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드 - 소설Q (양장)

해피 엔드 - 소설Q (양장)

$14.00
Description
“나는 왜 그토록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했을까.”
반짝이는 순간을 세심히 포착하는 작가 이주란이 그리는 ‘해피 엔드’
마음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상처의 시간을 안아주는 따스한 소설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 흘러가는 삶의 순간을 포착하여 특유의 귀엽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이주란의 신작 소설 『해피 엔드』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여덟번째 작품이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친한 친구와 다투고 끝내 멀어지게 된 주인공이 다시 그 친구를 찾아나서는 데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누구나 한번쯤 마주했을 상실에 대해 세밀하게 그려나가며 그 상실 속에서 조금 허물어지기도 했을 마음을 다정하게 보듬는다.
“이미 실패했거나 앞으로도 완전히 실패하게 될지도 모를 관계를 마주하러 가는 첫발”을 따라가며 소설을 읽다보면 삶에서 무수히 맞닥뜨렸던 이별과 그럼에도 어느 순간 괜찮아졌던 마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타인에게서 받은 위로까지도 떠올릴 수 있다. 삶의 고비마다의 엔딩이 어떤 것일지 끝내 저 자신만큼은 알 수 없을지라도, “마음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서로의 슬픔에 서로를 끼워 넣으며”(우다영 추천사) 오늘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해피 엔드’는 따스하고 단단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이주란

2012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다른아버지』『한사람을위한마음』『별일은없고요?』,장편소설『수면아래』,중편소설『어느날의나』등이있다.김준성문학상,젊은작가상,가톨릭문학상신인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2/3/4/5/6/7/8/9/10/11/12

발문|우다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상처의순간들을담담히돌아보며
‘해피엔드’를찾아떠나는여행

‘기주’는한때각별했지만지금은멀어진친구‘원경’에게서문득지금은어디에살고있느냐는연락을받게된다.원경과의다툼이있고2년6개월만에온연락이었다.과거원경은결핍이나부족해서감추고싶은마음까지도공유할수있는친구였고,그런원경이삶에서빠져나갔다는것이기주에게는오랜시간괴로운일이었다.원경과의만남부터시작해다투던순간그리고그다툼의현장에서자신을지켜보던사람들까지도곰곰떠올려보던기주는원경을만나러갈결심을하게된다.

원경은기주가사는곳으로부터꽤먼곳에서까페를운영하고있었다.애인인‘상우’를제외하고는특별히가깝게지내는사람이없는기주의여행에동행하는이는뜻밖에도회사동료인‘장과장’이다.회사에서도곤란할때면침묵하는습관이있는기주에게장과장은,말수가적은기주와말이통하지는않지만그래도기주가늘궁금하다고말해주는사람이다.여름옷을모두빨아푹푹찌는날씨에도기모바지를입고출근하기도하지만회사공장에서머무는강아지‘가니’를누구보다성실히돌보기도하는장과장에게,기주는“가는길은두렵고돌아오는길은외로울것같아서”동행을부탁하게된다.중소기업유튜브채널을운영하는장과장은기주와의여행역시브이로그에담아도되겠느냐고묻고,이를기주가승낙하면서둘의짧은여행이시작된다.둘은장과장의조부모집에들르기도하고음식점에서우연히장과장의채널구독자들을만나기도하며원경의까페에다다른다.막상도착한그곳에서가장처음마주한사람은원경이아닌원경의어머니였고,기주는그녀로부터뜻밖의소식을듣게된다.

“인생이란그렇던데.
알것같으면서도알수가없던데.”

가장가까웠지만가장큰상처를준원경에대해계속생각하고끝내는원경을찾아나선기주이지만,사실『해피엔드』에는기주와가까운곳에머물며기주에게크고작은위로를건넨사람들이다수등장한다.그들은과거와현재곳곳에서서조금쯤차가워진기주의마음을미지근한온도로돌려놓곤한다.어깨를기댈수있는연인상우,품삯으로못생긴과일이나달라고하는기주어머니에게기주는예쁜것을먹어야한다며좋은과일을내놓는황선아아주머니,여름휴가기간에도동네에머무는기주를보고휴가는가지않느냐고묻는편의점사장님,시끄러운단체손님들에게떠밀려가게를나서게된기주에게사이다를서비스로주며미안해하던전집직원,기주에게향한아버지의폭력에분노를표하던옆집남자,네삶을살라며자신을책임지지말라고해주었던어머니그리고여행을마치며자기가같이오길잘했느냐고묻는장과장까지.

기주의일상을따라가다보면문득기주가삶에서마주하는장면들이우리의그것과크게다르지않다는점을깨닫게된다.가까운이웃들이나눠주는소소한마음,전혀모르는이로부터받은친절그리고드물게받곤하는타인으로부터의아주큰위로가우리의삶에도분명존재한다.이주란은이렇듯스쳐지나가기쉬운삶의장면들을붙잡아두고그위에조심스레돋보기를올려세밀하게관찰한다.새들의마음까지도걱정하는시선으로,이웃에게얻어먹은수프그릇을잘씻어둔장면을따스하게그려내는마음으로.그렇기에이주란소설속인물들이건네는,그들스스로는아주작은것이라고생각한마음들이기주를거쳐우리에게닿을때는그온도가몇배는크게느껴질수밖에없다.미지근하게기주의마음을덥혔던그마음들이따스함으로번져,이소설의결말을마주할무렵에는자연스레지금이이야기를손에쥔우리가마주한것이곧‘해피엔드’라고떠올릴수도있겠다.

작가의말

그날의대화는나에게사건이된것같아.
그날로부터난언제쯤자유로워질까.

그날밤그사람이내게말했다.

빼앗기는거라고,막연하게생각하고있었고
그러나스스로잃어버렸다는걸어제알게되었어.
자유뒤의책임이두려웠기때문이라는것도.

나는그사람이언제자유로워질지알수없는채로
그러나자유로워질거라고믿고있다.

2023년10월
이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