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리마스터판) -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봄빛 (리마스터판) -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16.80
Description
“내 새끼, 그래 한시상 재미났는가?”
경탄과 환희를 부르는 짜릿하고도 극적인 순간

오래도록 기억될 정지아 문학의 거대한 뿌리
저마다의 그리움을 되살려내는 묵직한 이야기의 힘
대형 베스트셀러의 입지를 확고히 할 만큼 폭발적인 독자의 호응을 얻음과 동시에 문화 각계의 호평을 얻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 정지아의 초기작 『봄빛』이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봄빛』 곳곳에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는 씨앗이 던져져 있다(「새로 쓴 작가의 말」). 어떤 대목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속 등장인물의 감춰진 에피소드로 읽히고, 어떤 대목은 새로운 관점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더 깊이 이해시켜주기도 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봄빛』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봄빛』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소설집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봄빛」을 읽고 정지아에 대한 확신과도 같은 신뢰를 갖게 됐다. (…) 세간의 잔재주들이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에 도달”(『느낌의 공동체』, 문학동네 2011, 298면)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이 소설집은 잘 짜인 서사가 선사하는 묵직한 문학적 울림으로 가득하며, 한편 한편에서 짜릿하고도 극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소설집이 천착하는 주제인 ‘잃어버린 기억’ ‘가족의 의미’ ‘현대사를 바라보는 관점’ 등은 여전히 유의미할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소설집이 처음 발표될 당시(2008)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새롭게 선보이는 『봄빛』의 이야기가 여전히 감동적인 동시에 재미있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창비에서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정지아

저자:정지아

1965년전남구례에서태어나중앙대대학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마쳤다.1990년장편소설『빨치산의딸』을펴내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1996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고욤나무」가당선되었다.소설집『행복』『봄빛』『숲의대화』『자본주의의적』,장편소설『아버지의해방일지』등이있다.만해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유정문학상,심훈문학대상,5·18문학상,요산김정한문학상,오영수문학상,한무숙문학상,노근리평화문학상,서라벌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봄빛
풍경
소멸
순정
양갱
스물셋,마흔셋
운명
길1
길2
세월

해설
작가의말
새로쓴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내새끼,그래한시상재미났는가?”
경탄과환희를부르는짜릿하고도극적인순간

오래도록기억될정지아문학의거대한뿌리
저마다의그리움을되살려내는묵직한이야기의힘

*창비에서는독자들의꾸준한사랑을받는작품들을엄선해새로이단장한‘리마스터판’을출간하고있습니다.한국문학의새로운고전으로자리잡은작품들이오늘의독자들에게한층가까이다가갈수있기를바랍니다.

대형베스트셀러의입지를확고히할만큼폭발적인독자의호응을얻음과동시에문화각계의호평을얻은『아버지의해방일지』의작가정지아의초기작『봄빛』이창비리마스터소설선으로새롭게출간되었다.작가스스로밝히듯『봄빛』곳곳에는『아버지의해방일지』의중요한요소를이루는씨앗이던져져있다(「새로쓴작가의말」).어떤대목은『아버지의해방일지』속등장인물의감춰진에피소드로읽히고,어떤대목은새로운관점에서『아버지의해방일지』를더깊이이해시켜주기도한다.『아버지의해방일지』를사랑하는독자라면『봄빛』을반드시읽어야하는것은바로이때문이다.물론『봄빛』은그자체로눈부시게아름다운빛을발하는소설집이다.문학평론가신형철은“「봄빛」을읽고정지아에대한확신과도같은신뢰를갖게됐다.(…)세간의잔재주들이결코범접할수없는기품에도달”(『느낌의공동체』,문학동네2011,298면)해있다고밝힌바있다.그만큼이소설집은잘짜인서사가선사하는묵직한문학적울림으로가득하며,한편한편에서짜릿하고도극적인순간을경험할수있다.특히나이소설집이천착하는주제인‘잃어버린기억’‘가족의의미’‘현대사를바라보는관점’등은여전히유의미할뿐더러,어떤면에서는소설집이처음발표될당시(2008)보다더욱중요해졌다.새롭게선보이는『봄빛』의이야기가여전히감동적인동시에재미있는것도아마이러한이유때문일것이다.

잃어버린기억과과거
삶을복원해내는서사의힘

차안(此岸)과피안(彼岸)을포용하며웅숭깊은세계를지향했다”라는평가를받으며2006년이효석문학상을수상한「풍경」의주인공은평생홀로노모를모시고사는예순의노인이다.“해가뜨면새로주어진하루를살아내듯”육십년을살았다.“어머니였고세상이었으며유일한동무”(93면)였던어머니는벌써삼십년전부터기억을잃기시작해막내아들인자신을여수14연대를따라떠난형들로착각한다.집떠난자식들을기다리던습관을버리지못한어머니는집을찾는누구라도자식인듯대한다.어머니에게잃어버린기억이란평생동안기다린자식들이기도하고한많고곡절많은자신의젊음이자한평생이기도하다.이야기의마지막에펼쳐지는어머니와아들의대화는환상적임과동시에뭉클한감동으로다가온다.
「못」의주인공건우씨는여든을넘긴작은어머니의보살핌을받아야하는성치못한몸을갖고있고매년봄자운영이필무렵찾아오는시집간누이를하염없이기다리는신세이다.작은어머니는평생조카뒷바라지에고생한자신의신세를한탄하고건우씨가차곡차곡모은돈을호시탐탐노리지만건우씨는그돈이나마꼭간직하고있으라는누이의말을되새기며작은어머니와티격태격한다.봄이와도집에오지않는누이를원망하는건우씨와,그런건우씨를애처롭게바라보는작은어머니는함께늙어가는서로의처지를안쓰러워하며연민의감정을품는다.아릿한마음과동시에펼쳐지는시트콤과같은상황극들이웃음을자아내는작품이다.
표제작「봄빛」에서는젊은시절서슬이퍼렇던아버지가치매에걸린듯하다는어머니의걱정스러운전화에아들이시골을찾는다.밥상머리에서‘뚜부’(두부)반찬을내놓으라고막무가내호통을치는아버지와평생큰소리한번못냈지만남편의보살핌속에살아온어머니의변한모습을보고아들은두려울만큼가슴이먹먹해진다.다음날검사결과를위해찾아간병원에서뇌에문제가있다며아버지는치매초기진단을받는다.돌아오는길에노부모가나란히자동차뒷자리에서잠든모습을보며아들은그동안부모에게받은것을돌려줘야할때가돌아왔음을깨닫는다.이작품에서잃어버린기억은자식들을키우고평생을살아내야했던아버지의역사이다.「봄빛」이주는큰감동을문학평론가정홍수는생생한사투리생활어표현에서비롯된다고본다(추천사).“‘뚜부’가올라오지않았다는이유로아버지와어머니가벌이는서글픈설전은오랫동안기억될명장면”(신형철,『느낌의공동체』298면)이다.
「세월」에이르러서는치매와노화가단순히개인적인차원을넘어서우리역사의질곡으로까지맞물려확장된다.빨치산이던남편을따라산에오르고,첫아이를눈물로보내고,평생남편을하늘같이믿고따라온아낙이기억을잃은남편옆에서그동안말하지못한속내를넋두리로늘어놓는다.이대목에서「세월」의화자는『아버지의해방일지』의‘어머니’이고‘이녁’은‘아버지’라는것을알수있다.이녁이화자에게글공부를시켜준에피소드나,옥살이를한이야기는『아버지의해방일지』를읽은사람에게는새로운재미로다가온다.이작품에서남편이잃어버린기억을복원하고되새기는일이란곧역사의복원이고증언이된다.작품전체에걸쳐넋두리를읊는아낙은시종진한남도사투리를구사하여살아있는입말의맛을제대로느낄수있게한다.

섬세하게포착한인간의내면
정지아가그려낸다양한마음의형태

한많은평생의기억을잃고자신의존재조차잊는노년의애틋한정서를섬세하게그려낸작품외에도,『봄빛』에는복잡하고미묘한인생과인연의여러국면을다채롭게그려낸작품들로읽는재미가풍성하다.
어린시절부터어둡기만한가족사의운명을온몸으로겪었기에운명처럼반복되는인연을거부하고자하지만끝내그굴레에서벗어날수없었던이야기를그린「운명」의‘나’는운명앞에서“어디한번덤벼봐라,얼마든지상대해주마,이길수없는싸움이라할지라도고분고분져주지는않겠다”(223면)라며결사항전의의지를보인다.대학시절우연한만남을거듭한K는‘나’가운명의여자라고생각하고다가오지만‘나’는비극적인운명의과거로인해마음을열지못한채떠난다.치근덕대며접근하는직장상사를피해떠난부산행여행길에서‘나’는운명이라믿었던것들의무상함과삶뿐아니라죽음조차운명이라는생각에잠긴다.
「양갱」의주인공은남편과헤어지고홀로살고있다.어느날불쑥찾아온고모가반갑지않지만,고모는어린시절부터자기자식들못지않게각별히조카를챙기던분이었기에마냥야박하게굴수도없다.불쑥찾아온조카집에서자기집인양천연덕스럽게구는고모는주인공이어렸을적부터좋아하는양갱을만들어주며가슴에응어리진남편과의이별과상처를따뜻하게어루만져준다.
그리고연작「길1」과「길2」에서는우연히산행길에서만난한날한시에태어난동명이인인주인공‘김기영’을중심으로길을떠난자와남아있는자의입장을엇갈리게그려냈다.피란길에엄마를잃고동생들조차제대로챙기지못한죄책감에시달리던「길1」의주인공김기영은양아버지의보살핌을받아의대를졸업하고제법성공한길을걷지만동생들을지켜내지못한어린시절의자신을탓하며가족을떠나정처없이걷는길위의삶을택한다.「길2」의주인공김기영은어린시절가족을버리고떠난아버지를그리워하면타지로떠나는동네사람들의뒷모습을바라보며고향마을을지키며살아온인물이다.공부를제대로시키지못한큰딸에대한부채의식을지고사는김기영은친정집에다니러오는큰딸을위해산으로더덕을캐러들어갔다가산길을헤치고오는또다른김기영을만난다.길을떠나온자와,남아서길을지키는자의조우는인연과이별이라는인생의풀수없는수수께끼를실감케한다.
그밖에남편과가족을떠나감행한영국여행에서우연히만난스무살차이나는영인을통해마흔셋여자로서의자신을재발견하는「스물셋,마흔셋」은시종유쾌한필치로그려지지만많은생각거리를던져준다.작가의“여성성탐구가어떤차원으로옮아가고있는지를암시적으로보여주는”(해설,김경수)작품이다.여성으로서자신을한번도돌본적도사랑한적도없음을자각한화자의반성은,이윽고독자에게로옮아가스스로를돌본다는것의의미를되묻게한다.

가벼운이야기가넘쳐나는시기에『봄빛』의묵직함은오히려신선한문학적감동으로다가온다.『봄빛』이지닌향토성은시간이지나도촌스러워지지않는고궁과같은매력을뿜어내며,보편적인감수성을자극해저마다의그리움을되살려낸다.이책을읽은독자들은움직이게된다.문득부모님의안부를묻게되고,그리운사람에게연락을하게된다.혹은자기를위해하루쯤근사한‘호캉스’를계획하게될지도모른다.『봄빛』에는언젠가사라질것들을살펴보고아껴주게하는힘이있다.그것이바로좋은이야기가주는힘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