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리커버판)

$15.00
Description
새삼스럽게 경탄스럽다!
압도적인 몰입감, 가슴 먹먹한 감동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그 안에서 발견하는 끝끝내 강인한 우리의 인생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탁월한 언어적 세공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문학평론가 정홍수)하기를 거듭해온 정지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빨치산의 딸』(1990) 이래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는 어쩌면 ‘가벼움’에 있다. “아버지가 죽었다. (…) 이런 젠장”으로 시작하는 첫 챕터에서 독자들은 감을 잡겠지만 이 책은 진중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각 잡고’ 진지한 소설이 아니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추천사, 김미월)해진다.

저자

정지아

1965년전라남도구례에서태어났으며,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마쳤다.1990년『빨치산의딸』을출간했고1996년「고욤나무」로조선일보신춘문예소설부문당선되었다.소설집『행복』,『봄빛』,『숲의대화』,『자본주의의적』등이있다.이효석문학상,한무숙문학상,올해의소설상,노근리평화문학상을수상하였다.그밖에저서로는청소년소설『숙자언니』,『어둠의숲에떨어진일곱번...

목차

아버지의해방일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시트콤같은일화들
아버지를이해하기위하여

아버지는지리산과백운산을카빈소총을들고누빈빨치산이었다.그는일제강점기가끝난직후평등한세상을꿈꾸며싸웠으나처절하게패배했다.동지들은하나둘죽었고,아버지는위장자수로조직을재건하려하지만그마저실패했다.그럼에도아버지는자본주의한국에서평생을사회주의자로살았다.평등한세상이올거라는믿음을포기하지않았고,생판초면인이들의어려움도무시하지않았다.‘나’는그런아버지를이해하지못하는것은물론,조금우스꽝스럽게생각한다.누구나배불리먹고차별없이교육받는세상이이미이뤄진마당에혁명을목전에둔듯행동하는아버지의모습은누가봐도블랙코미디에가깝기때문이다.그렇게평행선을달려온‘나’와아버지.그런아버지가죽었다.노동절새벽,전봇대에머리를박고.
이이야기는크게네줄기로이뤄진다.첫번째는아버지와평생을반목해온,그의동생인작은아버지와의이야기다.‘빨갱이’형때문에집안이망했다고생각하는작은아버지는,형의죽음을알리는전화를대꾸도없이끊을만큼냉담하다.평생술꾼으로산작은아버지는이따금집에찾아와“니는그리잘나서집안말아묵었냐?”(38면)라며행패를부리기도했다.그때마다아버지는맞서지않고묵묵부답대답하지않았다.‘나’는차라리작은아버지가장례식장에나타나지않기를바란다.그의등장여부는장례식장에모인모두의관심사인한편,독자들도책을읽는내내흥미진진궁금하게지켜보게된다.죽은아버지와산작은아버지는화해할수있을까.
두번째는구례에서아버지가사귀어온친구들의이야기다.이들의면면은실로다양하고입체적이라살펴보는것만으로한편의시트콤을보는듯하다.아버지의소학교동창이자시계방을운영하는박선생.그는평생을군인과교련선생으로살아왔기때문에대척점에있지만아버지의둘도없는친구다.정치적지향차이로발생하는두노인의투닥거림은어딘지귀엽고,그끝에“그래도사램은갸가젤낫아야”(47면)라는말은지금의정치권이배웠으면싶은생각도든다.그리고이장례식에어울리지않게등장한샛노란머리의소녀.어찌된영문인지그는아버지의“담배친구”(139면)란다.열일곱살소녀와허물없이친해지는것은아버지이기에가능한일이지만,그와중에도어머니가베트남인인소녀에게‘미제국주의’운운하는것을잊지않는아버지의캐릭터는여전히웃음을자아낸다.그밖에‘학수’를비롯해아버지의아들을자처하는많은사람들,총부리를맞서고싸웠지만이윽고친구가된웃지못할사연들이속속등장한다.

내가알던아버지는진짜일까?
그가남기고간수많은에피소드

세번째는‘나’와아버지의이야기다.『아버지의해방일지』의가장큰줄기는‘빨치산의딸’로힘들게살아온딸이아버지를이해하는과정이다.사회주의자이고혁명전사였기에생활력은없었고,그런주제에“보증을서”(57면)주는일도마다하지않았기에늘가난했던집안형편은전부아버지탓이었다.시도때도없이아버지가늘어놓는장광설은지금현실과는맞지않았고,그런만큼‘나’는아버지가있는고향을떠나고싶어했다.그런데아버지의죽음이후‘나’는내가알던아버지의얼굴이아주일부였음을깨닫는다.아버지의합리적이고현실적인면들이밝혀지고,사람들을감화시킨담대한모습들도드러난다.무엇보다내가잊고있었던,‘나’를사랑했던순간순간들이떠오른다.마침내‘나’는아버지의유골을손에들고,아버지를가장아버지다운방식으로보낼한가지결심을한다.
마지막네번째는어머니와아버지사이의일화들이다.이들은서사의무게를한층발랄하게만들며독자들의웃음을자아낸다.평생의동지이자그역시사회주의자였던어머니는아버지보다는현실적이다.그래서아버지는이런저런일로늘구박을받는다.옷을털지않아서술담배를끊지못해서같은비교적소소한일도있고,빚보증을서서농사를내팽겨져서같은큰일도있다.어찌보면앙숙같은이들은‘유물론’과‘민족’앞에서경건하게하나가되기도하는데,이러한우스꽝스러운‘티키타카’는아버지의삶을이해하는유쾌한촉매제가되어준다.

“빨치산의딸,한국문학의딸로”
정지아라는센세이션

32년전정지아의등장은한국문학에서하나의센세이션이었다.판매금지와공안당국의기소같은일련의사건때문이아니라,그가보여준핍진한서술과역사를대하는진지한태도때문이었다.이제정지아는그태도에더해사실과허구를섞어가며자유자재로이야기를다루는관록과,마지막페이지까지독자의손을꼭붙들어놓는대가의면모까지갖추었다.32년만에내놓는이소설로정지아가다시한번그존재감을증명하게되리라기대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정지아는빨치산의딸일뿐아니라우리문학의귀하디귀한딸”(소설가김미월)이되었다는말에,한국문학을사랑하는모두가귀를기울여야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