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없음 (배수아 소설집)

올빼미의 없음 (배수아 소설집)

$18.00
Description
“걸어라, 울어라, 그리고 써라.”
꿈의 호흡과 존재의 숨결이 맞물리며 만들어낸 배수아 문학의 정수
신비한 이야기의 숲으로부터 다시 한번 도착한 초대장

30년 이상 활동하며 수많은 역작을 집필했음에도 언제나 ‘새롭다’는 말로 정의되며 한국문학에서 독보적인 이름이 된 배수아. 온몸의 감각을 섬세하게 흔들어 깨우는 언어와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이국적인 감수성으로 문학을 읽는 설렘을 되찾게 하는 배수아 문학의 정수 『올빼미의 없음』(초판 창비 2010)이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으로 돌아왔다. 끊임없는 시도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갱신해온 그이기에, 이번 출간은 소설과 에세이,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유려하게 누비는 독특하고 낯선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다시 체험하게 한다. 깊은 밤 누군가 긴 호흡으로 속삭이는 듯한 책의 문장들을 숨 가쁘게 따라 읽다보면, 사유의 깊은 골짜기를 한순간에 강렬하게 찌르는, 그렇게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장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배수아

소설가이자번역가.1993년『소설과사상』에「천구백팔십팔년의어두운방」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소설집『푸른사과가있는국도』『올빼미의없음』『뱀과물』,장편소설『부주의한사랑』『에세이스트의책상』『북쪽거실』『알려지지않은밤과하루』『속삭임우묵한정원』,산문집『처음보는유목민여인』『작별들순간들』등이있다.옮긴책으로는『꿈』『불안의서』『현기증.감정들』『자연을따라.기초시』『달걀과닭』『G.H.에따른수난』『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등이있다.김유정문학상,오늘의작가상,동서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올빼미
양의첫눈
북역
올빼미의없음
어느하루가다르다면,그것은왜일까
무종
밤이염세적이다

해설|한기욱
추천사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꿈은아무것도아니었지만,또한동시에꿈은나였다.”
꿈처럼새처럼흐르는배수아문학의감각적인세계

문장자체가소설의중심이되는『올빼미의없음』은꿈과환상,글쓰기와죽음에대한사유를통해언어의낯선가능성을실험해온작가의행보를보여주는이정표와도같다.배수아소설특유의몽환적문체와철학적사유가절정에이른소설집은선명한서사를해체하고,어느순간부터이미계속되고있었던것만같은환상적인장면을보여주며독자를이야기속으로깊게끌어들인다.
「양의첫눈」은오래전연인으로부터재회를요청받은주인공‘양’이그의방문을기다리며과거의기억을떠올리는이야기다.자신도모르는사이에어떤대상에게빠져들어흔들리는무의식적감수성과스쳐지나간타인을각기다른배경에서찍은사진처럼기억해내는묘사가백일몽같은아련한풍경으로펼쳐진다.「북역」은「양의첫눈」과같은의식의흐름기법으로심리적시간속에거주하며자신만의‘단한번의노래’를탐험하는화자의모습을보여준다.「어느하루가다르다면,그것은왜일까」에서는꿈과환상의시공간이현실에중첩되고기억이주체를옮겨다니는기이한전이가일어나며,「밤이염세적이다」에서는꿈과환상,진술자체가서사를완전히압도하며소설의중심을이룬다.배수아의소설들은긴복문의문장을활용해익숙하지않은장면들을펼쳐가지만,이언어의숲에서길을잃는체험을온전히겪어낸후에는그의작품들이눈부시게빛나는순간을만끽할수있다.

“지금에야비로소,내생애처음으로,
나는죽음을이해하지못하겠다.”

앞서언급한소설들에서는현실과뒤섞인몽환의세계자체가소설이되어펼쳐졌다면,「올빼미」와「올빼미의없음」에서는꿈과환상의의미에대한사유와토론,그과정에서‘나’의문학을뒤흔든관계와상실에대한묘사가날카롭고강렬한울림으로다가온다.표제작「올빼미의없음」은첫작품인「올빼미」와함께읽힌다.「올빼미」는작가‘나’와비평가‘너’가꿈과글쓰기에대해이야기를나누며‘나’가사랑했던작가를찾아가는여정을그린다.올빼미는‘너’의창밖에찾아와방을지켜보는존재이고,‘너’는올빼미의사진을찍어‘나’에게보낸다.이것은‘너’가보내는“인정의징표”(해설,한기욱)이고,국적과나이를초월하여글쓰기로연결된문학적관계의상징이다.
「올빼미」가꿈과글쓰기를통한문학적연대를그렸다면「올빼미의없음」은그연대의상실을다룬다.나이와국적을초월해깊은우정을나누었던‘외르크’(너)의죽음을맞이한작가에게‘올빼미의없음’은곧‘외르크의없음’을의미한다.외르크(너)의죽음이후‘나’에게‘올빼미’는깊은상실감의이미지로전이된다.“이세상에존재하는모든슬픔중단한가지인유일한종류의슬픔,그무엇과도비교불가한상실”을표현한이소설은한인간의부재가상징을거쳐상실의언어로전환되는과정을섬세하게드러낸다.그리고‘너’의부재를받아들이는과정에서‘나’의글쓰기와꿈에대한인식은자연히변화되고있었다.
거대한슬픔앞에서“걸어라,울어라,그리고써라”라고(「올빼미의없음」)외쳤던화자는한발더걸어나가「무종」에도착한다.낯선밤모형비행기수집가와함께무종의탑을찾아가는이야기에‘나’가유럽곳곳을여행하며셋방을구하러다닌기억이이어지고,그러는동안어느새현실과꿈은분간할수없는한몸이된다.여기에기억과문학에대한빛나는에피소드들이연결되고,마침내모든것이꿈속의한마디로수렴되는시적인장면이펼쳐진다.“무의식과접경지대를파고드는배수아의끈질긴실험이여기서어떤경지에이르렀음을실감할수있다.”(해설)

『올빼미의없음』이꿈과현실,언어와사유사이를누비는여정은문학이줄수있는가장낯설고아름다운체험을선사하며내면에고요한장면들을남긴다.이신비로운언어의숲은배수아가아닌누구도만들수없는문학적공간이다.낯선문장으로부터시작된이야기들은마침내우리를삶과죽음,존재와부재에대한깊은사유에도착한다.『올빼미의없음』은그사유의경계에서피어나는가장고독하고도찬란한문학적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