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너

헤드라이너

$15.00
Description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반란을 일으키자!
무대 위 헤드라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의
좌충우돌 분투기!
경쾌한 입담과 유머러스한 대사로 읽는 이를 한바탕 폭소로 이끄는 작가 임국영의 소설집 『헤드라이너』가 출간되었다. 2017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2021년 소(小)작품집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자음과모음)를 출간한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신작이다. 본격적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소설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웃음과 슬픔의 기묘한 교차로 주목할 만한 흡인력과 속도를 만들어낸다”는 호평을 받은 등단작 「볼셰비키가 왔다」, 청춘의 방황과 좌절을 익살스럽게 그려내 『창작과비평』에 발표할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표제작 「헤드라이너」 등 여덟편이 수록되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온 작가는 한권의 소설집 안에서도 팔색조 같은 알록달록한 매력으로 독자들의 손을 붙든다. 「태의 열매」처럼 임국영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가득한 작품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오토바이 배달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지방 소도시 청소년들의 애환을 묘사한 「오토바이의 묘」나 변변한 직업 없이 공원을 전전하는 소설가 지망생 이야기 「비둘기, 공원의 비둘기」에서는 지금의 시대상과 청년들의 고난을 직시하며 그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단순한 신파에 그치지 않는 것은 예측을 불허하는 상상력 덕분이다. 공원에서 갑자기 돈이 솟아나는가 하면(「비둘기, 공원의 비둘기」) 오토바이들이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오토바이의 묘」)들은 현재와 공명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 단순하지 않은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던진다.
저자

임국영

2017년《창작과비평》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어크로스더투니버스』『헤드라이너』를출간했다.

목차

볼셰비키가왔다
태의열매
악당에관하여
헤드라이너
바크
비둘기,공원의비둘기
오토바이의묘
굿바이레인보우

해설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재기발랄유머속에감춰둔우리의눈물과땀
잃어버린꿈을찾아주는가슴뛰는이야기

「볼셰비키가왔다」는오빠의장례식에나타난수상한무리를보며이야기가시작된다.스킨헤드,가죽자켓등도무지장례식과어울리지않는차림으로“조문을왔다기보다는무대를찾아온듯”(9면)한이들은죽은오빠의밴드멤버다.어릴때집을나가연락이끊긴오빠에관해아는바가없었던‘나’는이기묘한만남에서오빠가남기고간삶의조각들을퍼즐처럼발견해나간다.이야기는강렬한구토로끝나는데이구토끝에독자들은삶의허무함을직시하는가운데묘한청량감과개운함을느끼게된다.「태의열매」는부자서사다.아버지캐릭터가독특한데,자동차사고로차가박살나도멀쩡하고술에취해바다에빠져도정신을차려보면집에서태평히잠들어있을만큼생존에특화되어있다.어느날아들은술만마시면집안을다부수는이아버지와‘대작’을시작한다.아버지로인해숱하게생사의문턱을넘나든아들과자식따위안중에없는아버지,둘사이는한번의술자리로가까워질턱이없다.그때아버지가꺼낸것은자신이숨겨놓았다고‘주장하는’특상품대마초다.마음놓을틈없이전개되는이야기가끝내이둘을어디로데려다놓을지짐작해보는재미가쏠쏠하다.

표제작「헤드라이너」는이름난록페스티벌에난입한소년밴드‘우드스톡’의하룻밤이야기다.보컬‘로니’,베이시스트‘빌리’,기타리스트‘시드’,드러머‘존’은“애석하게도모두한국인”(94면)이다.역할극을즐기는듯한이청소년들이계획한것은페스티벌헤드라이너의무대에난입한다음퍼포먼스를벌이는일이다.리더로니가주도한황당하고도무모한계획을실행하려는찰나,로니는한무리의폭력배와시비가붙고쫓고쫓기는추격전이시작된다.뿔뿔이흩어진우드스톡멤버들은그날밤각자인생을변화시킬만한경험을하는데,이엉뚱하고도발랄한그날의하이라이트는독자들로하여금이들의작은반란을응원하게하며몰입도를끌어올린다.

이상작품들에서임국영특유의활달한필치와코믹한상황이주를이룬다면‘반전매력’이가득한작품들도있다.「바크」는소싯적에그래미상까지받았지만이제‘원로’취급을받는톱스타‘오’와‘비’가아주외진어느바에서만나나누는대화로전개된다.평소앙숙이던이들은날이바짝서있는말을쉬지않고농담을섞어가며나눈다.일상적으로흐르던대화는과거어느영광의시절을소환하고,이들은갑자기같은무대에오른다.같은자리에있는것을상상하기힘든두사람의컬래버레이션은인터넷을통해전세계적화제가되는데,이후펼쳐지는미디어나대중의반응은지금언론의세태를반영하는듯해흥미롭다.「비둘기,공원의비둘기」는주인공인‘서’의이야기와그가구상중인또하나의이야기가액자식으로구성되어있는데그경계는몹시흐릿해독자들은어디서부터가상상의영역인지를알기가힘들다.특별한수입없이공원을전전하는‘서’는공원에서주기적으로돈을줍는다.마치샘솟듯이돈이솟아나는공원을둘러싸고치밀한먹이사슬이생성되는데,‘서’가이공원의이야기를소설로쓰기시작하며일대혼란이발생한다.그리고독자들은경계가모호한이이야기를읽으며어느새지금우리가발딛고서있는체제를돌이켜보게된다.

「오토바이의묘」에는오토바이를훔쳐배달아르바이트를하는두소년현도와도림이등장하는가운데,초점화자는이들에게도난당해축사로끌려온오토바이‘루피’다.루피는현도의차지가되고도림은현도가원래타고다니던‘할배’라는낡은스쿠터를물려받는다.서로에게조금씩시기와질투를느끼는현도와도림의경쟁의식,사랑받지못해외로운할배의루피를향한질투,맹목적으로달리는게싫어‘삶’의의미를찾고싶은루피의절규가얽히고설키며이야기는진행된다.오토바이절도가성행하자경찰의수사망이좁혀오는와중에현도와도림의갈등이폭발하며작품은클라이맥스를맞이하는데그충격적인결말은우리가방황했던시절과그때의요동치는마음을되짚어보게한다.비교적짧은「악당에관하여」는소설쓰기에관한메타적이야기로작가임국영의고민이응축되어있어소설집전체를이해하는단초가되며,코로나19거리두기상황에서폐업하는술집‘레인보우야’의마지막영업을소재로한「굿바이레인보우」는아직지나지않은재난의시대를흘러간올드팝을배음으로삼아잔잔하게풀어낸다.

“얼마나오랜만인가,이런소설을만나는것이!”
두근두근,이이야기를읽는순간당신은움직이게된다

문학평론가최가은이해설에서말하듯이소설집은“수많은레퍼런스와다채로운이야기로구성되었음에도수록작전반은물론,전작『어크로스더투니버스』와도연속적구조를지”닌다.이의도적인변주와반복은마치숨은그림찾기처럼독서의재미를높여준다.또한책을덮었을때가죽재킷과스킨헤드,그리고지나간록음악으로상징되는임국영의세계에우리가한발들어섰음을실감하게한다.소설가강영숙은『헤드라이너』의인물들이원하는자유를현실의독자들이만끽하길바라며,“얼마나오랜만인가,이런소설을만나는것이!”라는감탄의추천사를보내왔다.또한시인구현우는“농담이묻어있는서사를따라가다보면농담조로넘기기어려운기분이뒤따른다”며대책없이가볍기보다는발디딘곳을돌아보게하는『헤드라이너』의묵직한뒷맛을상기시켜주었다.

삶에지쳐생활반경을지켜내는것조차벅찬이들,혹은한번쯤인생의궤도를바꿔보고싶은이들은반란을꿈꾸는「헤드라이너」속소년들의“시작하는거야?”(97면)라는외침에심장이두근거리게될것이다.그리고지금순간에충실한수많은이들은“아마다시는이런순간이오지않겠죠”,“멍청아,모든순간이그래”(「바크」144면)라는오와비의짧은대사에서긴여운을느낄것이다.이렇듯젊은소설가임국영이주는감동은웃음과섞여있기에더욱크고,지나간시대를그리워하기에더욱넓다.

작가의말

“악당들이몽땅망했으면좋겠다.”
소설가로데뷔했을때수상소감문말미에적은말이다.이문구를작성한직후손끝이따끔거렸던것을기억한다.수년이지난지금까지왜그런말을적었는지종종자문했다.어째서스스로그런존재들과는무관한사람인것처럼,정말나쁜게무엇인지안다는것처럼굴었을까.언제나그렇듯스스로뱉은말에모멸감을느꼈다.음험하고나약한속내를은닉하고자그간그들을소재로다룬소설만썼다.악당은대체로남성의얼굴을했으나나역시남성이다.나는그들과얼마간달랐으며달라지고자노력했다.그러나우리는불가해한삶의모퉁이에서매번마주쳤고어딘지낯이익은서로의낯을빤히살피며별다른사건없이교차했다.

고마운사람들이무수히떠오른다.그중에서가장감사한것은,아무래도‘프린스’다.제대로아는곡이라곤「퍼플레인」하나뿐이지만그를생각하는순간이잦았다.과잉된가성과기타플레이,수줍음과열의의충돌,「위아더월드」를부르는군중사이에서막대사탕을문채입을꼭다문그의얼굴이좀처럼잊히지않았다.주류에서벗어난동시에주류에우뚝선아이러니라니.프린스는마치별모양운석이나찢어진레고같았다.존재할거라상상조차해본적없는조형과질감이었다.멋졌다.그처럼살순없겠지만그런삶도있단걸잊지않으려한다.

당신은어떤가.나와얼마나다른가.조금이나마기시감을느꼈으면한다.나는우리가외롭지않길바랄따름이다.지상의모든일이더나빠지지않길바라는마음을담아,이책을당신이라는헤드라이너에게바친다.

추천사

분노하거나저항하는것에민감한임국영소설의인물들은겁도많고조금은유약하다.볼셰비키,파리코뮌,사보타주,스킨헤드,파르티잔…다가올자신의장래마저도견딜자신이없지만청년들은입만열면온갖멋진말만한다.그럼에도결국비판의화살을자기자신에게로돌리는착한성정.그들이원하는것은사실본래의그자유다.얼마나오랜만인가,이런소설을만나는것이!이소설이소설리스너들사이로,현실의벽에지친시민들에게로멀리멀리퍼져나가기를바란다.
-강영숙(소설가)

나란히하나의사건을경험해도당신의이야기와나의이야기는다를수있다.어느부분이과장되기도하고없던사실이생겨나기도한다.말하자면감정,그것때문이다.사람은감정덕분에살고감정때문에망한다는것을『헤드라이너』를읽으며새삼느꼈다.농담이묻어있는서사를따라가다보면농담조로넘기기어려운기분이뒤따른다.슬픈데부끄러운.열받는데실소하는.곳곳에담긴옛노래들처럼감겨오는이상한마음들.이소설집의마지막페이지에다다를때나는세상이든당신이든어느하나쯤은괜찮기를바라게되었다.당신이누구든.
-구현우(시인)

책속에서

그들이장례식장에나타난것은새벽세시무렵이었다.처음에그들은선뜻실내로들어오려하지않았는데공교롭게도나역시그들을들이고싶은기분이아니었다.그들이장소와어울리지않는꼬락서니를하고있었기때문이다.그들의구성은남자셋여자하나였다.그중가장나이들어보이는남자는흠잡을데없는스킨헤드였다.스킨헤드는중세스칸디나비아에서나볼수있을법한텁석부리였으며키가작고몸이단단해보였다.또다른남자는나이를가늠하기힘들었지만30대를넘길것같지않았다.그의나이가짐작되지않는것은순전히헤어스타일때문이었다.먹칠한바가지를쓰고있는게아닌가싶을정도로풍성하고둥근머리모양이었던것이다.
---「볼셰비키가왔다」중에서

“아들,사랑하는거알지?”
“알죠.잘알죠.”
모른다고할수없었다.정말알것같았으니까.이상한얘기였다.자식이라는이유만으로사랑할수있다니.나는내아버지를아버지라는이유로증오했다.지금이라면말해도좋지않을까.오늘술자리를시작했을때부터끄집어내고싶었던본심을,기억을더듬고시간을장황하게역행해도서두조차꺼내지못한이이야기를털어놓아도좋을까.
---「태의열매」중에서

“보이,이곡을좋아하나?”
스킨헤드가물었다.로니는눈도뜨기힘들정도로뭇매를맞은직후였기때문에대답하기곤란했다.누군가로니의입에담배를물리고불을붙였다.말보로레드였다.역시나.그것은로커의담배였고로니역시말보로레드를피웠다.로니는깊숙하게연기를빨아들였다.그러자방금까지폭격이쏟아지는듯한소리만들리던귓속으로에디의기타솔로가파고들었다.로니는피떡이된눈을억지로뜨고달가까운곳으로승천하는리프트를바라보았다.멋지군.내가원하던광경이야.
“방금좋아졌습니다.”
스킨헤드가고개를끄덕였다.그럴줄알았다는듯이.그리고그는아주낮고작은목소리로말을했는데그소리가로니에게는또렷했다.
“이제마저맞자.”
---「헤드라이너」중에서

BAR-K의입구는허름하기짝이없었으나은근하게새어나오는기품을숨기지못했다.순전히발밑에서부터피어오르는음악덕이었다.그음악이란메인스트림팝에조금이라도소양이있는사람이라면,어라,이노래가왜나와?하는마음으로걷는속도를늦출만한것들이었다.빗대자면엘비스가나올대목에서클리프가나온다거나마이클말고프린스를,너바나를틀어놓을바에는펄잼을,용필대신에영록을선곡하는미묘함이었다.
---「바크」중에서

금기를깼더군.
지향성이결여된음성이었다.외부에서들려온소리가아닌내부로부터의송신에가까웠다.허술하게빗대자면자신에게복화술로말을걸고있는느낌이라고나할까.가로등불빛을등진누군가의앞에나는서있었다.벤치에앉아있는그의머리위로어떤형상이보였다.자세히살펴본뒤에야그것이날개를접고도사린날짐승임을알수있었다.새,라는단어가입술을비집고나오기직전또다른누군가에의해고개가처박혔다.
---「비둘기,공원의비둘기」중에서

현도가나를버리고배달을그만둬야할지심각하게고민하고있을때도림은새로운오토바이를훔쳐오자고제안했다.현도는노발대발하며도림을윽박질렀다.경찰이절도범을잡겠다고눈에불을켜고있는데또다른범죄를저질러서좋을리만무했다.그러나도림에겐당장자신이느낀모멸감을해소하는것이우선이었다.무리에서무시당하지않기위해도림은오토바이가필요했다.훔친물건이면서값비싼오토바이가.
---「오토바이의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