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다이브

덕다이브

$16.00
Description
“묵묵하게 헤엄쳐 그를 구하고, 스스로를 구할 것이다.
설령 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몇번이고 다시.”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이현석 첫 장편소설
올여름 가장 뜨겁고도 시원한 서핑 소설!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담아내면서도 엄청난 흡인력을 선사하는 작품들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단연 주목받는 작가 이현석의 첫 장편소설 『덕다이브』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네번째 작품이다. 코로나19가 소문으로만 들려올 무렵 발리의 한인 서핑캠프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세차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강렬하고 온몸을 감싸는 물결처럼 섬세하다. 마치 서핑보드에 올라선 것처럼 느끼게 하는 생생한 장면들을 따라 독자들은 바다의 정점에서 파도를 가르게 되고, 때로는 제 몸의 몇배는 되는 파도에 휘감겨 소금물을 마시게 된다.
발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명히 묘사하는 이번 작품은 동시에 혹독한 현실 역시 세밀하게 그려낸다. 서핑과 함께 소설에서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는 의료계 일터괴롭힘 문제는, 실제 의사이기도 한 작가의 서술을 통해 그 무게감을 더한다. 작가노트에서도 언급되듯, 약간의 어긋남으로도 쉽게 괴롭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자본의 논리와 자기착취를 당연시하는 현실 앞에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고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괴로움에 대해 그려낸다. 소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어설픈 포장이나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설령 늦었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할지라도 끝내 과거와 다시 마주하도록 한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살을 거슬러 과거를 향해 헤엄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용기와 윤리에 대해 말한다.
저자

이현석

2017년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다른세계에서도』가있다.2020년제11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삐라따
까르야
수르야
링기
저로
자바
할루스
끄라마
아궁
아빠끄라마
빠나스부미
삐따라

참고한내용과약간의덧붙임

출판사 서평

오해가영원하고이해가어려울지라도,
이곳에서함께였다는사실만큼은진실이니까

주인공‘태경’은고된훈련으로유명한‘민스서프’의메인강사이다.비정규직일자리를여럿옮기던그는,우연히시작하게된서핑의매력에푹빠져발리에정착한다.강습생으로캠프에왔던태경이메인강사의자리에오르는동안민스서프역시꾸준한인기를얻어늘사람들로북적인다.민스서프의사장은때맞춘사업확장을위해웰니스인플루언서인‘민다’를섭외하게된다.태경은첫만남부터민다가탐탁지않았다.다른사람들과웃고떠드느라자신의강습에는집중하지않는태도도그러했지만,인플루언서라며카메라를들이대는모습도그냥넘길수없었다.그런태경에게민다가다가와묻는다.자신을못알아보겠느냐고.유명인이자신을모르냐는질문을하는것으로여긴태경은어이없어하지만이내민다가자신의이전직장동료였던‘다영’임을알게된다.둘은종합병원의검진센터에서함께일한적이있다.그시절다영은간호계의직장내괴롭힘을일컫는‘태움’의피해자였다.책임간호사는유독다영을미워했다.작은잘못에도질책받던다영은어느날부터늘술기운이채가시지않은얼굴로출근하곤했다.결국주변동료들의미움까지사게된다영은끝내병원에서쓰러지고만다.태경에게는가쁜호흡으로몸을뒤틀던다영의모습이선명해,자신의눈앞에있는민다를보고는크게놀란다.
서핑을통해태경과다영은점점가까워진다.그러나둘사이의보이지않는시계는늘같은자리에서멈췄다.병원의기억은늘함구되었고,태경과다영의사이는아슬아슬하게유지된다.태경은내내과거의일을생각한다.“너와내가함께였으나너를외면하기만했던그곳에서의일”을떠올리며괴로워한다.그러던어느날,술에잔뜩취한다영에의해둘의시계는과거로한없이돌아간다.
태경과다영을비롯한파도위서퍼들의모습은이세상에던져져‘단지하나의가능성’으로존재할수밖에없는우리존재와다르지않다.하얗게부서지는거대한파도는기대감을주는동시에공포로다가온다.보드에서일어서는동작인‘테이크오프’에성공한다면파도를가르는쾌감을맞볼수있지만,잠깐시선을떨구기만해도바다에집어삼켜질수있다.혹독한지상훈련을거듭하더라도파도는늘예측할수없는방식으로밀려온다.지금이시대를살아가는일도다르지않다.내가누구인지,어느지점에서있는지누구도말해주지않는다.스스로물어야만한다.나는무엇을원하며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늘최선을다해살아왔다고생각해도어느순간엔원하지않는지점에서있을수있다.살아남기위해어쩔수없이선택한사소한결정들이우리를그위치로인도하기도한다.그러나소설은우리가다시한번파도를잡기위해테이크오프를할수있다고말한다.그리고그도약은,자기자신은물론과거에구해내지못했던것역시구하러가는길을열어줄수도있겠다고.

속으로되뇌는단한가지바람,
너무늦지않기를바라는마음

작가는의사로일하며실제겪은일과성실한조사를바탕으로미묘한부분까지도예민하게포착하여풀어낸다.서핑역시코로나19가유행하기이전까지작가가매년꾸준히즐겨오던스포츠였다.곳곳에디테일이살아숨쉬는이번소설은,서핑은물론병원의한장면까지도섬세하게담아내마치영화나드라마를보는듯생동감으로가득하다.
서핑보드에올라멋지게파도를가르는것만이서핑의일일까.너무거대한파도가다가오거나미처파도를잡을준비를하지못했을때,태경은자주‘덕다이브’한다.덕다이브는“바늘을꿰는것처럼수면아래로파고들어가”파도를흘려보내는기술이다.찰나의순간,오히려파도아래로잠겨들어가타지못할파도를피하는덕다이브역시파도를대하는한가지방법이된다.삶에서도크게다르지않다.파도처럼다가온거대한일을멋지게처리할수도있겠지만,잠시숨을참고흘려보내는법도있다.소설은파도에맞서유연하게움직이는서퍼들의모습을생생하게그려내며,자꾸만굳어가는생활인의근육들을부드럽게풀어준다.발리의바다위떠있는서핑보드에몸을기댄서퍼가된기분으로소설을읽다보면,삶에서무엇을마주했고무엇을흘려보냈는지곰곰떠올리게된다.그러면서소설은무심코지나쳤을타인의삶으로시선을돌리게한다.
『덕다이브』의마지막장을넘길때면각자의삶이결코외따로독립될수없다는지극히당연한사실을마음깊이되새기게된다.끊임없이시스템으로스스로를갈아넣게하며,균열을목도하고도나만아니면된다는식으로회피하게끔하는자본의논리가팽배한이시대,누군가를구하는일이곧스스로를구하는일이될수있음을깨닫고거대한파도아래로스스럼없이덕다이브하는주인공을선명하게그려낸이소설이눈부시게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