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세우기

묘비 세우기

$15.00
Description
창비신인소설상 오늘의작가상 수상 작가 정은우의 첫 소설집
상실 이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따스하고 정갈한 위로
서사적 완결성과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문체로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 제46회 오늘의작가상을 받으며 작가적 입지를 단단히 다진 소설가 정은우의 첫 소설집 『묘비 세우기』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꾸준히 쌓아온 내공으로 엮은 여덟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소설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연인이나 친구를 잃은 인물들과 나이 듦에 따라 오래 함께한 배우자를 떠나보낸 인물, 어느 날 홀연 사라져버린 룸메이트를 되찾고자 하는 인물까지, 정은우는 깊은 애정과 우정을 나누던 존재를 잃고 혼자 남아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을 단정하고 따뜻한 호흡으로 그려낸다. “단순한 생계로 치부될 수 없는 존엄하고 귀한 삶의 세부를 바라보는 애정적이고 견고한” 이야기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죽음과 애도, 삶의 지속 가능성”(등단작 심사평)이라는 생의 본질적인 문제들까지 세심하고 살뜰히 살피는 이번 소설집은 그 등장만으로도 든든하고 따스한 위로로 다가온다.
저자

정은우

2019년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국자전』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묘비세우기
피존
사계
이지의다카코
심해로부터
캐리어
하비의책
복된새해

해설|소유정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계속사랑하고계속기억하기위해
잘살아내려는사람들의이야기

『묘비세우기』속등장인물들은무언가를잃는다.동거하던연인을갑작스러운추락사고로잃거나(「묘비세우기」)오랜시간함께지냈던배우자를떠나보내기도하고헤어진약혼자의사망소식을듣기도한다(「이지의다카코」).아주가깝다고생각했던룸메이트가어느날홀연집으로돌아오지않는가하면(「하비의책」)친했던친구를한순간의선택으로직장에서내쫓게되기도하고(「피존」)같은병을앓으며친밀해진친구의장례식에가게되기도한다(「캐리어」).

그러나정은우의인물들은함부로슬픔을토해내지않는다.‘비밀’이라고느껴질정도로깊숙이마음을가다듬으며각자의방식으로떠나보낸것들에대한애도를표한다.「묘비세우기」의재언은이삿짐센터에서일을하던중리프트에올랐다가추락하는변을당한다.사실혼관계였던연주에게는그를제대로애도할수있는권리조차주어지지않는다.둘만의‘호사’는신상아이스크림을사먹는일이었는데,어느날부터인가재언은아이스크림을먹지않겠다고선언한다.냉동탑차에갇히는꿈을계속꾼다고,아이스크림은물론차가운음식을먹기어렵겠다고말한다.연주는홀로컵아이스크림을먹고재언의몫으로반을남겨두곤그사이에새플라스틱숟가락을꽂아둔다.재언은그런연주를보며‘묘비를세운다’고장난스레말한다.재언의빈자리에는아이스크림묘비들만이남아있다.연주는아이스크림을녹여묘비를허문다.허공에대고재언의옷을입어도좋을지물으며자신앞에놓인삶의다음장면으로넘어간다.「이지의다카코」의다카코역시한평생의지하던배우자인미노루의죽음앞에의연해보이는자세를취한다.피난으로떠나온뒤로다시가지않았던제주에가바다를바라보거나짧게기도하는것으로그를배웅한다.「캐리어」의지언은환우였던경주의장례식에가던길,돌연다른사람들의몫까지모아둔조위금봉투를모두털어캐리어를구매하고평소입지않던밝은색의옷을사고맛있는음식을먹는다.질환의특성상여행은엄두도내지못했고음식도까다롭게가려먹던지언은,늘‘지금’하고싶은것을하던경주를기리며즉흥적으로하고싶은일들을해버린다.

깊은묵시속에서
존엄하게기록되는삶

가까운이들의죽음앞에언뜻초연해보이기까지하는정은우의인물들이낯설지않은이유는,그들의모습이“어쩐지블랙박스나CCTV를보는것”처럼우리의삶과가깝기때문일것이다.정은우는지독한슬픔속에서도마음을감추고일상을살아내야만하는사람들의“구체적인슬픔”을세밀하고따스하게“재생”(소유정해설)시킨다.상실이후에도다시생활로돌아가떠난이의자리를정리하고메우며하루하루다르게다가올슬픔의무게를견뎌야만하는사람들의‘현재진행형인슬픔’을그려낸다.생활곳곳에스며있어눈물이나통곡으로는다설명할수없는슬픔의얼굴을묘사하는정은우의이야기들은그어떠한위로보다도진하게다가온다.살아가다보면마주할수밖에없는슬픔의모양새를기꺼이응시하며탄탄하게직조하여끝내“존엄하고귀한삶”을어루만지는작가의시작이반갑고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