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드릴게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17.00
Description
그럼에도 우리는 엉망이 된 세계를 건넌다
사랑을 품은 채, 용기를 간직한 채

기발한 상상력과 빛나는 재치로 펼쳐 보이는
정세랑의 첫 SF 소설집
친환경 인쇄☓사진작가 서난달의 작품으로
새롭게 만나는 전면개정판!

남다른 상상력과 통통 튀는 재치로 사랑받는 소설가 정세랑의 첫 SF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새로운 장정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옥상에서 만나요』 『피프티 피플』 『이만큼 가까이』와 함께 창비 ‘정세랑 컬렉션’으로 다시금 선보이는 이 소설집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평행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듯한, 그러나 정세랑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세계를 펼쳐 보인다. 박진감 넘치는 서사를 한층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문장을 섬세히 다듬고, ‘정세랑 월드’의 통일된 질감을 더하여 새롭게 소개한다.
정세랑은 특유의 흡인력 넘치는 서술과 탄탄한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인물들로 읽는 이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이 책에 수록된 여덟편의 단편은 각각 다채롭게 멸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용기 내어 한발짝 더 나아가는 인물들이 돋보인다. 인류 문명을 향한 서늘한 비판과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전하는 정세랑표 SF 소설이 여전히 환한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이번 개정판은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작가의 뜻을 담아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 용지를 사용한 친환경 에디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영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서난달의 작품으로 한층 감각적인 새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간다.

저자

정세랑

저자:정세랑
1984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0년『판타스틱』에「드림,드림,드림」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옥상에서만나요』『목소리를드릴게요』,장편소설『덧니가보고싶어』『지구에서한아뿐』『이만큼가까이』『재인,재욱,재훈』『보건교사안은영』『피프티피플』『시선으로부터,』『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설자은,불꽃을쫓다』,짧은소설집『아라의소설』,산문집『지구인만큼지구를사랑할순없어』등이있다.창비장편소설상,한국일보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미싱핑거와점핑걸의대모험
11분의1
리셋
모조지구혁명기
리틀베이비블루필
목소리를드릴게요
7교시
메달리스트의좀비시대

새로쓴작가의말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다채로운멸망,
그속에서반짝이는발랄한희망

“수많은이야기들이결국우리세계의빛과어둠을재현해담으려는시도임을되새”(새로쓴작가의말)긴다는작가는,소설집곳곳에서여러형태의멸망을묘사하는한편그속에서반짝이는희망을찾아낸다.「리셋」은어느날갑자기우주에서내려온거대지렁이들이지구를집어삼키며시작되는이야기다.지렁이들이지구에도착한‘리셋원년’부터그후74년이지나기까지긴시간대를건너는여러인물들은무너지는땅에서완전히새로운문명을일구어간다.
마치「리셋」의평행우주를그린듯한「7교시」는23세기의현대사수업을담은짧은소설이다.대멸종을맞은21세기의난폭함에혀를내두르는미래세대의시선을통해우리로하여금오늘날을반성하게하는동시에더나은내일을꿈꾸게만든다.이러한작품들을따라읽다보면명료한질문이하나남는다.“우리는이제우리와닮은존재가아닌닮지않은존재를사랑하는법을배워야하지않을까?”(작가의말)

저는원래사람을안좋아하는데,
열한명중의한명정도만좋아하는데,
당신은그한명쪽이에요

정세랑의소설에서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는것은단연사랑스러운인물들이다.그어떤모양의우주일지라도작가가그리는사랑만큼은희미해지지않는다.「11분의1」은직장을그만두게된‘유경’이그이유를세세히담아친하게지내던동료‘혜정’에게보내는편지이다.대학시절동아리에서알게된‘기준’을만나기위해먼타국의땅으로떠난유경은,상대를다시마주하자마자“더이상은하루도이관계를포기할수없다”(37면)고확신한다.“저는원래사람을안좋아하는데,열한명중의한명정도만좋아하는데,혜정씨는그한명쪽”(38면)이라며편지를마무리하는유경의애틋함이우리를간질인다.
공식명칭‘제2지구’,그러나모두가‘모조지구’라고부르는놀이공원의홍보담당자이자유일한지구인인‘나’는이조악한테마파크를탈출하기를꿈꾼다.행성의주인인‘디자이너’는모조지구의모든것을만들어내는데,‘나’가사랑하는‘천사’도그피조물중하나이다.「모조지구혁명기」는‘나’가아픈천사를구하기위해디자이너를찾아가며펼쳐지는모험을그린다.수상한모조지구에서도“천사가나를골랐다는말”(114면)에가슴가득용기가차오르는‘나’의사랑을응원하게된다.
손가락이사라지는‘미싱핑거’와그런미싱핑거를좋아하는‘점핑걸’의시간여행을그린「미싱핑거와점핑걸의대모험」은짧은분량임에도상대방을위해위험한모험을감행하는마음만큼은긴여운을남긴다.

절망속에서도빛나는다정함이
무너지는우주를건너당신에게닿기를

표제작「목소리를드릴게요」는자신의목소리로인간의내재된폭력성을일깨우는‘승균’이수용소에격리되며이야기가시작된다.승균은수용소안에서자신처럼과학적으로설명불가능한능력을지닌‘괴물’들을만나고,자유를유예한채안락하고평화로운나날을보낸다.어느날모두를사로잡는얼굴을한,그러나그얼굴의생김새를정확히묘사하기어려운‘연선’이수용소에들어오기전까지는.승균과다른수용자들은연선을위해기꺼이자신의가장값진보물을바칠수있을까?물거품이될각오를하면서까지목소리를포기할수있을까?
인류의3분의1이좀비가된세상에서옥탑방에갇힌양궁선수‘정윤’의생존기를그린「메달리스트의좀비시대」역시흥미진진하다.서울한복판이나신축원룸에살았더라면일찍이좀비에게물렸을지도모르지만,가난한정윤은두꺼운철문이달린오래된옥탑방에서지낸덕에살아남았다.참치통조림을조금씩아껴먹으며,매일좀비하나씩을활로쏘아죽여가며두계절을버틴정윤은“난생처음으로귀여웠”(248면)다고느낀연인‘승훈’,그러나지금은좀비가되어살과근육이삭아버린그를적중할날을위해마지막화살을하나남겨둔다.
「리틀베이비블루필」은알츠하이머환자들을치료하기위해개발한작은하늘색알약이인간의욕망에따라오용되어가는과정을건조하게전한다.“모든것을바꿔놓았고동시에아무것도바꾸지못”(147면)한알약이라는묘사가서늘하면서도자못의미심장하다.
이렇듯작가는인간의존엄,자유와생존같은묵직한주제들을특유의상상력으로경쾌하게그려내는데,책을덮고난이후어쩐지더욱깊어지는질문에잠시멈추게된다.

『목소리를드릴게요』의세계는좌절과절망에만머무르지않는다.끊임없이쓰레기를만들어내는인류,폭력과억압을일삼는권력,반복되는전쟁과학살이라는문명의맨얼굴을SF적상상력을더하여능숙히드러내면서도그가운데에서희망을발견한다.“함께환한방향으로걷고싶”(새로쓴작가의말)다는작가의바람처럼따스한응원의목소리가들려온다.무너질지도모르는,어쩌면무너지는중인지도모를우주를건너온다정함이때맞춰우리에게도착한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