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전지영 소설집)

타운하우스 (전지영 소설집)

$17.00
Description
신춘문예 동시 석권, 젊은작가상 수상작가 전지영 첫 소설집
현대사회에 정면으로 맞서는 담대함, 일상의 균열을 파헤치는 능란한 필치
2023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신춘문예 2관왕’으로 화제를 모은 소설가 전지영이 불과 등단 1년여 만에 첫번째 소설집 『타운하우스』를 출간했다. 신중하고도 성숙한 시선이 돋보이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끌고 가는 필력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연하고도 능란한 필치로 현대사회의 일면을 묘파해나간다. 이번 책에는 신춘문예 당선작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과 젊은작가상 수상작 「언캐니 밸리」를 비롯한 총 여덟편의 작품을 묶었다.
‘타운하우스’는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나 작은 틈에서 시작된 붕괴의 조짐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무언가 깨지고 있음에도 그 파열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거나 일상의 균열을 예감하며 불안해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전지영은 차분하고도 태연하게 서술하는 특장점을 발휘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된 아이의 부모, 부대 내 사건 은폐에 가담한 남편을 둔 아내 등 섣부르게 선악을 가를 수 없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사안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작가의 뚝심이 미덥다.
저자

전지영

저자:전지영
2023년한국일보와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4년「언캐니밸리」로제15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말의눈

난간에부딪힌비가집안으로들이쳤지만
맹점
언캐니밸리
소리소문없이
뼈와살
남은아이

해설|전기화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여기서는말이야.눈에보이는건답이아니야.”
내면에서고요하게폭발하는긴장과불안의하모니

작가는선득한긴장감이흐르는일상과인식의사각지대에놓인낱낱의감정들을세밀한묘사로그려내고단숨에상황을뒤흔드는극적인전개로깊은몰입감을자아낸다.

책의맨앞에배치한「말의눈」은학교폭력피해자인딸서아의회복을위해낯선섬의타운하우스로이사한수연의시점에서진행된다.섬에서의생활속에서모녀는조금씩회복해가지만수연이섬에서자리를잡을수있게도와준학부모지희의딸이학교폭력사건에연루되고해당사건의유일한목격자로서아가지목되면서불안이싹튼다.태풍북상이예고된어느날,수연의집지붕에서물이새기시작하고천둥과번개,그리고비바람까지내리치면서상황은악화되어만간다.지붕을수리하러온수리공은“타운하우스가다이모양이지.우리들은요,절대이런집안살아요.멍청이들만산단말입니다”(29면)라는말로뭍에서이주해온이들에대한적의를드러내고,수연은비가새는지붕,그리고서아가학교폭력위원회에서증언자로나서주기를요구하는지희가촉발한불안을위태롭게감당한다.

가해자가된아이의학교폭력사건으로일상이무너진엄마의시선으로이야기가진행되는「남은아이」는자신의아이가가해자인지피해자인지에따라위치가달라지는부모의심리를사실적으로그린다는점에서「말의눈」과겹쳐읽어볼수있을듯하다.「말의눈」의화자가이제막회복되려는일상을지키기위해안간힘을쓴다면,「남은아이」의화자는자신이모르는진실을알기위해동분서주한다.“남들은실체가없다는진실이존재한다고지겹도록믿는중이었고그런나자신에게환멸이났다”(276면)라고고백하면서도그감춰진진실을찾기위한여정을멈추지않는다.

일상의붕괴를예감하는불안의극단을보여주는「쥐」는해군을남편으로둔아내윤진의이야기다.남편들의위계가아내들사이에도그대로반영되는해군관사단지에서윤진은홀로두아이를양육하며힘겹게생활해나간다.어느날남편이예정보다이른복귀를했음에도그이유를밝히지않아답답함을느끼던와중윤진은대령의아내에게서아파트에쥐가있다는이야기와함께부대에서발생하는사고가어떻게은폐되는지,그리고그은폐에가담하지않는이들이어떤식으로사라져왔는지에대한이야기를전해듣는다.소설에서는마지막까지쥐가등장하지않는다.쥐는단지소리나기척으로만그존재를드러낼뿐이다.기실우리의삶을뒤흔드는불안과위협은이처럼눈에보이지않는다고작가는말하고있는듯하다.

「언캐니밸리」와「소리소문없이」는‘청한동’이라는가상의부촌을배경으로한작품이다.‘저택’으로상징되는이비밀스러운공간에는매일그곳을오가며노동하는사람들과그안에속한사람들이공존한다.먼저「언캐니밸리」의‘나’는택시운전으로밥벌이를하는크로키화가다.자신이흠모해온한여성승객이염산테러사건의피해자가되었다는사실을경찰에게전해듣고‘나’는그녀가아르바이트를했던저택의노부인을범인으로의심한다.소설의말미에서마치거대한성벽처럼느껴지는저택의담벼락을기어오르며‘나’는진실의실체에다가서려한다.「소리소문없이」는예술고등학교에서피아노를전공하는‘나’가청한동저택에서하숙을하며벌어지는일을보여준다.‘나’는그곳에서상주하며가사일을하는아주머니와자신을구별하고싶어하지만저택에서홈파티가열리던날없는사람처럼있어달라는집주인교수의부탁을듣고자신의위치를서늘하게자각한다.이렇듯사회적불평등이야기하는은밀하고도태연한차별은‘타운하우스’에속하지못한사람들을경계밖으로슬쩍밀어내며두려움과수치심을야기한다.

한편갑작스러운폭우로아들을잃은부부가서로에게남은앙금을지우지못한채살아가다가마침내회복을향해나아가는기미를엿보게하는「난간에부딪힌비가집안으로들이쳤지만」,법망의맹점을이용하여돈을벌어온안과의가자신의삶속에드리워진맹점을직시하며앞으로나아가는모습을보여주는「맹점」,후배가가진재능을질투하여한때그를모함했음에도후배를곁에두며결국자신만의길을찾아가는예술가의이야기「뼈와살」은삶에대한탁월한균형감각과인간의복잡한내면세계를전지영만의탄탄한문장으로보여주는수작들이다.

이처럼전지영은좌고우면의상황속에서인물이겪는갈등과상처를봉합해주기보다그과정에서드러나는왜곡된인식과편견을가감없이드러내는데집중한다.그과정에서깊이묻어둔묵은감정의단면이드러나고,의심과불안으로점철되어살아가는현대인의고달픔이씁쓸하게배어나기도한다.또한매끈한플롯이돋보이는사실적인세계에개성넘치는독특한요소를적재적소에끼워넣는작가의솜씨는작품에긴장감과흡인력을더하며독자로하여금궁금증을자아낸다.

진실을집요하게추적하던「남은아이」의화자는“내가할수있는일을하는것.보이는바를그대로바라보는것.그것만이내게부여된단하나의진실임을”(278면)끝내받아들이게된다.어쩌면이깨달음은삶을받아들이는작가의태도인동시에그범속한일상의장면과이야기를써내는작가의소설적태도에다름아닐것이다.그럼에도숨겨진일면을보고자저택의담벼락을힘겹게오르는인물의미약한몸짓은이제우리의눈앞에무엇을펼쳐놓을것인가.탄탄한문장력과완성도있는서사구조,그리고날카로운지성과사려깊은눈을동시에겸비한전지영이라는새로운세계에주목할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