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연인 - 소설Q (양장)

도망치는 연인 - 소설Q (양장)

$14.00
Description
“예전의 나를 버리고 싶었어. 운명을 바꾸고 싶었던 거야.”
휘몰아치는 서사, 정제된 호흡, 감각적인 문장! 이승은 첫 장편소설
고강도 서스펜스와 애달픈 서정의 절묘한 화합
첫 소설집 『오늘 밤에 어울리는』(창비 2019)에서 “세련되고도 정제된 방식의 개성적인 울림”을 지닌 작품들로 “타인이 되어보는 연습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타인이 될 수 없음을 절감하는 독서”(양경언) 경험이라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작가 이승은이 첫 장편소설 『도망치는 연인』을 펴냈다. 간결한 문장을 통해 우리 시대 청년들이 마주하는 핍진한 현실을 스릴러와 로맨스를 오가는 강렬한 서사로 형상화한다. 나아가 치밀하게 설계된 플롯 속에 다양한 인간관계를 엮음으로써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일의 불가능성, 그럼에도 가능한 완벽한 사랑의 역설을 탐색해간다.
작품에서 가난한 젊은 연인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이들의 선택은 혹독한 시련과 정서적 불안을 야기한다. 소설가 김미월은 이 흐름을 “무심하게 이어지는 문장들 끝에 어느샌가 범죄 스릴러의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있고, 독자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불쑥 연애 소설의 애틋한 서정이 끼어”(추천사)든다고 표현한다. 이 맹렬하고도 신묘한 이야기는 어째서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도망’이 될 수밖에 없는지, 해답을 알 수 없는 생의 역경 속에서 고뇌하는 모든 이들에게 애달픈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누군가를 헤아리지 못하는 답답함과 전해지지 않는 진심, 가중되는 오해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차분한 조언과 사려 깊은 위로로 읽힐 것이다.
저자

이승은

1980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단편소설「소파」로『문예중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오늘밤에어울리는』이있다.

목차

눈보라
첫만남
도망치는연인
두개의리듬
부서진창문
마리안과예나
슬픈영화
포옹의순간
회전목마
들개
저녁만찬
그날의조각들
악몽의속삭임
엇갈린미소
완벽한방
어떤기쁨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중요한건시간이야.넌시간을도둑맞은거야.”
현실을묘파하는명확하고감각적인시선

지방도시‘강소’의외곽도로변‘안심주유소’에서일하며희곡을쓰는태오와아르바이트를하며연극배우로활동하는그의연인지수.지수는얹혀살던친구의집에서쫓기듯나와안심주유소직원휴게실에서몰래숙식을해결하고있다.둘은늘돈에쪼들리지만서로에게기대며무대라는소박한행복을꿈꾼다.한편폭설이내리던어느날밤,사업체를운영하는부유한워킹맘영인은강소로출장을왔다가차가고장나도로위에고립된다.눈보라속에서산길을헤매다초주검이되어안심주유소에다다른영인을태오와지수는정성껏보살핀다.죽다살아난영인은지수와태오에게고마움을간직하고둘과의인연을이어나간다.하지만지수는여전히빚에허덕이고태오는아버지의수술로급전이간절해지는등상황은착실하게나빠진다.태오는급기야가짜기름을공급하는범행까지계획하지만주유소박사장의계략에빠져퇴직금도받지못한채해고당한다.때마침영인은사업에차질이생겨강소에머물게되는데,강소에데려온자신의어린딸예나를돌볼놀이시터로자상한지수를떠올린다.지수는높은시급의놀이시터일을선뜻수락하고아이를돌보며영인모녀와가까워진다.동시에씀씀이가다른그들과의격차를절감한다.

이이야기가다루는현실은냉혹하기그지없다.근본적으로는‘지방’‘흙수저’‘고졸’‘편부모가정’‘청년’이라는사회적범주에주인공지수와태오가속해있기때문이다.소외계층이겪는가혹한현실이사실적으로형상화되지만인물들의처지에공감하게하고사회적문제의식을자극하는것은그들의사회적배경만이아니다.이승은은훨씬세련되고감각적인방식으로독자들이사회적격차를‘체감’하게만든다.‘서울’‘금수저’‘고학력’‘정상가족’‘기득권세대’에해당하는영인은조난당시연인의보살핌덕에자신이원래속해있던풍족한세계로돌아갈수있게된다.영인은타인을함부로재단하지않는합리적이고‘교양’있는부유층이다.가난한젊은연인에게도움을되돌려주고,그들을마냥가깝게여긴다.하지만영인과얽히면서지수와태오가느끼는심사는사뭇복잡하다.영인은한때생존을위협받았지만,구조된이후다시는그런위협에노출될일이없다.이와대조적으로영인을구원해준지수와태오는지독한가난앞에서매순간순간생존을위한사투를벌인다.영인이주유소에놓고간목걸이를돌려주는일조차지수에게는양심과욕망을저울질해야하는가혹한시련이다.고급펜션독채에서영인의딸을돌보는시간은지수가경험해보지못한풍요를온몸으로느끼게해준다.동시에지수가살던곰팡이가득한반지하방과열악한고시원을더욱처절하게상기시킨다.

작품속에서이러한간극은절제된묘사로전달되는데,그우아하고도세련된방식으로인해소설의주인공과독자들이느끼게되는격차와박탈감은되레한없이야만적이고노골적이다.사회적불평등의문제앞에서“해야할일과하지말아야할일”(52면)을응시하는시선은확고하고,개인이오롯이감당해야하는감각을섬세하게추적해나가는발걸음은사려깊다.『도망치는연인』은바로이지점에서시리도록시사적이고또애틋하게인간적이다.

“우리가서로괴롭히고있다는생각.헤어지는게나을까.”
영원히닿을수없는타인이라는먼우주
그럼에도,이건분명사랑에대한이야기

지긋지긋한가난에쫓기던태오와지수는급기야안심주유소에잠입해그곳에서도박을벌이는박사장의판돈을훔치기로모의한다.하지만노름판이벌어지던날,초대받지않은손님의난입으로예기치못한일들이연이어발생한다.간신히도망쳐나온이후영인의사업과박사장이복잡하게얽혀있다는사실이밝혀지면서두사람에게닥친위기는더욱고조된다.지수와태오는악몽에시달리며같이있기만해도서로가서로를괴롭히는고통속에놓이고,함께무대를꿈꿔온미래는어그러져만간다.

예측할수없는사건사고가몰아치는이야기속에는곱씹을만한역설들이조밀하게배치되어있다.소설의주요배경이되는안심주유소는그이름과는달리절대안심할수없는공간이다.주유소사장부터가그곳에서불법도박판을벌이는가하면,직원은가짜기름사기를획책한다.위험천만한한밤의습격사건이벌어지는곳또한안심주유소다.인물간의관계에도온갖역설이가득하다.지수와태오는결정적인순간마다함께하며서로를한없이위하지만,점차“둘사이에이상한비밀이생”겨난다.(191면)영인과지수는언니,동생,하며가까워진듯보이지만고용인과피고용인이되어버린사회적입장앞에서사실그들은극과극처럼멀리떨어져있다.켜켜이쌓여가는오해와갈등속에서작중인물들은서로를제대로헤아리는데모조리실패한다.끝까지말하지않는비밀,끝끝내진심을묻지않는침묵이서글프리만치현실적이다.

‘타인’이라는미궁을탐구하는이승은의이같은주제의식은전작들을관통해이번작품에서도신중하게다뤄지는데,장편특유의긴호흡과만나한층탄탄하고견고한서사로구축된다.서로에게닿기위해발버둥치는이한바탕소동은어쩌면타인에게완벽하게가닿고자하는인물들의사투라고할수있겠다.그리고이사투는인간의숙명적한계,즉타인에대한이해의불가능성을내재한다.침묵하고배신하고오해하며그들은닿을듯멀어진다.하지만이런혼란과방황이결코무의미한것은아니다.제목에서도드러나듯『도망치는연인』은사랑에관한이야기다.서로를완벽히헤아리지못해도그들은선택의기로에서매번함께한다.숙명적인단절을껴안고운명적으로연결되며,함께하고함께변화하고함께도망치며계속사랑한다.숱한시련과엇갈림을경유하는이들의사랑은그래서더절절하고애처로울만큼각별해진다.그리하여어느순간이어린연인의미숙한달음박질을조금씩응원하고있는자신을발견한다.미욱한결정이후몸서리치게후회하고자책하다옆에있는이를미워하게될지라도,삶을담담히긍정하고소중한사람을살피며살아갈용기를얻는다.무심한듯다정하게‘나’를지탱해주는미더운‘너’를만난다.

완벽히이해하진못해도사랑할순있다는말.진부하다고할지도모르겠지만이승은이구축한서사속에서우리는전혀진부하지않은방식으로완전한사랑을목격한다.거친시련과한파가몰아치는이소설이뜨거운계절,더뜨거운사랑으로우리곁에녹아들수있는이유다.억척스레삶을돌파해나가는지수와태오앞에어떤미래가놓일지,눈보라처럼소용돌이치는이이야기를끝까지따라가보자.어느새고달픈삶을긍정하고내곁의타인을새롭게바라보는즐겁고도묘한경험을누리게될것이다.

작가의말

꼭하고싶은일이있는데그일로는아주적은돈만벌수있다면
얹혀살던친구집에서나와당장지낼곳을구해야한다면
아르바이트시급으로갚기에는막막한빚이생겼다면
아픈가족을부양해야하는데일자리를잃었다면
이런상황이가정이나꿈이아니라눈앞에닥친현실이라면
어떤순간을마주하게될까.어떤선택앞에서망설일까.

그럴듯한선택지에마음이흔들렸다면
한가지생각에사로잡혀서흔들리던마음을내어주었다면
그래서‘어제’라면하지않았을일을‘오늘’하고말았다면
후회하고또후회할까.아니면후회하지않을까.

괜찮아.괜찮은거야,속삭이다가
너.너때문인것같아,곁에있는사람이미워질까.
끝내는자신이견딜수없이싫어지고
스스로를아끼는마음이사라져간다면
그때누군가의손을잡을수있을까.
그런누군가의손을잡을수있을까.

이런생각을하고또하는누군가의얼굴을오래들여다보고싶었다.
(…)한번도본적없는당신의얼굴도상상했다.지금처럼이렇게서로모르더라도스치듯닿을수있다고,어느한순간함께일수있다고믿고싶었다.

2023년7월
이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