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엔딩 (양장)

내일의 엔딩 (양장)

$16.00
Description
나의 세상이 온통 어둠으로 차오를 때,
멀리서부터 하나둘 불을 밝혀오는 아름답고 눈부신 기억들
창비신인소설상 수상 작가 김유나의 첫번째 소설

2020년 “화자의 갈팡질팡하는 마음 곁에 나란히 서서 그 마음을 물끄러미 응시하게 되는 독특한 힘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 김유나의 첫번째 소설 『내일의 엔딩』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첫 책이자 첫 장편인 이번 소설은 창비의 젊은 경장편시리즈 소설Q의 스무번째 작품이다. 『내일의 엔딩』은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곁에서 홀로 지켜온 주인공 자경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간병이 길어질수록 쓸쓸한 감정에 익숙해지고 그저 무미건조한 날들만이 계속된다고 생각했던 자경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나며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던 소중한 존재들을 하나씩 발견해낸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쩌면 비참하게 보이는 삶일지라도 그 내면의 이야기를 곡진하게 풀어내어 끝내는 인물의 단순하지 않은 마음을 설득해내는 특유의 솜씨는 이번 소설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으로 홀로 가족의 돌봄을 감당하는 여성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그리면서도 인물이 지난한 삶 속에서 빛나는 희망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렇게 “결말의 자리에서 바닥에 선을 긋고 다시 출발선에 서는 인물”(정용준, 추천사)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삶을 계속해나갈 때 만나게 되는 새로운 내일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혼자가 된 이후에 더 사랑하는 쪽으로, 덜 혼자가 되는 방식을 택하는 쪽으로”(김유담, 발문) 나아가는 이야기가 전하는 담담한 위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끝내 우리 삶의 연약한 한 부분을 뜨겁게 끌어안을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저자

김유나

저자:김유나
2020년「이름없는마음」으로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희망도절망도아닌
제2부다시멀리서보면

발문|김유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의엔딩이결코쓸쓸하지않도록
흔들리는마음의곁을따스하게비추는시선

소설은주인공자경이아버지의죽음을마주한이후의시점에서시작한다.자경의아버지는6년전갑작스레뇌경색으로쓰러졌다.의식없이누워있게된아버지를홀로돌보게된자경의삶은말그대로버티는시간의연속이었다.늘어나는빚과호전되는가싶다가도악화되는아버지의상태는자경의외로운삶을더욱삭막하게만들었다.누구에게도기대지못한채간신히이어지던날들은어느가을,아버지의죽음과함께모두끝난다.대전에마련한빈소에서장례를치르는동안,자경은자신을위로하러온예상밖의사람들을보며마음이조금누그러지지만허덕이는것이익숙해진삶이그날하루라고피해가지는않았다.기한이촉박한업무들,자신이상중일때단체로퇴사해버린팀원들,너무진지한관계가될까두려워집안사정을전하지못한연인응현이아무것도모른채쏟아내는원망까지……그중에서도가장골치아픈일은아버지와함께살던고향집이갑자기팔려당장이틀안에짐을빼줘야하는현실이다.지금이아니면집을팔수없다는것을알기에자경은장례가끝나기무섭게무거운마음을안고고향집으로향한다.
김장비닐가득담아몇번이나짐을비우고중고가구점에헐값으로가구들을넘기기를반복하던저녁,자경은서재한구석에서아버지의일기장을발견한다.일기장에는영화감독을꿈꾸며영화에모든것을쏟아부었던자경의이십대를멀찍이서지켜보던아버지가남긴기록들이있었다.자경은아버지의오래된DVD장에꽂혀있는자신의마지막영화「소설小雪」을찾아재생하고오래전한겨울무주에서영화를촬영하던어느날들을떠올린다.자경은자신이만든영화가아버지가남긴일기의내용처럼“인간을기어이살아가게하는삶의소중한빛”같은가치를담은이야기는아니라고생각했다.삶에서그런것을발견해보려시도했던적도없었다.그러나약이십년만에다시재생해본영화앞에서자경은무주에서보았던오묘하고아름다운장면을기억해낸다.

“다시멀리서보면,
모두거기에있는것들”

자경의영화에서주인공이끝내찾지못했던희망의불빛은모든것을잃었다생각한현실에서분명히존재하고있었다.자경은언제나멀리서희미하게반짝이며자신을지켜주었던“다시멀리서보면,모두거기에있는것들”에대해생각한다.세간살림이다나가고내일이면다른이의소유가되는고향집에누워자경은자신을지탱해주었던소중한존재들을하나하나마음에담아본다.그렇게어두웠던오늘을무사히지나빛나는내일을향해나아간다.
김유나의소설속인물들은대체로과장하지않고담담하고차분한태도로자신의앞에놓인하루를감당한다.6년이라는시간동안홀로아버지를간병하면서도그게자신에게주어진일이라는듯묵묵히한해한해를지나온자경,안정적인직업없이매일을견디면서도확답을주지않는연인의곁을변함없이지키는응현의모습은씩씩한것을넘어어딘가서늘하고무감하게느껴지기까지한다.그러나현실에치여많은감각이무뎌지고단단해질만큼단단해졌다고느끼는날들속에서도문득마음이흔들리는방향을따라가게되는날이오기마련이다.“잊고있던이상한순간”이떠오를때애써외면하고싶지않다고느끼는날이.자경은고향집에서새벽을맞이하며어떤기억속을걷게된다.

너무꼭쥐어시들어버린꽃같은순간들.불을환히밝힌할머니집과먼지처럼작아지던도깨비불,툇마루에앉아마늘을빻으며큰소리로노래를부르는아빠,잎,눈,구름한조각,계절을입은채언제나그자리에있던감나무아래를.다시멀리서보면,모두거기에있는것들.(136~37면)

언제나외로이혼자감당해왔다고생각했던시간을함께해주었던소중한존재들을떠올리며자경은상실의끝에서새로운시작을만난다.
우리는때로오늘과는다른내일의엔딩을꿈꾼다.나아지지않을것같은현실,원치않는방향으로요동치는감정들,‘희망’이나‘사랑’같은이름을시원하게붙여주고싶지만“산다는건희망도절망도아니다”라고적게만들거나사랑하는사람에대한진심을마주할용기를빼앗는무력감의한복판에서모든것이다시시작되었으면하는심정이되기도한다.이러한고통속에서새로운곳을향해나아가게만드는힘은소리없이곁을지켜주었던소중한존재들로부터온다.이책은우리가두고온많은것을다시멀리서바라볼수있는시간을선물해줄것이다.그렇게눈에보이지않는수많은사랑의기억이“용기를내는엔딩의방향으로자경을밀어줄수있었던”(작가의말)것처럼오늘을힘차게살아가는우리에게도따뜻한내일의엔딩을향해나아가도록이끌어주는순간들이찾아오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