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시티 (양장본 Hardcover)

세이프 시티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내가 기억하는 방식이 바로 나예요.”
기억을 조작하는 ‘기억 교정술’을 둘러싼 가장 매혹적인 질문
손보미 소설이 도달한 새로운 경지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손보미가 신작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로 돌아왔다. 예리한 통찰력과 정교한 서사 구성으로 소설세계를 확장해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그간 축적해온 문학적 깊이와 장르적 긴장감을 더욱 세련되게 벼리며 손보미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인다.
『세이프 시티』는 인간의 기억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트라우마 치료와 범죄 예방이라는 선의로 포장된 ‘기억 교정술’이 국가 권력과 결합할 때,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이 작품은 과학기술을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와 권력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며, 조작된 여론과 왜곡된 진실에 둘러싸인 한 여성의 고군분투를 통해 진실과 윤리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치밀한 플롯과 섬세한 내면 묘사로 미스터리 장르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실을 서늘하게 비춘다. 특히 기술 만능주의 시대의 젠더화된 폭력, SNS를 통한 여론 조작과 진실의 취약성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동시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저자

손보미

저자손보미는1980년서울출생으로2009년'21세기문학'신인상수상,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담요'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폭우'로2012년젊은작가상대상을,'과학자의사랑'으로2013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또한'디어랄프로렌'으로2017년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2부/3부/4부

작가노트

출판사 서평

조작되는진실바깥에서소비되는인간
존엄성을둘러싼윤리,여론,권력의삼각구도

여아납치사건수사중엉뚱한용의자의거짓자백을받아낸여성경찰‘그녀’.그사이진범은가족을살해한뒤자살한다.자신을질책하는수사반장의압박을이기지못하고휴직계를낸작품속화자는불면증에시달린다.남편은그녀의곁을성실하게지키지만두사람의일상에는서서히균열이자리한다.
한편,남편의대학동창인신경과학자임윤성은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기술을통해인간의기억을선택적으로삭제하거나조절하는‘기억교정’프로젝트를진행중이다.“지우고싶은기억이있어요?”라는그의유혹적인질문에그녀는“기억이라는건그사람자체”라고답하며본능적인거부감을드러낸다.인간과기억의고유함을환상이라주장하는기술주의자임윤성과상반되는화자의신념이팽팽히맞서지만,그들의논쟁은길게이어지지못한다.
어느날새벽,불면의밤을견디다못한화자는충동적으로구도심으로향하고폐건물에서우연히화장실파괴범과여성노숙자들의대치상황을목격한다.경찰의본능으로사건에개입한그녀는범인이휘두르는해머드릴에심각한부상을입고입원한다.시장은검거된화장실파괴범을‘기억교정술’의첫공식시험대상으로삼겠다고발표하고,이를정당화하기위한대대적인여론전을시작한다.임윤성은공청회에서기술을지지하는거짓증언을하라며그녀를압박한다.임윤성과그의아내인최진유에게이기술의도입은과학적성과를넘어권력을획득하는수단인것이다.
이작품은SNS시대진실이어떻게조작되고유통되는지그과정또한생생하게보여준다.“진실은선점하지않으면안되는물건과도같은거예요.게다가아주연약한물건이죠.다루기가아주까다롭다구요”라는문장은지금이시대를살아가는독자에게섬뜩한현실감을전하는동시에,진실은사실이아니라그저선점되고가공된정보의배열이라는냉혹한통찰을담고있다.

‘세이프시티’라는아이러니

소설의무대는극명하게분열된도시다.안전한구역을각각의등급으로표시하는‘세이프시티’라는앱까지상용화된마당이다.정부의통제아래재개발이완료된신시가지와정부의관심에서소외되어‘엑스구역’이라불리며각종범죄와혐오가집중된구시가지.설상가상‘엑스구역’에서여성화장실만을표적으로삼는기괴한연쇄파괴사건이발생하고이는시민들의불안과혐오를증폭시킨다.구도심에걸린현수막문구인“우리는위험에처했습니다.우리를고쳐주세요”와“여기를가만히내버려둬라!여기에는여기의삶이있다!”라는상반된구호는도시의분열상을고스란히드러낸다.
도시는거주지일뿐아니라다양한계층과집단이형성하는권력과여론의실험실로서기능한다.작가는이러한공간의위계를통해권력구조와여론형성의메커니즘을예리하게해부하고그안에놓인인물들이겪는윤리적혼란과심리적균열을특유의감각적인문장으로그려낸다.특히‘세이프시티’라는명명이품고있는아이러니,즉안전을추구할수록위험해지는도시의양상이품은역설은기술과통제가만들어내는디스토피아적현실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

미스터리를넘어선철학적탐구

『세이프시티』는장르소설과본격문학의경계를넘나들며독자에게지적인스릴과윤리적긴장을동시에제공한다.미스터리와SF적상상력을바탕으로하지만그안에담긴질문들은철저히현실을향하고있다.불완전하고상처받은기억조차도우리존재의일부임을받아들이는실존적각성,기술발전이제기하는윤리적딜레마와젠더화된폭력의문제까지,이작품이다루는주제는복합적이고다층적이다.여성화장실만을파괴하는연쇄범죄,‘유산후휴직한여성경찰’이라는프레임이만들어내는신뢰성의위기,구도심에서더욱취약해지는여성노숙자들의존재.작가는기억과권력의문제가젠더와교차하는지점들을섬세하게포착하며,단순한사회고발을넘어인간존재의근본적조건을탐구한다.이러한묵직한주제를섬세하게다루면서도서사의추진력을잃지않는『세이프시티』는손보미문학이도달한새로운경지이자사회파소설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준다.
기억조작이가능한시대,우리는무엇을지키고무엇을포기해야하는가.기술만능주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모두에게시급하고도본질적인질문을던지는가장첨예한문제작을이제마주할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