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자리 - 소설Q (양장)

미래의 자리 - 소설Q (양장)

$15.00
Description
“내일보다 오늘을 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이 빛을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문진영이 선사하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가장 섬세하고 따스한 이야기
『담배 한 개비의 시간』(창비 2010)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줄곧 외지고 그늘진 곳에 드는 조그마한 햇볕과 그 온기를 좇아온 작가 문진영. “단지 삶의 독특한 취향이나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윤리의 차원”(문학평론가 권희철)에 도달했다는 평과 함께 2021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그가 첫번째 경장편소설 『미래의 자리』를 펴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아홉번째 책으로, 친구 ‘미래’의 죽음이라는 상흔을 공유한 세 인물의 일상을 담담하고도 애틋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문진영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십대 후반의 인물들을 화자의 자리에 세워둠으로써 개인의 아픔뿐 아니라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대적 아픔까지도 짚어 보인다. 특히 미래의 목소리를 빌려 살아남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무감각해져 있던 우리의 마음에 고요한 파문을 일으킨다. 회복과 성장을 기대하는 섣부른 태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흉터를 바라보는 올곧은 시선이 담긴 『미래의 자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깊은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저자

문진영

저자:문진영
2009년『담배한개비의시간』으로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눈속의겨울』『최소한의최선』,중편소설『딩』,짧은소설집『햇빛마중』이있다.2021년김승옥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0미래
1지해
2자람
3나래
4지해
5자람
6지해
7자람
8나래
9지해

작가노트

출판사 서평

“내일보다오늘을살고싶다.지금이순간을.
이빛을아름답다고느끼면서.”

김승옥문학상대상수상작가문진영이선사하는
지금여기를살아가는마음에관한가장섬세하고따스한이야기

지워지지않는흉터를안고도살아갈수있음을,
내일이없는자리에도평온한오늘이찾아들수있음을

미래가예고없이세상을떠난이후,더는소설을쓸수없게된소설가지망생지해와고통없는사랑의존재를믿지못하는자람,그리고자신이얼마나아픈지모를만큼무감각해진나래는하루하루외줄위를걷는것처럼위태롭기짝이없는일상을보낸다.
한때신춘문예최종심까지오른적이있는지해는이제매일무기력하게방에누워천장만을바라보고있다.반복되는하루에갇힌어느여자애의이야기를쓰고싶다고생각하지만,“오늘이어제살아본오늘”일뿐인아득한상황에서이야기는도무지앞으로나아가지않는다.“뭔가를사랑하는것도,사랑받는것도모두버겁”다고생각하는지해에게오늘은견뎌야할무엇에지나지않는다.
한편자람은과거사고를당한아버지를간병하느라지망하던대학에가지못했고,이후가정폭력을가하기시작한아버지로부터어머니를지키기위해첼리스트의꿈도포기해야했다.그런자람은일찌감치독립한동생우람과번듯한첼리스트가된동기들을부러워하며자신에게도가능했을지모를미래를그려보지만,어머니를버릴순없다는생각에자해까지해가며매일을버틴다.“고통없이누군가를사랑하는게가능한일일까”자문하면서.
미래의쌍둥이자매인나래는어릴때부터사람들의사랑을독차지하고자신과달리세상을잘살아가는듯보였던미래를부러워했다.동시에미래는나래에게“세상이다몰라도나를알아주는단한사람”이었다.그런미래의죽음은나래로하여금삶을향한모든의욕을잃게만들었다.멀쩡해보이는겉모습뒤로삶에대한회의를지닌채“고치안에몸을숨기는애벌레처럼”막을치고살게된나래.그런나래에게어느날지해가전화를걸어와말한다.“……살아주면안될까.내소원이야.”

한때미래를잃어버린적이있는당신에게
애틋하게건네는또한번의오늘에대한믿음

이처럼내일을잃어버린채오늘마저위태로이견디는이들을붙드는것은다름아닌서로의손이다.자람의손에이끌려밖으로나온지해는얼결에작은음식점에취직해일하기시작하고,일상의곳곳에서마주하는이들의손을물끄러미들여다본다.자신을잡아이끈자람의손,목가구를만드는동료용이씨의손.화분을가꾸고길고양이를돌보는엄마의손과김밥을마는자신의손.그손들을통해지해는“뭔가가선명하게만져진다는것”,“자신의손을거쳐몸을가진무엇이만들어진다는”것의소중함을깨닫고다시한번키보드위에손을얹어본다.일단은그저오늘치의“한문장만나아가자,고생각”하며.
자람은자신에게첼로레슨을듣는민서를볼때마다흔들리는마음을느끼지만,헛된기대는고통만안겨줄뿐임을되뇌며마음을접으려한다.그럼에도자꾸만민서와의만남을기다리는자신을발견한자람은문득생각한다.민서와함께산책하고식재료를사서나란히집으로돌아가는것이자신의“매일이었으면좋겠다고”.그렇게다시한번‘매일’을그려보게된자람은뜻밖에고양이두마리를키우게되며그들이건강하게살다가어느날눈을감을때까지“무슨일이있어도살아남”겠다고생각하고,타인과자신을고통없이사랑하는법을조금씩배워간다.
살아달라는지해의말을듣고서야굳게닫힌마음의문을열고나온나래는미래의유품을살피다우연히미래의블로그를발견하고,거기적힌일기들을읽어나가는과정에서전에는이해할수없었던미래의마음을이해하기시작한다.

미래야.나는네가했던말이무엇인지이제조금알것같아.
(…)
고요함속에서나래는발톱끝의욱신거림이아주조그만심장박동처럼느껴진다는걸알았다.
앞으로얼마나더많은밤들을이렇게깨어있게될까.
그러나그밤들이아주고통스럽지만은않을거라는걸,나래는알았다.(216~17면)

소설은지해,자람,나래의이야기가끝날때마다미래의일기를교차해보여줌으로써각각의오늘을한데겹쳐보인다.그로써우리는소설의프롤로그격인0장에서자신의꿈이야기를하던미래가공기방울이된친구를일컬어“그애가죽은게아니라,그저다른형태로바뀌었을뿐이라”말했듯미래역시다른형태로그들의오늘에자리하고있음을,미래의자리가영영비어버린것이아님을알수있다.그와함께이야기의끝에놓인미래의일기는작중인물들과읽는이모두에게선명한희망을남긴다.

그러면서도내가삶을이리도아름답게느낀다는것은모순일까.
대단한모험보다는소소한위험들을함께하면서그떨림을공유할수있는사람을갖고싶다.
겁낼줄도알고용기낼줄도아는사람을.
돌아볼줄도알고내다볼줄도아는사람을.(219면)

“상처를극복하고얻어낸성장을소망하기보다흉터를안고유연하게휘어지”(이서수,추천사)면서살아나가기로결심한이들의이야기는아픈데서느껴지는욱신거림조차심장이뛰고있다는증거임을,잔바람에도흔들리되결코끊어지지는않는버드나무처럼살아갈수있음을,마침내내일이없는자리에도평온한오늘이찾아들수있음을실감케한다.
이렇듯문진영의소설은의식하지않는동안에도우리를끊임없이삶쪽으로이끄는호흡처럼더없이꾸준하고그윽한방식으로읽는이를추동한다.내일이오지않을것처럼여겨지는오늘을살아가는이가있다면“그를위해폭우속으로뛰어드는”용기와“도망치지않고시커먼먹구름아래우산도없이서있기로”하는선택을,“들리지않아도함께소리질러울기로”하는결심을가져주기를.서로의손을붙들어주기를.그때찾아올또다른오늘을기다려주기를.그러니“부디살아주”(작가노트)기를.어느덧한국문학의미더운이름으로자리잡은문진영의소설이그지극한마음을안고여기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