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2025 썸머 포켓 북 에디션) (이주혜 장편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2025 썸머 포켓 북 에디션) (이주혜 장편소설)

$10.60
Description
2025 서울국제도서전 화제의 책!
1020이 사랑한 올여름 꼭 읽어야 할 소설
썸머 포켓 북 한정 수량 온라인 판매
창비의 대표 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나인』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유원』이 ‘썸머 포켓 북’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왔다. 4종의 목록은 책을 사랑하고 독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Z세대 독자 커뮤니티 ‘텍스트Z 서포터즈’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것으로, 지금 가장 활발하게 책을 읽고 목소리를 내는 독자들의 취향과 감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먼저 선보인 썸머 포켓 북은 작고 가벼운 판형에 무선 제본 등을 활용해 기존 도서보다 훨씬 산뜻한 사양으로 제작하여 부담 없는 가격으로 더 많은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책을 꾸미는 이른바 ‘책꾸’ 트렌드를 반영해 심플한 표지에 여름의 감각을 닮은 상큼한 무드의 스티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직접 책의 외형을 완성해가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도서전 현장에서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특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는 썸머 포켓 북은 이 여름 한국소설을 가장 시원하게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이주혜

저자:이주혜
읽고쓰고옮긴다.2016년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장편소설『자두』,소설집『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누의자리』,산문집『눈물을심어본적있는당신에게』,옮긴책으로『우리죽은자들이깨어날때』『멀리오래보기』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봄은봄을만나서
2부봄이봄을탐했고
3부다친봄은오래울었으나
4부봄이봄을옮겨붙였다

에필로그봄은복수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제를쓰고싶은오늘의당신을위한
지금가장아름다운소설

신동엽문학상수상작가이주혜의
기억,쓰기,회복에관한찬란한이야기

“섬세하게벼린언어”로“우리사회의유별난젠더불평등과그불감증의벽을깊숙이가르고지나가는”(신동엽문학상심사평)작품을꾸준히발표해온작가이주혜가두번째장편소설『계절은짧고기억은영영』을펴냈다.2023년신동엽문학상수상이후처음으로선보이는신작소설이다.치밀한구성과유려한문장으로여성현실의복잡다단한문제들을빈틈과타협없이파고들어평단과독자의신뢰가두터운작가는이번소설에이르러더욱견고하고탁월해진서사적역량을가감없이보여준다.
소설은한여자가눈앞의고통스러운현실을헤쳐나갈방법으로‘글쓰기’를선택하며시작한다.원체험이라고할수있는기억을돌아보고다시쓰며내면깊숙이자리잡은상처를드러내그것과함께나아가는과정이기품있는언어로그려진다.오랜시간이지나도희미해지지않는한시절의아픈기억이해상도높은문장으로실감나게펼쳐질때,존재를장악하여제자리에붙박는기억의힘과기억에짓눌리지않고살아가려는존재의힘이격렬하고매혹적으로부딪치며섞이는순간을경험할수있다.영영이별하고싶던기억을직면함으로써삶에분분히자리한고통과기쁨을모두껴안으려는한사람의절실하고눈부신시도는지나온시간을오롯이받아들이고다음을향해가고싶은이들의마음에짙은여운을남긴다.

무너진자리에서쓰기시작한일기,
지나간시절을기록하며마침내새로운계절을맞다

오십대에접어든‘나’는어느날남편‘석구’가함께정당활동을하던여자동료를스토킹했다는사실을알게되고,자신의행동이진심이었기에부끄럽지않다고말하는석구에게돌이킬수없이상처받는다.이후별거를위해그간의살림을정리하고유독석구와만각별했던딸‘해준’과도멀어지며폐인과다름없는나날을보내던중,가까스로받게된정신과상담에서의사에게‘일기쓰기’가도움이될거라는얘기를듣는다.“일기를쓴다는것은약간의거리를두고자신의삶을바라보는행위”(15면)라는의사의말을반신반의하며인터넷에‘일기쓰기’를검색하던‘나’는한글방에서운영하는‘일기쓰기교실’을발견한다.그리고그교실을홍보하는문장에순식간에사로잡힌다.

“당신의삶을써보세요.쓰면만나고만나면비로소헤어질수있습니다.”(16면)

헤어지고싶은기억을줄곧간직해오기라도한것처럼‘나’는이문장에홀연히이끌려‘일기쓰기교실’에등록한다.하지만“‘나는’이라고시작했더니한줄도쓸수없었”(32면)기에,‘시옷’이라는이름의화자를앞세워지금까지누구에게도하지않았던이야기를처음으로일기속에풀어놓는다.1980년,어둡고혼란한시대의주변부에서호된성장통을겪는열살여자아이시옷의이야기를.
소설의1부에서4부에걸쳐이어지는일기는시옷의어린몸과마음에날카롭게새겨진아픔을강렬하면서도밀도있는문장으로진술한다.여자아이였기에당할수밖에없었던모욕과수치,“보지를가진사람으로보이지않”(70면)으려고짧은머리에티셔츠와바지차림만고집했던날들,간절히원하는걸얻기위해“맑은소년”(61면)으로가장해홀로비밀의무게를감당했던그해봄,모든게들통나며“세계의언저리로쫓겨나는것같았던그느낌”(211면).시옷이견뎌야만했던건이뿐이아니었다.그즈음시옷은“가난뱅이라는단어의감각을익히는중이었다.”(79면)아빠는큰빚을진뒤사라졌고,나날이더절박해지는할머니의독경소리와엄마의한숨소리가아빠의빈자리를채웠다.가난해서감내해야하는수모와단념해야하는꿈이있었다.‘여자애’와‘남자애’중무엇이되고싶고어떻게되어야하는지몰라노심초사하고,갑자기닥쳐온가난앞에서의연한척까지하느라열살의시옷은고단하고슬프고외로웠다.지금껏단한번도제대로마주하지않았던그때의감정을하나씩짚어가며‘나’는매일불안과좌절을오가지만일기쓰기를멈추지않는다.그시절을다시온전히살아내야지만다른내일을만날수있다는듯이쓰기에매달린다.미처보듬지못했던마음을섬세히돌아보는문장들을따라가다보면저마다외면해온오랜상처를이제는밝은빛아래슬며시꺼내보고싶어진다.
한편‘나’는일기에그동안까맣게잊고지냈던이들의이야기또한적는다.옆집친구‘애니’는늘‘공주’처럼빼입고다녀시옷을동경과질투로뒤척이게했다.아빠가사라진뒤,“저희어머니엽차팔아모은눈물겨운돈”(81면)을돌려달라며집에쳐들어온‘제비다방남자’는수상하고무례했지만,어린시옷을다정히위로할줄아는어른이었다.‘윤수’는슬픔과두려움을함께나누는법을알려준소중한친구였고,윤수의누나‘윤심언니’는언제나가난과피로에찌들어있으면서도시옷을보면눈이무지개가되도록활짝웃어주었다.‘나’는일기속에서그들과다시만나며,자신이쓰고있는일기가“혼자만의이야기가아니”(340면)라한때시옷에게짙은흔적을남기고스쳐간그들과함께쓰는이야기임을어렴풋이깨닫는다.그리고시옷을지독히도괴롭고어지럽게했던,야만과혐오와차별이들끓던그시절을그들또한간신히통과하고있었음을이해하게된다.하지만그러한이해와계속된쓰기에도불구하고‘나’는기억과헤어지기는커녕기억에더욱세차게붙들리는것만같고,망가진현실을다시세우는일은갈수록요원하게만느껴진다.게다가이제는멀어진그들중누군가의소식을전해듣고충격에휩싸이기까지한다.소설은그지난한쓰기와회복의과정을끈질기게쫓으며마지막장까지눈을뗄수없게만든다.

그럼에도계속쓰고,나아가고,살아가고싶은당신이
지금반드시만나야할이주혜라는세계

사십년이넘게지나도옅어지지않는기억을세밀한필치로절실히기록하려는‘나’의노력은감당하기어려운지금을기어코돌파해나아가려는의지의표현일것이다.그의지가위태롭게나마지속될수있게하는원동력중하나는‘나’와함께일기쓰기교실을다니는다른수강생들이다.각자의사연을갖고모인그들은서로가쓴일기의첫독자가되어준다.“남이읽을일기”(41면)는혼자쓰고읽는일기와는다를수밖에없고,자신의글을함께읽고이야기를덧붙여주는이들덕분에‘나’는더욱골똘히자신의기억을들여다보며시옷이새로운봄을맞는순간까지써낼수있게된다.글방동료들끼리나누는거칠고솔직한대화와모종의우정은이소설의또다른매력으로다가갈것이다.
이주혜는“힘겨움안에도자존과지혜의시간이있다는것을잊지않는”(신동엽문학상심사평)작가인바,『계절은짧고기억은영영』은절망과통증의어제속에서“매순간끊임없이선택하면서그렇게한발한발앞으로걸어”(324면)가려고노력했던순간들을건져올려힘겨운오늘을구원하는이야기이다.소설속에서‘나’는여태해소되지않은어린시절의아픔을쓰며괴로워하지만,일기쓰기는다시고통에투신하는일만은아니다.“이제나는살았나?살아남았나?”(76면)라는질문처럼,오히려과거의시련에도불구하고지금여기생생히살아있는자신을새로이감각하며서서히내면의힘을다지는일인것이다.일기속에서어린자신이눈앞의현실을헤쳐가기위해저지른숱한선택들을복기하며‘나’는지금발딛고선자리에서어느쪽으로걸음을옮겨야할지고민한다.그곳은까마득한절벽일까,아니면“다른이야기로넘어갈”(224면)문턱일까.신중하고진실한목소리로전해지는이회복의서사를마지막까지지켜보자.어느새읽는이의삶까지뜨겁게데우는“이주혜의놀라운진심”(하성란,추천사)을목격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