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꿈의 바다

들끓는 꿈의 바다

$17.00
Description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리처드 플래너건의 신작 장편소설. 2019년 전세계가 실제로 목도한 호주의 최악의 산불 사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엄청난 재난을 전경으로 두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한 가족의 갈등과 고뇌를 진지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계층 분화, SNS로 대변되는 일회적이고 소비적인 문화 흐름 등 현실문제에 직핍하는가 하면 인물들이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환상성을 동반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적이면서 동시에 놀랍도록 감각적인 서사와 문체가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초대형 산불이 호주 전역을 덮친 때, 4남매의 장녀이자 성공한 건축가 애나는 어머니 프랜시가 위중하다는 연락에 태즈메이니아 섬의 고향 호바트로 돌아온다. 대멸종을 예감케 하는 자연 현상, 그리고 그와 정반대로 평온한 일상 사이의 불균형 위에 위태로이 서 있는 애나에게는 SNS 밖 세상에서 실감할 수 있는 희망이 간절하다. 애나는 멸종 직전에 처한 호주의 토종새 노랑배도라지앵무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다. 그러면서 노랑배도라지앵무가 태즈메이니아에 몇마리나 돌아왔는지 살피는 일에 자원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어머니 프랜시의 생과 애나 자신의 삶은 이제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치닫는다.

저자

리처드플래너건

1961년오스트레일리아태즈메이니아주출생.영국옥스퍼드대학우스터칼리지에서역사학을공부했다.그의작품세계의큰테마는자신의고향과역사에대한기억으로,그는42개국이상에소개된동시대최고의호주작가로손꼽힌다.한뱃길잡이의삶과가족사이야기를다룬첫소설『어떤강안내인의죽음DeathofaRiverGuide』(1994)과자국에서만15만부이상이나간슬로베니아이민자들이야기『한손으로치는손뼉소리TheSoundofOneHandClapping』(1997)를발표해,수많은언론으로부터수작들이나왔다는찬사를받았다.이두초기작에,앨리스먼로와이언매큐언을제치고2002년영연방작가상을수상한『굴드의물고기책Gould’sBookofFish』(2001)을보태어,작가는‘영혼의역사’이야기로요약한다.이후9.11테러와그이후를다룬『미지의테러리스트TheUnknownTerrorist』(2006),영국탐험가존프랭클린집안에입양된오스트레일리아토착민소녀이야기와소설가찰스디킨스이야기가나란히펼쳐지는『원하다Wanting』(2008)등의장편소설을꾸준히발표하는한편,배즈루어먼감독의영화<오스트레일리아>제작에참여하며각본가로도활약했다.2013년이책『먼북으로가는좁은길』로다시한번비평가들의열렬한지지를받은플래너건은2014년맨부커상과오스트레일리아총리문학상등을수상했다.그밖의작품으로는시리아난민에대한논픽션『탈출노트NotesonanExodus』(2015)와장편소설『퍼스트퍼슨FirstPerson』(2017)등이있다.『먼북으로가는좁은길』은17세기바쇼의하이쿠기행문『오쿠로가는좁은길』의영문판제목을딴것으로,작가는실제로이차대전당시일본군의전쟁포로였던아버지에게이책을바쳤다.

목차

제1부/제2부/제3부/제4부/제5부/제6부/제7부/제8부/제9부/제10부/제11부/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미증유의기후위기,그속에서인간다움은어떻게가능한가

일찍이경험해보지못한초대형산불이호주전역을덮친때,4남매의장녀이자성공한건축가애나는어머니프랜시가위중하다는연락에태즈메이니아섬의고향호바트로돌아온다.고향에머물며어머니를보살피던둘째토미는무명화가이자말더듬이로,늘주눅들어있고형제들에게무시당하지만어머니에게누구보다헌신적인인물이다.그런가하면막내터조는벤처사업가로부와권력을거머쥔인물이며,어머니를놓아드리자고소심하게주장하는토미와갈피를못잡는애나를설득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어머니의연명치료를밀어붙인다.

프랜시는자신의의사를묵살당한채하루하루생명을유지하는치료를받으면서병실창밖에펼쳐지는백일몽,외눈박이CIA요원과마녀가아른거리는환상에빠져든다.한편애나에게도괴이한일이연달아벌어진다.신체일부가사라지기시작한것이다.처음에는손가락하나가사라지고차례로무릎,가슴한쪽이차례로사라지는기현상이발생한다.그러나그누구도이러한현상을알아채지못한다.자신의방에서게임에만몰두하는아들거스에게도같은일이벌어지고있음에애나는경악하지만이모든불안과불편함을애써외면하며SNS에만집착한다.

대멸종을예감케하는자연현상,그리고그와정반대로평온한일상사이의불균형위에위태로이서있는애나에게는SNS밖세상에서실감할수있는희망이간절하다.애나는멸종직전에처한호주의토종새노랑배도라지앵무의존재를우연히알게된다.그러면서노랑배도라지앵무가태즈메이니아에몇마리나돌아왔는지살피는일에자원하게되고,그러한과정속에서어머니프랜시의생과애나자신의삶은이제점입가경의국면으로치닫는다.

소설은생과사를오가면서지속적으로인간다움을잃어가는어머니프랜시의모습을핍진하게그려낸다.그러한과정을곁에서지켜보는애나또한고뇌한다.“어머님이무엇을바라시는지아시나요?”라고묻는의료진앞에서어찌해야할지“그들은전혀몰랐다”(48면).그러나모든수단을동원해서라도어머니를연명시키자는토미의주장에편승해애나는근본적인고민으로부터눈을돌린다.“이런감정들이도망치고자하는욕망과혼란스럽게뒤섞였을때,애나는자신이생각하는사랑이사실은두려움에지나지않는것같다는걱정이들었다.나쁜사람으로보일것같다는두려움,사랑을할줄모르는사람으로보일것같다는두려움.”(175면)이것이야말로애나를포함한많은현대인들이직면한지점이기도할터인데,연명에대한섬뜩하기까지한토미의집착과그에동의할수밖에없는남매들의의식기저에는과거비극적인일을겪고세상을등진또다른형제로니의죽음이자리해있다.

첨단의료기술과막대한비용을들여,심지어자신의뜻이반영되지못한채로생명이유지되는것을과연인간의삶이라할수있을까.반대로“어머니가먹는약을생각해보면,여섯알을먹는편이열일곱알보다낫고,열일곱알이스물한알보다나았다.하지만중요한것은스물한알이라해도여전히죽음보다는낫다는점이었다”(227면)라는절박한마음은어떠한가.이처럼막중한질문에대해작가는독자로하여금스스로생각하게만든다.

수많은걸작들을우리말로옮긴김승욱의섬세한번역으로더욱빛이발하기도한이작품은기후위기,파편화된인간관계,말초적인자기전시등지금시대에대한중대한문제의식들을한가족의서사를통해풀어냄으로써끝내삶과죽음,그리고인간과세계에대한진중한성찰을불러일으킨다.그리하여오늘우리앞에당도한이작품을읽는모두에게보편적인울림을가져다주기에부족함이없다.“비극을모르는이시대의비극.읽는자에게구원있으리라.”(정용준추천사)한편의소설은때로잊기힘든잔상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