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렐리앵 2 - 창비세계문학 93

오렐리앵 2 - 창비세계문학 93

$17.50
Description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루이 아라공의 역작 국내 초역
광기의 1920년대 파리의 밤거리를 헤매는 전후 세대의 초상

『르 몽드』 선정 20세기의 책 100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시구로 유명한 루이 아라공은 우리 독자에게는 주로 초현실주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설·희곡·에세이·문학론 등 분야를 아울러 왕성하게 활약한 프랑스의 대표적 문인이다. 창비세계문학 92, 93번으로 출간된 『오렐리앵』은 루이 아라공이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사회를 해부한 소설 연작 ‘현실 세계’의 네번째 작품으로,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차대전 종전 후 1922년의 파리,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안고 흥청대는 밤거리를 헤매는 오렐리앵은 끝없이 쾌락을 좇으면서도 삶의 무의미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베레니스는 ‘운명적 올가미’였으나, 현실은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끌어간다. 반복되는 물과 죽음의 이미지, 파리의 거리와 자신의 내면을 동시에 거니는 듯한 상념의 서술, 미묘한 어긋남이 쌓여 만들어내는 파국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은 오렐리앵이 마주하는 사랑과 상실을 통해 동시대 개인과 세대의 좌절과 환멸을 매혹적으로 증언한다.
저자

루이아라공

1897년태어났고출생지는분명치않다.부모의비합법적혼인관계로인해외조모를법적어머니로하여외가에서자랐다.파리의명문고를거쳐가족의바람에따라의대에진학했으나작가생활을겸하게되면서의사의길을포기했다.1920년대‘아름다운시대’에청년기를보내면서작품을발표하기시작,기성권위를타파하고현대성의새로운형식을창안하려한초현실주의의핵심인물로활동했다.양차세계대전에모두참전했고나치의프랑스점령기에는아내와함께레지스탕스운동에투신했으며,평생프랑스공산당원으로활동하면서문학과현실양면에서격동하는세계의전위로서호흡을함께했다.태생에얽힌복잡한가정사,청년기에받은폭발적인문화운동의세례,참전경험과레지스탕스활동,사회주의혁명기공산당원으로서의삶을모두문학적원료로삼아현실주의를포기하지않는초현실주의,혁명과시의결합을추구했다.그의시여러편이샹송으로만들어져널리알려지기도했다.1918년3월시와평론을발표한이래시집『축제의불』『큰즐거움』『비통』『그레뱅박물관』『프랑스의디아나』『새로운비통』『눈과기억』『미완성로망』『엘자에미친남자』『침실』등을,첫소설『아니세또는파노라마,로망』을비롯해19세기말~20세기초파리를그린‘현실세계’연작『바젤의종』『아름다운동네』『승합차위의여행자들』『오렐리앵』『공산주의자들』과『신성한주간』『죽임』『블랑슈또는망각』『앙리마티스,로망』『극장/소설』『참된거짓말』등의소설을출간했고문체론,시론,사회주의문학론,에세이등다양한책을썼다.1936년르노도상을,1957년국제레닌평화상을수상했고1982년85세의나이로작고했다.

목차

오렐리앵2
에필로그
작품해설―불가능한사랑과‘참된거짓말’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행복한사랑은없다”
전쟁이남긴내면의폐허에서
절대적사랑이라는불가능한꿈을좇는인물들의심연풍경

1922년11월,1차대전참전군인오렐리앵뢰르띠유아는전쟁의기억을안고살아가는서른두살의남자다.부모의유산덕택에일없이시간을보내며밤이면파티장과술집을전전한다.파리는흥청거린다.높은경제성장률속에최신가전산업이대중화되고,유례없는전쟁을겪은사람들은자유로운삶을온몸으로갈구한다.몽파르나스와몽마르트르의카페와카바레는만원이고,미국에서건너온재즈와찰스턴으로들썩인다.그사람들속에서그들과어울리면서,술을마시고욕망뿐인잠자리를하면서한편으로오렐리앵은그삶의무의미함에진저리를친다.자신이겪은참혹한죽음을수시로떠올린다.

그런그의앞에베레니스가나타난다.오렐리앵은곧그녀에게사로잡히지만,그것은설명할수없는사랑이다.그들은너무나다른사람들이기때문이다.뜻없이여러여자와애정없는관계를가져온오렐리앵에게베레니스는운명같다.그는평생처음으로자기입으로사랑을고백한다.그러나베레니스는선뜻받아들이지못한다.그녀는화려한도시에잠시다니러왔을뿐지방도시에거처를두고있고,전쟁으로한팔을잃은남편이있다.무엇보다그녀는희귀한정념,“절대에대한취향”을갖고있다.그녀는오렐리앵의사랑을믿고싶어하면서도이절대성을확인하고자한다.“오렐리앵에게베레니스가운명적으로걸려들올가미였다면베레니스에게오렐리앵은열린심연이었다.그녀는이를알고있었고,그심연이너무좋아서거기로가서몸을굽히지않을수없었다.”(1권366면)

오렐리앵은마음을다해확신을주고자하고베레니스역시이를믿고싶어하지만,두사람의노력은한순간의실수로물거품이된다.불과두달의만남이었다.도망치듯파리를떠난베레니스는젊은파트너와함께화가모네가살고있는지베르니에은둔한다.그녀를잃고폐인처럼지내던오렐리앵은우연히지베르니에갔다가베레니스를마주치고애원하지만,베레니스는다시지베르니를떠난다.어떻게든그녀의소식을들으려애쓰는가운데세월이흐른다.형편이어려워지면서일을해생계를꾸릴필요를느낀오렐리앵은현실을마주하기로결심하고고향으로돌아간다.사랑은멀어지고삶은계속된다.“사랑은인간처럼불행속에서사라진다.궁색과한숨과땀과격동속에서사라진다.사랑이견딜힘을갖도록내버려두는사람은살인자보다더나쁘다.”(1권367면)

아라공이본편집필과약일년여의시차를두고써서덧붙인「에필로그」는2차대전이발발한1940년,프랑스군이패주를거듭하는상황을배경으로한다.두번째로전쟁에동원된오렐리앵은패주하는도중에베레니스가남편과살고있는지방도시에서며칠을보내게된다.십칠년이지났다.베레니스의주변사람들은그녀가평생오렐리앵을생각해왔다고증언하고,오렐리앵은다시만난그녀앞에서이제껏일궈온자신의삶과가족이원경으로물러나는경험을하지만,단둘이남았을때두사람이확인하는것은완전히어긋나버린사랑이다.“이제당신과나사이에는공통된것이정말로전혀없네요,나의소중한오렐리앵,이제는아무것도……”(2권406~07면)

새로운문화와사상이충돌하고폭발하던1920년대파리의초상
시대의공기를포착하는거장의시선

『오렐리앵』은실제인물을가까이혹은멀리모델로삼은여러등장인물뿐아니라당시의사회분위기와심리를압축적으로보여주는사건들을배치해흥미로운독서경험을선사한다.영화「미드나잇인파리」(2011)에서몽환적으로그려진시공간이바로오렐리앵과베레니스가거니는그때의파리다.‘잃어버린세대’의예술가들이바다를건너모여들고,오렐리앵의단골술집과카페는그들의사교장이다.초현실주의가문화운동의전위에선시대상은『오렐리앵』에서다다이스트화가의전시회와앙드레브르통,폴엘뤼아르등을모델로한초현실주의예술가들의떠들썩한소동으로재현된다.한편으로전쟁에서목격한참상에괴로워하며센강에서익사한여자의데스마스크와죽음의이미지에집착하거나옛전우들이여는연회에서특별한유대를확인하는오렐리앵의모습은양차대전에참전하고레지스탕스로활동한아라공의경험과함께당시의수많은참전군인들을표상한다.또한유명배우를내세운새로운사업종합뷰티살롱의등장이나부동산과택시컨소시엄에참여하는부유층의향락적인생활,복잡한정치적이해관계들이사건과대화로재구성되어실감을더한다.

『오렐리앵』은작가아라공자신이시와혁명,예술과정치의일치를내세운초현실주의집단의일원이었으며평생당대문학과정치의맨앞에서서활약한인물이었기에가능한소설이다.『오렐리앵』의이런면모에대해,아라공이라는예술가와소설(예술)의본질을‘참된거짓말’이라는열쇠말로깊이있게분석한역자이규현의「작품해설」이풍부한생각거리를던져준다.또한아라공의출생과성장에얽힌복잡한사정과분방한연애사,굳건한공산당원으로서의정치적이력등을추적한「작가연보」는그자체로소설만큼이나흥미롭다.작품과작가를총체적으로이해하려는노력이역자의논평곳곳에묻어난다.이를통해독자들은그간국내에잘소개되지않았던루이아라공의깊고넓은문학세계에한층가깝게다가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