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우다 3(큰글자도서) (현기영 장편소설)

제주도우다 3(큰글자도서) (현기영 장편소설)

$35.00
Description
지금 우리 앞에 당도한 최고의 역사소설
『순이 삼촌』 작가 현기영의 필생을 건 대작
유홍준 이창동 도종환 정지아 강요배 박태균 최태성 추천!
4·3을 입 밖으로 내는 게 금기시됐던 군부독재 시절,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된 4·3의 진실을 담은 「순이 삼촌」을 발표하면서 제주 4·3의 비극을 널리 알린 소설가 현기영. 그가 제주와 한반도 현대사의 뿌리가 담긴 필생의 역작 『제주도우다』를 선보인다.
4·3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자 안창세의 목소리로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제주도우다』는 일제강점기부터 4·3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사회 갈등 지형의 연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의 근현대사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총체적으로 다룬 대하소설로, 역사적 비극을 끈질기고도 강렬한 필력으로 보여준다. 힘 있는 서사와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 압도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새 나라 건설의 꿈에 벅찼던 해방공간의 열망과 좌절을 그리는 한편 국가의 폭력에 내몰려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진혼한다. 인간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가공할 폭력과 나란히 제주의 땅과 바다,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매끄러운 문장 속에 빛난다.
갈등과 혐오로 점철된 이 시대 우리에게 도착한 『제주도우다』는 경종을 울리는 진중한 메시지와 함께 한국문학의 기념비적 성과로 기억될 최고의 역사소설이 될 것이다.
저자

현기영

소설가현기영(玄基榮)은1941년제주에서태어나서울대영어교육과를졸업했다.197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아버지」가당선되어창작활동을시작한이래,제주도현대사의비극과자연속인간의삶을깊이있게성찰하는작품을선보여왔다.소설집『순이삼촌』『아스팔트』『마지막테우리』,장편소설『변방에우짖는새』『바람타는섬』『지상에숟가락하나』『누란』,산문집『바다와술잔』『젊은대지를위하여』『소설가는늙지않는다』등이있다.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과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역임했으며,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오영수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5부/6부/7부/에필로그/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주,그리고한반도에어린격동과파란의역사

『제주도우다』는태평양전쟁발발후일제의압박이극에달하던1943년부터4·3사건이발생하고토벌이이루어진1948년겨울까지를주요시간대로,역사이래육지의지배권력에거세게맞서역향(逆鄕)이란별명을얻은제주의해변마을조천리를주요공간으로삼는다.열한살소년안창세가열여섯살이되는이5년은한국현대사의최대격변기로,조천리사람들은일제강점기에는일제의착취에,해방후에는단독정부수립책동과미군정의폭압에맞서싸운다.체제와권력을상대로한개인들의싸움에서승패는자명했다.『제주도우다』는그결과만을향하지않고,그렇게나설수밖에없었던사람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잔인한학살,참혹한비극이라는상투적표현으로담아낼수없었던,꿈틀거리는사람의형상을부여한다.
『제주도우다』에등장하는사건과사실은더러알려진것들이지만,소설은낯익은사실너머에서살아있는인간의손을내민다.하루하루성실히노동하고저녁이면동네친구들과모여시답잖은이야기속에술추렴을하는사람들,고된살림과물질을한몸으로해내면서도씩씩함을잃지않는해녀들,바람에물결치는초원에서흥얼거림같은노래로말떼를모는테우리들……이들이또한차별과억압을공기처럼숨쉬며노역에시달리고이유없이채찍질을당한사람들이고,체포와고문을피해마루밑에몸을숨긴사람들이었다.이들에게항일은제몸처럼자연스러운것이었다.일본이망한다는소문이돌다어느날갑자기해방이선포되었을때,이들은이후에어떤역사와마주하게될지알지못했다.

‘해방’이과연무엇일까?(…)우선등교할때마다등을짓누르던그무거운짐이사라진것이다.다섯장뗏장의무게가사라졌다는사실이너무도놀랍고기뻤다.압박과해방!온몸을,등을짓누르던그무게가압박이고,그것이사라져몸과마음이날아갈듯이가볍고홀가분해진지금의상태가바로해방인가보다고창세는생각했다.(1권233면)

좋은세상을향한뜨거운열망과좌절

노인이된창세의회고담형식을띠고있지만『제주도우다』에서사건을이끌어가는것은해방공간의청년들이다.무정부주의,공산주의,민주주의,우파민족주의등다양한사상적경향에대한이해는소박하지만독립된새나라,더좋은세상에대한열망만은가슴을태울듯이뜨겁다.이들에게해방공간은일제를물리쳐준‘좋은나라’로환영했던미국이“해방군이아니라훼방꾼”(2권162면)임을깨닫고,가공할고문과폭력,죽임에못이겨입산을“지상명령처럼”(3권76면)받아들이게되는시간이다.가진것은폭력에대한두려움과분노뿐총도거의없이죽창을든이들은막상4·3의봉화가올라지서를습격하고도전투를어떻게해야할지모른다.이들산부대는“미숙함을극복하기위해맹렬히유격훈련을”(3권85면)하지만,단독정부수립이후더욱잔혹해진마구잡이체포와고문으로민심이돌아서고마을의지원이끊기면서고립된다.추위와굶주림속에서이들은“각자결정하고각자싸우고각자죽”(3권120면)어간다.동굴속친구곁에남아함께굶어죽거나,혹은토벌대의총에죽은친구의눈을감겨준뒤하산의길을택한다.살아남은이들은말한다.“우린그때살아도살아있는걸로생각못했어.하늘로도도망못가고,땅으로도도망갈데가없었주.”(1권17면)
『제주도우다』는이들의싸움을서술하면서나란히토벌대의폭력을나열한다.다양한증언과취재를바탕으로한이폭력의기록은언어로표현되었으나인간의언어를넘어서는것이다.작가현기영이1978년「순이삼촌」을통해최초로발화한이참상은『제주도우다』에서건조한문장에담겨몇페이지씩이어지면서인간의무력과잔인을곱씹게하는동시에그것을견뎌살아낸힘을생각하게한다.광기에사로잡힌살육의현장에서희귀하게발견되는인정의손길에마지막희망을부여잡게만든다.

자유자재의파격,자연이써낸문장

바닥없는폭력의한편에서제주의자연과풍습은더할나위없이정겹고아름답다.달리기를잘하는창세가배달배낭을메고바닷가를달릴때펼쳐지는끝없는하늘과바다,흰파도위통통배들의풍광은손에잡힐듯하고,외삼촌양산도가“어려려려허허허러러”말모는소리를하며말떼와거니는초원은지금코끝에풀냄새가끼쳐오는듯하다.물질을마치고불턱에모여몸을녹이는해녀들의왁자한웃음소리가생생하다.소설도처에서마주할수있는제주의땅과바다와사람들을새겨넣은묘사는최근한국문학에서찾아보기어려운고전적인문장의품격을보여주면서이들에대한작가의깊은애정을느끼게한다.
자연과사람,격동의역사를총체적으로형상화하기위해『제주도우다』는글로된모든장르를동원해파격을가한다.군데군데인용한전설과설화는제주의역사,제주땅과바다가키운사람들의기질을옛이야기의재미로들려준다.또한시와희곡,판소리사설,무당의넋두리,신문기사,격문,구호,노동요와유행가,저항가가사등을자유자재로활용해대목마다집약적으로실감을전달한다.앞문장의끝이뒤문장의머리가되면서물처럼이어지는문장이생동하는이야기의힘을보여준다.그때그곳에서사람들은일하고,노래하고,사랑하고,소리높여외치며싸웠다.그들이오늘우리앞에다가온다.

스스로“제주4·3의영령을진혼하는무당”이라말하는작가현기영.그가등단50년을바라보는문학여정에세운이우뚝한이정표는그자체로장대한위령제를지낸듯하다.이작품은한국문학사를넘어한국현대사에거대한족적을남기게될것이다.그로써이제우리는제주4·3을더당당히이야기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