서,과거에한나라였던아일랜드와재합병하려는가톨릭교도세력과현재속한국가인영국에그대로남아있으려는개신교도세력이충돌하며수많은삶의터전이파괴되고민간인을포함해3500명이상의사망자와수만명의부상자,실종자를낳은현대사의크나큰비극이다.올해3월에국내에개봉하고아카데미각본상을수상하기도했던케네스브래너감독의자전적영화「벨파스트」도이트러블시기의초반을다루고있다.『노본스』의주요배경인‘아도인’이라는마을은가톨릭교도노동자들이주로사는곳으로,작가애나번스가실제로나고자란동네이다.번스는부커상수상당시소감에서“나는폭력과불신,피해망상이만연하고사람들은가능한최대로스스로알아서생존해야하는곳에서성장했다”고아도인을묘사한바있다.
종교와신념의이름으로나와다른생각을가진상대를‘적’으로규정하는세상,우리편이냐저들편이냐선택을강요당하며억압과감시와폭력이일상이된동네에서가장고통받는건주인공어밀리아같은아이들과여자들,병자들,성적소수자들,어느쪽편에도서지않아나약한인간취급을받는남자들같은사회적약자들이다.그래서『노본스』를읽는건불편하고때로는불쾌한경험일수있다.혐오와폭력이만연한사회에서보통사람들의삶과정신이어떻게피폐해져가고지역공동체가어떻게무너져가는지잔인하도록생생하고서늘하게,하지만연민과유머를잃지않으면서보여주는이소설은독자들을말그대로그세계안으로깊숙이끌어들인다.멀다면먼과거,우리와상관없는먼나라의이야기로볼수도있지만,심각한혐오와편가르기로병들어가고있는지금여기우리가살아가는모습에도많은생각해볼거리를던진다.
소설가구병모는이소설을먼저읽고“행간에십자포화가쏟아진다.충격과비극의여진을수습할틈없이,살과피와뼈를지닌언어가멱살을잡고흔든다”고소감을전했고,작가이자서평가금정연은“북아일랜드의비극적인현대사를관통하는소설이지만배경지식은없어도좋다.역사에관심있는이에게는북아일랜드의‘트러블’을다룬끝내주는소설이,그렇지않은이에게는그냥그자체로끝내주는소설이될테니까”라면서“놀랍도록우습고,혼란스럽고,슬프고,두렵고,절망적이고,종내아름답다”고했다.

일상이사투가된혐오와폭력의세계에서
소녀어밀리아와‘평범한’이웃들이살아가는법

“트러블은목요일에시작됐다.저녁6시에”라고첫문장을여는이작품은1969년아도인에서처음소요가시작되었던날부터1994년어밀리아와친구들이함께모여뉴스로정전협상소식을접하는날까지트러블시기거의전체를시간순으로따라가며,작은지역공동체를중심으로일어난일을한장면한장면보여주는식으로구성되어있다.처음부터끝까지일관된형식으로한줄기의이야기를이어나가는형태가아니라분절된단편들로이루어졌다.연작소설처럼,각각의장을완결된글로볼수도있지만또이이야기들이느슨하게연결되며전체적인구조를만들기도한다.이야기마다중심인물이나시점이달라지는데가장많이,주요하게등장하는인물은어밀리아라는여자아이다.
소설첫부분에서어밀리아는이‘트러블’이라는것때문에앞으로친구들과길에나와놀수없을거라는말을듣고도,길에서못놀정도로나쁜일이있을수있다는걸도무지이해못할만큼순진하고평범한일곱살짜리아이다.그러나우리는시간이흐르면서트러블이그뒤로30년가까이계속되며사람들을,일상을처절하게파괴하는모습을지켜보게된다.이어지는이야기들은그야말로폭력으로가득하다.국가의폭력,무장단체의폭력,학교선생님들의폭력,학생사이의폭력,가족안에서의폭력이겹겹이어밀리아의삶을극한으로몰고간다.그런데소설은이런처참하고부조리한폭력과죽음의삽화를“모든일이,언제나그렇듯,그다음의,새로운,과격한죽음에묻혔다”라는식의심상한말투로맺으며그다음비극을향해서나아가곤한다.청소년에서성인이되어가는과정에서어밀리아의심신이섭식장애와알코올중독을거쳐조현병으로추정되는정신병에이르기까지점점망가져가는것은피할수없는일이다.
하지만이과정은제3자가외부에서거리를두고관찰하는식의묘사와는거리가멀다.번스는실제북아일랜드분쟁의생존자로서,독자로하여금이고통스러운여정에함께참여하기를요청한다.극단적인폭력을그리는건조하고심상하고때로“사악하게웃기는”어투는그한복판에서수십년간폭력에익숙해지며충격에무뎌진사람들의망가진정신을역설적으로강조하는효과를자아낸다.어밀리아는“대체사람이장례식에몇번이나가야하는건가?”라고자문한다.옆집아주머니가죽고심지어자신의아빠가중상을당해병원에입원해있어도,일은신경쓰지말고빨리가보라는직장상사의배려를도무지이해하지못하며오히려짜증이솟을만큼무감하기만하다.

분쟁의한복판에서가장고통받는건사회적약자들
위협받는여성의섹슈얼리티

‘노본스’(NoBones)라는원제를,‘본’(bone)이소설에서여러가지중의적의미로쓰였기때문에그대로음차해서한국어판제목으로삼았다.소설에서‘본’은아도인에있는어떤구역의이름이기도하고,여러차례등장하는‘부인할수없는명백한사실이다’라는뜻의숙어‘nobonesaboutit’에서가져온말이기도하다.그런한편‘뼈’는이소설에서여자들이도달하려고하는앙상한몸,욕구도희망도없는몸,섹슈얼리티가거세된몸을뜻하기도한다.
여성들이이런신체를추구하는까닭은소설에묘사된것과같은암울하고폭압적인사회에서폭력이특히여성의신체에집중되기때문이다.『밀크맨』에서주인공이위험한반국가단체지도자의성적관심을받으면서위기에처하듯이,『노본스』에서도어밀리아가성적폭력에거듭노출되고어밀리아의어린시절친구메리돌런이친족강간으로아기를출산하는일이벌어지는등,섹슈얼리티자체가여성들에게무엇보다도위험한것이된다.전쟁상황에서는여성의신체에대한자기결정권이무엇보다도쉽게저버려진다.어밀리아의거식증은여성의신체를함부로침해하는폭력속에서차라리몸이없어지기를바라며자기몸과벌이는전쟁일지도모른다.전쟁에관련된이야기는보통남자들을중심으로남자들이주도하는군사적움직임을따라서술되는경우가많지만,『노본스』는어밀리아를비롯해가장약한존재들이폭력의무게를가장무겁게짊어져야한다는이야기를하고있다.

『노본스』의이런주제의식과,사뮈엘베케트를연상시키는부조리함과희비극성등의특징은『밀크맨』에서도그대로볼수있다.『노본스』의어밀리아는여러모로『밀크맨』의주인공‘가운데딸’을떠오르게한다(어밀리아는4남매가운데셋째이다).『밀크맨』에나오는알약소녀나알약소녀의동생,아무개아들아무개의원형같은인물들도볼수있다.『노본스』는17년뒤에독창적문체와강력한목소리를갖춘『밀크맨』이라는완성도높은소설로재탄생할토대와씨앗을고스란히품고있다.
『노본스』출간을기념해『밀크맨』도리커버특별판으로함께펴내었다.기존의표지가암울한1~6장까지의기조를표현했다면,이번새로운표지는7장의‘빛을내쉬는’순간을담았다.모든고유명사가드러나지않아공간적배경이모호했던『밀크맨』과달리,『노본스』는작은골목하나까지실제지명으로등장하며역사적맥락을뚜렷이드러낸다.따라서이두작품을묶어서읽는다면보다풍성한독해가가능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