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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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문학의 설레는 이름, 최은미가 선사하는 깊은 아름다움
잃어버린 마음을 마주하며 서로를 아픔에서 구해내는 환한 빛 같은 소설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동시에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작가 최은미가 두번째 장편소설 『마주』를 펴냈다. 작가가 6년 만에 선보이는 반가운 장편소설이다. 밀도 높은 묘사와 정교한 서사의 축조로 찬탄받는 최은미 고유의 작법이 이번 소설에서도 빛을 발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모두를 불안에 떨게 했던 2020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거리두기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고립되고 단절되었던 그 시기를 건너며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을 보듬는다. 서로를 의심하고 소외시킬 수밖에 없었던 팬데믹의 시대에 고립된 이들은 더욱 고립되고 단절된 이들은 더욱 단절될 수밖에 없었음을 세심히 짚어내며,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기꺼이 마주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는 마음을, 따가운 여름 볕 아래 익어가는 사과처럼 강렬하고도 산뜻하게 그려낸다. 내 옆에 선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게 하는 이번 소설은, 외로움이 하나의 수식어가 된 이 시대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저자

최은미

2008년[현대문학]에단편소설「울고간다」를발표하며등단했다.소설집『너무아름다운꿈』『목련정전(目連正傳)』『눈으로만든사람』,중편소설『어제는봄』,장편소설『아홉번째파도』등을펴냈다.젊은작가상,대산문학상,김승옥문학상우수상,현대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제45회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
2
3
4
5
6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건너왔으나온전히건너오지못한시절
우리가잃어버린마음들을다시마주하다

캔들과비누를만드는홈공방을오래운영하던‘나리’는마침내상가건물인새경프라자에‘나리공방’을개업하게된다.얼마지나지않아코로나19가걷잡을수없이퍼지고,나리공방의손님중하나이자또래아이들을키우며나리와친해진‘수미’가확진이된다.확진자의동선이하나하나공유되던시기,수미의이동경로가공개되며나리공방은주목을받고새경프라자의다른가게들에도손님이뜸해지게된다.코로나19로소상공인들이겪는어려움을취재하러온기자가나리에게질문을건네던순간,나리는과호흡으로병원에실려간다.그렇게가게된병원에서뜻밖의이야기를듣는다.나리가이전에결핵을앓았고,지금도잠복결핵이있다는것이었다.어디서결핵이옮았을까고민하던나리는어릴적자신을잠시돌봐주었던만조아줌마를떠올린다.만조아줌마가결핵약을복용했던기억이난것이다.그러면서나리는그동안잊고지냈던여안에서의한시절을떠올리게된다.비탈진사과밭을운영하던부모와그사과밭의일꾼으로오던만조아줌마.그리고만조아줌마네팀일꾼들이바로결핵환자들이모여살던‘딴산마을’의사람들이었다는것까지.
한편수미가확진되기이틀전,나리는딸은채의부름에달려가모니터로한화면을보게된다.학원의줌수업화면이었는데,그중한화면은한뼘정도열린방문을비추며그집에서나는소리를내보내고있었다.무언가를내리치고부수는소리였는데,그화면을송출하던사람은다름아닌수미의딸서하였다.서하는수미가거실을깨부수는소리를실시간으로송출했다.다급히서하를불러낸나리는아이를데리고나리공방으로간다.새경프라자앞으로찾아온수미가울면서서하를부르지만,나리는공방의문을열어주지않는다.바로이틀뒤수미는확진판정을받게되고,그렇게어떤사과나변명도하지못한채서하와헤어진수미는두달넘게격리된다.평소서하에게집착하고서하를억압했던수미에게서하와의단절은큰좌절일수밖에없었다.서하와가깝게지내며서하에대해많은것들을알고있던,끝내는서하와의단절에큰영향을준나리에게수미는적대심을표하고나리역시아이를지나치게억압하는수미에게증오를느낀다.격한감정을가까스로참던두사람이마주한순간,나리는돌연수미에게딴산에가자고말한다.함께만조아줌마가일구고있는사과밭에가자고.그여행에서두사람은과연서로의마음을오롯이바라볼수있게될까.

“마음이수없이헤집어지더라도서로를충분히겪길바랐다.
두려움을껴안고서라도마주보길바랐다.”

서로를이해하면서도경멸하는나리와수미의감정이뜨겁게엉기는한편각자의방식으로자라나는서하와은채가뿜어내는에너지는더없이싱그럽다.또한엄마몰래과자를먹고봉지를사과밭에묻기급급했던나리의어린시절,그늘을드리워주는나무처럼마음한구석을지탱해주던만조아줌마의애정어린말들은거칠고유쾌하다.인물들의마음을헤집어그밑바닥까지드러내고야마는최은미의문장들이무겁기보다는경쾌하고다정하게느껴지는이유이다.
최은미는인물들의감정이서로얽히고부딪혀그맨얼굴을드러내게한다.몰아치고무너지는감정들을끌어안은채서로를‘마주’보았을때비로소알수있는마음을“믿을수없을정도로섬세하고숨막힐정도로정교하게”(황인찬,추천사)짚어낸다.“보라고”“포기하지않았다고”(본문에서)인물의입을빌려말하는작가의목소리가감추고싶던스스로의마음까지도들여다보게만든다.그러면서팬데믹으로가시화되었을뿐재난이전부터도이미우리일상에스며들어있던단절과소외까지세세하게살핀다.누군가를사랑한다는마음으로그의삶의일부를파괴하지는않았는지,안전이라는이름으로타인을고립시키지는않았는지.최은미가소설속에서풀어내는끝내접히지않고타인에게로가닿는뜨겁고아름다운마음은지금-여기그리고앞으로도내내서로가서로를마주보게할것이다.한사람의아픔과슬픔을온전히그의몫으로남겨두지않는“『마주』는소중히읽혀야한다.”(조해진,추천사)

추천사

조해진(소설가)
어떤사람은격렬한폭풍이오기직전의풍경을가슴에품고산다.평범한일상을지켜내려는의지와정상에부합하려는고투가저변에깔려있긴하지만,불안은조금씩차오르고어찌할수없는외로움은자기파멸에까지닿을듯위태롭다.최은미소설속인물들처럼.『마주』의‘나리’와‘수미’가그러하듯이.이소설은우리모두가지나온팬데믹시대를첨예하게그리면서도,타인을부수면서스스로도기꺼이무너지려하는인물들의날선충동을깊숙이파고든다.우리의취약함을,우리의광포함과쓸쓸함을아프도록깊숙이.하지만좋은소설이대개그렇듯최은미의『마주』역시개인의불안과외로움을펼쳐보이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공동체의몫에대한질문을아우른다.팬데믹이새로운과거이면서오래된미래가된시대,『마주』는소중히읽혀야한다.

황인찬(시인)
최은미의소설은믿을수없을정도로섬세하고숨막힐정도로정교하게인간의삶과인간의마음을관찰한다.그것은강렬한빛을비추며백일하에선명하게드러나는것이라기보다는질식직전에극도로예민해지는종류의감각에가깝다.우리에게타자란그토록절박한문제임을,그리고동시에그토록절실한존재임을이소설을읽으며다시금깨닫는다.
최은미가그리는여성들이내뱉는저절박한호흡들은서로를‘마주’하며교환된다.그리고그교환속에서고통과사랑이,증오와이해가겹쳐지는것이다.최은미의소설을읽으며우리는고립과거리두기의시대였던팬데믹을통과하며우리가무엇을잃어버렸는지비로소마주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