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 백온유 장편소설

경우 없는 세계 : 백온유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담대한 시선, 예측불허의 전개, 묵직한 감동!
전 연령대 독자를 사로잡은 백온유의 압도적 서사
공감이 필요한 세계에 당도한 대체할 수 없는 감동
창비청소년문학상, 오늘의작가상 수상 작가 백온유의 장편소설 『경우 없는 세계』가 출간되었다. 백온유는 전작 『유원』과 『페퍼민트』를 선보인 후 용서와 화해, 죽음과 돌봄의 문제 등 묵직한 주제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문장과 진정성 있는 성장서사로 “문학이 갖추어야 할 진실에 한발 다가선 작품” “담대한 소설적 기량” 등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청소년소설 분야에서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온유는 이번 작품 『경우 없는 세계』에서 어두운 곳에 대한 관심과 연대라는, 지금 우리에게 긴요한 문학적 테마를 힘 있게 직시하는 기존의 작품세계를 견지하면서도 개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더욱 깊고 넓어진 시선으로 전 세대 독자들에게 가닿을 감동적인 이야기를 내보인다.
어른이 되어서도 10대 시절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주인공 ‘인수’는 우연히 만난 가출청소년을 돌보며 집을 나와 방황했던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인수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과거 ‘가출팸’ 시절의 경험과 그 기억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현재의 이야기는 정교한 내면 묘사와 생생한 에피소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통해 다채롭고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특히 거리의 아이들을 다루는 백온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밀도 있는 서술에서는 동세대 작가들에게서는 찾기 힘들 정도로 사려 깊은 존중과 공감의 자세가 돋보인다.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갈등과 방황의 궤적을 탐색하는 감식안 역시 탁월하다. 매끄러운 필력과 단단한 심력으로 자기혐오, 자기부정의 심리를 면밀히 추적하고 가슴을 울리는 성장의 서사를 심도 있게 풀어낸다. 이 애틋한 이야기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 과거의 못난 ‘나’와 지금도 모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구원하게 만든다.

저자

백온유

1993년경북영덕출생.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장편동화『정교』로2017년제24회MBC창작동화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장편소설『유원』으로제13회창비청소년문학상과제44회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경우없는세계
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누구나한번쯤은지독할수밖에없었던,
그시절의우리에게바치는편지

오늘도옥탑방곳곳에그림자처럼떠도는귀신들이보인다.한여름임에도살갗을에는듯한추위가엄습한다.인수는12년전감행한가출과그때만난가출팸,그리고그들과함께하다벌어진사건때문에지금도환각과환촉으로고통받고있다.어느날인수는지나가는차에몸을던지고사고를가장해운전자에게돈을요구하는소년이호를만난다.제대로먹지도,씻지도,자지도못한채위험천만한자해공갈을반복하는이호를보며인수는자신의어두운과거를떠올리게된다.

자수성가했지만툭하면폭력을휘두르는아버지와다정한듯보이면서도결국늘자식의마음을헤아려주지못하는어머니밑에서자란인수는존재감없고특출난것도없고언제나주눅들어있는소년이다.부모의무관심과학대에지쳐충동적으로집을뛰쳐나온인수는PC방에서동갑내기가출청소년‘성연’과얽힌다.첫만남때부터남의지갑을훔치던성연은특유의카리스마와행동력으로인수를챙겨주며둘은함께가출생활을이어간다.생필품을훔치고화장실에서자다가쫓겨나는고달픈나날을보내는이들에게보육원에서도망쳐나온‘경우’가합류하고,인수와성연,경우는집나온아이들이드나드는반지하방‘우리집’에정착한다.이들이마주하는현실은호락호락하지않다.일자리를구하는것부터가시련이고,달콤한호의에속아뼈빠지게일해도돌아오는것은교묘한노동착취와물건을훔친다는의심,“너희같은새끼들”(130면)이라는멸시와손가락질이다.

소설은이른바가출청소년,비행청소년으로불리는아이들이미성년자라는신분으로겪는처절한현실을날것그대로보여준다.여기저기이용당하며위험한일에거리낌없이가담하는노동현실부터화장실과폐건물을전전하던아이들이모여드는반지하방의열악한주거현실까지,인권의사각지대에놓인이들의처절한생존현실의문제를끊임없이환기한다.세계의폭력에무방비하게노출되는아이들의일상도점점지독해져간다.소매치기와절도,조건만남,자해공갈…바닥으로바닥으로가라앉는아이들의아슬아슬한질주는위험한수위로치닫는다.이는실제청소년들이처한현실이기도한바,그래서백온유의문장은문학적인동시에사회적이다.이실감나는핍진함은또한독자들이『경우없는세계』에빠져드는이유이다.

흔들리고위태로웠던지난날
비로소‘나’를만들어준우리모두의‘경우’에게

경우는불우한환경에서자랐지만어딜가도“구김살없”(95면)이구는선하고착실한소년이다.인수는마치“사랑받아본아이처럼”(256면)보이는경우에게점점의존하게된다.동시에경우의존재는끊임없이인수의마음을어지럽힌다.경우는도무지‘우리집’의아이들과는어울리지않는존재이다.아무도관리하지않는엉망진창‘우리집’을청소하고공과금을납부하는경우.어리고약한사람들을보살피는경우.허드렛일을할지언정남의돈에손대지않는경우.자신을보육원에맡기고사라진어머니를찾아함께살기위해돈을모으는경우.PC방에갈돈은천원도빌려주지않으면서인수를치과에데려가진료비를내주는경우.선량하고반듯한경우의존재는한없이이질적이고어딘지의심스럽기까지하다.소설은경우를무한히신뢰하고경우에게의존하고싶은마음과그런경우의올곧음을깎아내리고밀어내고싶은인수의이중적인마음을날카롭게포착한다.

소설속경우라는인물은우리가가장힘들고외로울때,언제고한번쯤있었거나있었으면좋았을존재를떠오르게만드는데,그속마음은간단하지가않다.그의행동을따라해서라도닮고싶은사람이기도하고,잊고싶은과거를대번에상기시키는불편한인물이기도하다.백온유는이처럼한마디로규정할수없는입체적인인물을통해소설을읽는누구나떠올릴법한자신만의‘경우’를소환한다.가장초라했던시절내곁을지켜줬던각자의‘경우’를상상하며읽어나가는재미또한이번소설에서놓칠수없는부분이다.

압도적인이야기로마주하는지난날의너와지금의나
백온유가어루만지는우리마음속의그림자와빛

인수와경우,갈곳없는아이들이모여나름의질서로공동생활을하는‘우리집’생활이안정기에접어들무렵위기는갑작스레찾아온다.어느한겨울밤자해공갈을시도하다가뺑소니를당하고만신창이가된가출청소년A가‘우리집’의문을두들긴다.이윽고지금까지아이들이겪었던무질서나비행과는차원이다른충격적인사건이벌어지고,아이들의연대도단숨에산산조각난다.감당할수없는현실에모두가패닉에빠졌을때,합리적이고올바른선택지를주장하는경우의의견은겁에질린다수의아이들에의해묵살당한다.짓밟히는경우를외면하고“세간의평가를증명하기라도하듯상식적이지않은”(190면)선택을해버린인수와아이들.인수의몸과마음은죄책감과후회로망가져간다.벌레가피부를기어다니는듯한끔찍한환촉,망령들이주변을떠도는환상,뼛속까지파고드는정체불명의한기로벼랑끝에내몰린다.결국나약하고의존적인마음으로붙잡은것은경우의손이다.

사건이일단락된후인수는부모도,‘우리집’의아이들도철저히외면한채도망친다.경우와의만남마저회피하고우연히라도자신의과거의흔적을마주칠까두려워하며고독한새출발을결심한다.하지만한번망가진마음은제대로치유되지않았고여전한환각과한기가십수년째인수를괴롭히고있다.이호는그런‘어른이지만어른이되지못한’인수에게찾아온실낱같은희망이다.자신조차용서하지못하고살아온인수는이호가자신과같은길을걸을까염려하며보살피고,그과정에서애써잊어온과거와대면하며속죄와희망의길을발견한다.저멀리밀어뒀던경우의존재를마음속깊이받아들여간다.죄책감과수치심,혐오와불안이씻겨내려가기시작한다.

“갈등의서투른봉합이나안이한도식의결말을경계하는백온유소설”(해설,백지연)속에서인물들의고통은섣불리미화되거나가벼운성장통으로치부되지않는다.고통은여전히아프고상처는흉터로남지만그아픔을직시하는묵묵한결말속에서오래도록잊지못할여운이퍼진다.『경우없는세계』는또한개인의성장담에서한걸음나아가내곁의타인을돌보고우리사회전체를돌아보게하는이야기이다.사회적사건이후의“깊은파장의시간”속에서고뇌하고“공동체구성원들이지녀야할심성의세계에대해예리한질문의추를드리”(해설)운다.질문에대한답은열려있지만한가지분명한것은과거와의불편하지만진솔한대면,망가진일상을회복하는더딘발걸음,누군가를위해스스로를변화시키는배려와희생끝에반드시감동적인성장이기다리고있다는점이다.소설은묻는다.이제막과거를벗어나오늘을살아가기시작한인수에게,또현실의무게를이고살아가는우리에게‘경우’는지금어디에있을까.우리는누군가에게‘경우’가될수있을까.

지금방황하고있거나그언제고방황했을모두에게『경우없는세계』는오로지백온유만이전할수있는속깊은위로로읽힐것이다.잊고싶은과거를마주할용기를얻고,막막한삶일지라도끝끝내살아낼희망을갖게될것이다.마침내“한권의소설이이비정한세계를변화시킬수있을까?”라는질문에“책을덮고조금성장”했다며“기꺼이고개를끄덕”(추천사,정용준)일것이다.

작가의말

내가들키지않으려노력하고애쓸수록미숙함은쉽게들통난다.나이가든다고해서저절로성숙한어른이되는것은아니라는걸이제는안다.어른다운어른이되는길은여전히요원하지만그럼에도시간은,이전에는미처보지못했던풍경을가만히멈춰서살필수있는시선을주었다.

사랑을받아본사람이사랑을줄수있다는말.예전에는그런말들을당연하게생각했고의문을가지지않았다.양육자의사랑과신뢰를경험하지못했지만그런티를내지않으려고안간힘을쓰며살아가는사람에게‘너는사랑받고자란티가난다’는말은칭찬으로다가올까,상처로남을까.스스로던진이질문의답을오래도록고민했다.

배려를받지못한아이,좋은어른을경험하지못하고자란소년이커서성숙한어른이된다는것은무척어려운일일것이다.그러나불가능한일은아니다.
청소년기에가출한경험이있거나소년원에가본경험이있는인터뷰이들을만나그들의이야기를들으며나또한편견에가득찬사람이라는걸인정할수밖에없었다.내질문이무례한건아닐까,공격적으로느껴지지는않을까,그들이내게반감을가져서솔직한대답을해주지않으면어쩌나걱정했는데인터뷰요청을받고나온그들은미리준비해간내질문에성의껏대답했다.그러다가도아,이런말불편하시죠,작가님은좀이해안되시죠,믿기어려우시겠지만,변명이라는것저도아는데요,하고어린날의자신의행동을설명하며난감해했다.나는아니요,충분히이해돼요,저같아도그랬을것같아요,솔직한말씀감사합니다,저한테도움이많이되고있어요,하고그들을독려하며조금더내밀한이야기를끌어내려노력했다.

하지만내가정말이해했는지,이해를하면얼마나했는지,그들의말을경청하는도중나도모르게얼굴을찌푸리지는않았는지…인터뷰를끝내고돌아오는길에서의마음은후련하기는커녕매번답답했고그래서자책하게되었다.

소설을다쓴지금,내가또잘못짚은것이없는지,안일하게처리한부분이없는지곰곰이떠올려보지만지금당장은발견할수없을것이다.시간이한참흐른후에후회하며깨닫겠지.(…)

2023년3월
백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