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기술자들

$15.00
Description
누구에게나 잡스럽지만 든든한 비장의 무기가 있다!
소박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김려령식 이야기의 힘찬 도약
우리 모두의 인생에 부치는 각별한 격려와 응원
메가 히트작 『완득이』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우아한 거짓말』 『트렁크』 등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잇달아 펴내며 전세대를 아우르는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가 김려령의 신작 『기술자들』이 출간되었다. 청소년 소설의 외피를 지닌 『샹들리에』(창비 2016)를 제외하면 처음 선보이는 본격 소설집으로, 8년간 모아온 작품들을 엮어 더욱 큰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평범한 개인과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다채로운 삶의 풍경을 소담하게 담아낸 이번 책에서도 경쾌한 묘사와 매력적인 인물, 상투를 거부하는 서사로 사랑받는 김려령의 ‘이야기꾼’ 면모는 확연하다. 또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상식이나 제도에 질문을 던지며 물밑의 갈등을 거침없이 드러내온 전작들처럼, 이번 소설집의 도식적이지 않은 가족서사들은 삶과 관계에 대한 굵직한 고민의 궤적을 남긴다. 유사 가족이 된 두 중년 기술자의 동행, 부모가 자식 등골 빼먹는 ‘불량 가족’, 다 자라고도 ‘어른 아기’처럼 부모에게 기생하는 자식 등 파격적인 한편 너무도 그럴 법한 이야기들은 가족이라는 타인을, 또 낯선 나 자신을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보게 만드는 한편 모두가 각자의 앞에 놓인 삶을 충실히 살아내도록 다독인다.

저자

김려령

저자:김려령
2007년『완득이』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우아한거짓말』『가시고백』『너를봤어』『트렁크』『일주일』『모두의연수』,소설집『샹들리에』등을썼다.

목차


기술자들
상자
황금꽃다발
뼛조각
세입자
오해의숲
청소

해설|정홍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너무늦었다고,모든걸잃었다고생각할때
바닥에서시작되는조금씩채워가는이야기

표제작「기술자들」은“당장의일이곧본업”인떠돌이노상기술자들의이야기다.베테랑배관공‘최’는팍팍한현실에집도,가게도정리하고유일한자산인승합차에모든살림을챙기고유랑을준비한다.마지막의뢰를시공하러가는길에만난떠돌이‘조’도최의방랑길에얼렁뚱땅합류한다.정처없이다니며노지에서차박하는고단한삶이지만손발이척척맞는최와조는자잘한의뢰를받아가며생활한다.일은조금씩자리를잡아가고가끔은좋은일도생긴다.“오늘만같아라”라고중얼거리는날들에감사하는마음을이보다더진정성있게그릴수있을까.성실하게일상을일구는두콤비의투박한우정이촉촉하게마음을적신다.배관이며실리콘,줄눈,타일처럼“작지만정확한세상의노동”을통해“작은균열을둘러싼세목에충실하려”(해설,정홍수)하는김려령의따스한시선에서우리는일상속에숨겨진많은삶의‘이유’들을발견하게된다.

지나간상처를딛고새로운출발을준비하는묵묵한감동은「오해의숲」에서좀더극적인반전과함께그려진다.직장에서퇴사하는날,손절한동창이같은회사에입사해서마주칠확률은얼마나될까.고등학교시절친구들사이에서도,지금다니는회사에서도자신이모난성격탓에‘폭탄’취급받는다생각한재영의상처는악연으로밖에는설명할수없는우연으로마주한증언자하윤에의해새로운국면을맞이한다.재영은대체무슨억측과망상을하며살아온걸까?한순간의오해를이용해갈등의심화와해결을동시에꿰뚫는플롯은과감하고,그과정에서도해소되지않은상처의그늘까지놓치지않는감각이미덥다.모두각자오해의숲을헤매며사는동안내리는판단의무게를,그럼에도새로운생의서막을마주하는벅찬설렘과용기를작품속에서느낄수있다.

“한번틀어진가족은절대로되돌아오지않는다”
요동치는가족현실과흔들리지않는중심

이번책에서는개성적인가족이야기들이특히흥미롭다.삶에대한일면적이지않은이해에서발원해이야기의‘패턴’을파훼하는작가의면모가빛을발하는대목들인데,이런다종다양한가족들의모습은낯선전개와파격적인결말로몰아치며독자의마음에강렬한파장을남긴다.한편의‘매운맛’흙수저잔혹사「세입자」의주인공‘나’의부모는과거에는중학생이던‘나’의알바비로생계를꾸렸고지금은수술비를명목으로호시탐탐‘나’의월급을노린다.장녀의등골을빼먹으려작정한전형적인‘불량가족’으로부터탈출하듯집을나와반지하방을전전하던‘나’에게어느날서울의아파트에서저렴한월세로살기회가찾아온다.해외근무로집을비운집주인이싼값에월세를내놓은것.집일부만사용할수있는셋방살이지만주인없는멀쩡한아파트에서살며처음엔그저행복했다.하지만악착같이자신을찾아오는가족의마수를벗어나기란불가능하다.셋방살이도생각보다설움이지독하다.베일이덮인명품가구들,세입자는이용할수없는편의시설들은비참한처지를매순간일깨운다.심지어멀쩡한듯하던집주인에게서도알고보니불량가족의사정이자리해있다.온통함정과기만이도사리는이집에서,지긋지긋한가족의굴레에서,벗어날수있을까?

자식을미워하는어머니의지극히합당한사정도있다.「황금꽃다발」의팔순앞둔노모는부모에게얻을것다얻어내며자라성공한삶을살면서도이른바‘흙수저마케팅’으로돈과명예를좇는큰아들에게더이상줄사랑이없다.대신손대는일마다시원치않지만묵묵히형뒷바라지하며소박한행복을가꾸는막내에게그녀의사랑이향한다.집안청소를하며‘희생자’로서살아온과거와의이별을선언하는「청소」의주인공은비슷한듯다른길을걷는다.홀로일하며자식둘을헌신적으로키워온‘그녀’는자신을하인부리듯하찮게사용하며존중이라곤할줄모르는자식들을미워하진않는다.다만일주일간의대청소를통해“다닦고다버리고남길것은남”긴채미련없이자식들을떠난다.부모를욕보이며없는가난을지어내는아들의무도한행태도,당당하게편애를선언하는솔직한모성도,홀가분하게자식을떠나뒤돌아보지않는결단도가족이야기에서흔히찾아볼수없는소재다.하지만담담히자신의이야기를들려주며당당한선택을내리는인물들앞에서옳고그르고의판단은힘을잃게된다.각자의삶을일구어가는이들을응원하고싶어질뿐이다.

우리시대삶의모습을오롯이담은
‘투명한가벼움’의예사롭지않은경지

“작가의현미경에포착된우리삶이란게그얼마나많은실핏줄같은이야기의줄기들로이루어져있는것인지,새삼소스라치게놀라게된다”(추천사,공선옥)는표현처럼,이번작품집에서일상적인소재에서시작된이야기들이내밀한삶의중핵으로천연덕스럽게돌입해가는치밀함과돌파력은압권이다.보잘것없던일상의디테일도김려령의렌즈를거치면달라진다.삶의중대사라믿어온것들이한순간에조각나고,잊고있던잡동사니가반짝이며변화를몰고온다.「뼛조각」의주인공수원은우연히자신의무릎옆에작은뼛조각이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일상생활에별지장은없지만,지금수원에게이뼛조각은심각한문제(여야만한)다.인턴기간이끝나가도록정직원으로전환되지못했다는사실을차마아버지에게말할수없던차에때마침무릎에염증이생긴것.수원은수술을핑계로당당히사직서를내고안해도될뼛조각제거수술을강행하는데,그런엄살을응징하듯입원기간내내숱한위기가닥친다.아버지는간병인으로묵묵히수원을돌본다.왜수원의청춘은뼛조각처럼성가신취급만받는가.늘핑계만대는아들에게아버지는왜아무말이없는걸까.철없이서러운청춘과그런아들을보듬는아버지의모습이애달프게우리가슴을흔든다.

가족문제를둘러싼의견차이로이별하는연인이야기를다루는「상자」는갈등자체보다도갈등으로촉발된성찰과성장이돋보이는작품이다.주인공‘나’는오랜연인‘상우’로부터어처구니없는이별통보를받았다.엄마가33년간보관한상자속‘나’의어릴적유아용품들을보더니,이걸여태간직한엄마와‘나’의관계가소름끼쳐서더는못만나겠다는것.이정떨어지는이별사유에마음은미련없이정리됐지만,아무리생각해도상우의반응은지나치다.남의끈끈한가족애를그렇게폄훼하다니.더분한건그의말이맞을지도모른다는사실이다.정말우리가족이유난인것일지도,‘나’는이나이먹도록어리광만피워온어른아기일지도모르겠다.‘나’는상자를정리하며상우와의관계도,자각하지못하고살아온의존적인삶도버리겠노라마음먹는다.

경쾌한보법으로불필요한갈등이나감정소모를뛰어넘으며인물내면의성찰에집중하는이야기들을읽으며우리는우리에게정말중요한것들을떠올려보게된다.감춰져있던속마음들을,엉망진창으로꼬여버린관계의해법을,반복되는일상속에서잊고있던소중한무언가를끝내발견하고야만다.힘주지않아도유려하고숨쉬듯자연스럽게문학읽기의즐거움을선사하는작가,김려령이다다른더넓고밝은지평이이번책에서약연하다.“개개인물의목소리와그들의‘잡다한’시간에충실하면서”(해설)앞을향해힘차게걸어가는이야기들에발걸음을맞춰보자.김려령만이보여줄수있는소박하게사랑스러운감동이찾아와당신과동행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