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대온실 수리 보고서

$18.00
Description
창경궁 대온실의 비밀을 둘러싼 장엄한 서사
소설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재미와 감동을 만나다
마침내 탄생한 김금희의 역작!
마음에 이는 무늬를 섬세하게 수놓으며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증명해온 소설가 김금희가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동양 최대의 유리온실이었던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슴 저릿한 비밀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신념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역사소설로, 김금희 소설세계를 한차원 새롭게 열며 근래 보기 드문 풍성한 장편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창경궁과 창덕궁을 둘러싼 자연에 대한 묘사, 한국 최초 유리온실인 대온실의 건축을 아우르는 역사, 일제강점기 창경원에 감춰진 비밀, 오래된 서울의 동네인 원서동이 풍기는 정취,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소설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써내려가는 ‘수리 보고서’는 건축물을 수리하는 과정을 담은 글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아픈 역사와 상처받은 인생의 한 순간을 수리하고 재건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는 어떤 마음의 상처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필수요소, 마치 문고리나 창틀이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인 것처럼 삶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두려운 나머지 잊고 묻어두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하게 된 주인공이 보고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때 이 방대한 이야기를 따라온 독자는 이 작품을 읽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마음의 성장을 실감하는 동시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

김금희

저자:김금희
200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너의도큐먼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센티멘털도하루이틀』『너무한낮의연애』『오직한사람의차지』『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장편소설『경애의마음』『복자에게』,중편소설『나의사랑,매기』,연작소설『크리스마스타일』,짧은소설『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안생각해』,산문집『사랑밖의모든말들』『식물적낙관』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우현예술상,김승옥문학상대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원서동
2.옮겨다심은종려나무밑
3.야앵(夜櫻)
4.타오르는소용돌이
5.당신은배고픈쿠마센세이
6.큰물새우리
7.목어와새
8.얘들아내얘기를
9.대온실수리보고서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대온실수리보고서』는내가소설로가본가장폭넓고긴시간대였다.당연히많은자료의도움을받아야했다.긴참고자료목록을남겨둔건이야기를두텁게만들기위한작가의추적이어떤식으로뻗어나가는가를밝히고싶은생각이들어서였다.인물의동작과옷차림,말씨,표정,거리의활기와적막,집안마루의감촉과대온실의유리창과대나무발,긴잎의바나나와맹수사의동물들,풍랑에흔들리는상선과눈쌓인피난길서로의안전을당부하는불안한얼굴들,패전의무게를곁고남하하는이들의걸음걸이.이모든것들을이해하기위해어떤모색을했는가를.그래서일까.책작업을하는동안어떤소설보다‘이해한다’라는표현을자주썼다는걸깨달았다.도서관과공유오피스와카페를전전하며자료들을읽다가마침내이해에다다르면슬픔이차올라자리를박차고나와걷던시간들이이건조한목록에담겨있다.내가한이해는깨진유리파편처럼그시절을자그맣게비추고있을뿐이겠지만한참을걸어야감정이식을만큼적어도내게는너무생생한것이었다.나는자주기도했다.

한때는근대의가장화려한건축물로,제국주의의상징으로,대중적야앵의배경지로,역사청산의대상으로여러번의의를달리한끝에잔존한창경궁대온실은어쩌면‘생존자’에비유될수있을것이다.나는이건축물과함께그시절존재들이모두정당히기억되기를바란다.그리고더나아가당신에게이해되기를.

가을이오래고길게번지기를바라며
2024년9월
김금희

책속에서

돌아보면항상어떤장소를지워버림으로써삶을견뎌왔다는생각이들었다.잊어야겠다싶은장소들은아예발길을끊어서최대한망각할수있게노력해왔지만이일을맡으면그곳에대해생각하고더알게될것이었다.거기에는일년남짓의내임시일자리가있었고600년전에건축된고궁이있었고잊지않으면살수가없겠구나싶어망각을결심한낙원하숙이있었다.
---p.15

“대온실이국가등록문화재이긴한데좋은마음으로안보게되잖아요.일제잔재라고.창경궁복원공사때다른시설다철거되는데겨우살아남았죠.생존건물인셈이에요.기관에서는그런면을꼭써달라고하더라고요.”
“살아남은거요?”
“네,그리고실측이진행중인데지하공간이발견됐거든요.좀흥미로워졌어요.”
---p.31

“장마가그런데어쩔것이야,다음을기다려봐야지.그런다고바다소금이어디가버리는것도아니고.사는게말이야,영두야.꼭차다니는도로같은거라서언젠가는유턴이나오게돼.아줌마가요즘운전을배워본게그래.”
“유턴이요?”
“응,그러니까돌아올곳만정신똑바로차리고알고있으면사람은걱정이없어.알았지?잘왔다,잘왔어.”
---p.64

“사람을믿는게잘못은아니야.네말대로그렇게혼자라면믿어야살수있으셨겠지.어떤사람들은그래서누군가를믿기도해.”
---p.100

나는좋은부분을오려내남기지못하고어떤시절을통째로버리고싶어하는마음들을이해한다.소중한시절을불행에게다내주고그시절을연상시키는그리움과죽도록싸워야하는사람들을.매일아침눈을뜨자마자그무거운무력감과섀도복싱해야하는이들을.마치생명이있는어떤것의목을조르듯내마음이라는것,사랑이라는것을천천히죽이며진행되는상실을,걔를사랑하고이별하는과정이가르쳐주었다.
---pp.154~55

아이때는다리가있으나없으나어디를갈수없는건매한가지다.어른이라는벽이둘러싸고있으니까.우리곁에균열이나지않은어른은없었다.그러니불안하지않은아이도없었다.지금목격하는저삶의풍랑이내것이될까긴장했고그러면서도결국양육자들이이기지못해사라질까봐두려웠다.마구달려서자기마음에서눈돌리지않으면견딜수없는순간이아닐까.나는아마산아도그래서자전거를타고달려오지않았을까짐작했다.
---pp.176~77

장과장말처럼그냥지나가도좋을것이다.어차피사람들이원하는건사면이유리로된온실의아름다움이지그아래무엇이있었는가가아닐테니까.땅밑은수리와복원의대상도아니니까.하지만질서에는어긋날것이다.그렇게묻은상태로는전체를알기란어려울것이다.공동과침하가계속되겠지.개인적상처들이그렇듯이.그렇게한쪽을묻어버린다면허술한수리를한것이아닐까.
---pp.207~208

산아는왜옛날이야기들은이렇게슬프게끝나는지모르겠다고,역사책읽을때마다해피엔드인적이없다고말했다.너무옳은말이라서또다시대답할수가없었다.역사가슬픈건죽은이들때문일수도있고,늘미완으로남는소망때문일수도있을것같았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