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 황석영 장편소설 (양장)

할매 - 황석영 장편소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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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석영

저자:황석영
1943년만주창춘(長春)에서태어나태어나동국대철학과를졸업했다.고교시절인1962년단편「입석부근」으로[사상계]신인문학상을수상했고,1970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단편「탑」이당선되어문학활동을본격화했다.베트남전쟁에참전한뒤「객지」「한씨연대기」「삼포가는길」『무기의그늘』『장길산』등문학사에획을긋는걸작들을발표하면서한국을대표하는작가로부상했다..

1976년전남으로이주해해남과광주에서집필과현장문화운동을병행하던중1979년계엄법위반으로검거되고당국의권고로1981년제주도로이주했다.1982년다시광주로돌아와5월항쟁의진상을알리기위한각종활동을펼쳤다.1985년군사독재의감시를피해출판된『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의저자로나선뒤유럽과미국,북한으로이어지는긴망명생활을시작했다.1993년귀국하여방북사건으로징역7년형을선고받고1998년석방되었다.1989년베트남전쟁의본질을총체적으로다룬『무기의그늘』로만해문학상을,2000년사회주의의몰락이후변혁을꿈꾸며투쟁했던이들의삶을다룬『오래된정원』으로단재상과이산문학상을수상했다.2001년‘황해도신천대학살사건’을모티프로한『손님』으로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2000년대본격적인창작활동을재개하여장편『오래된정원』,『손님』,『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개밥바라기별』,『강남몽』,『낯익은세상』,『여울물소리』,『해질무렵』역작들을선보이며소설형식에대한쉼없는탐구정신,식지않는창작열을보여주고있다.프랑스,미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일본,스웨덴등세계각지에서『오래된정원』,『객지』,『손님』,『무기의그늘』,『한씨연대기』,『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낯익은세상』,『해질무렵』등이번역출간되었다.『손님』,『심청,연꽃의길』,『오래된정원』이프랑스페미나상후보에올랐으며,『오래된정원』이프랑스와스웨덴에서‘올해의책’에선정되었다.『해질무렵』으로프랑스에밀기메아시아문학상을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객지』,『가객』,『삼포가는길』,『한씨연대기』,『무기의그늘』,『장길산』,『오래된정원』,『손님』,『모랫말아이들』,『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개밥바라기별』,『강남몽』,『낯익은세상』,『여울물소리』,『해질무렵』등이있다.또한지난100년간발표된한국소설문학작품들가운데빼어난단편101편을직접가려뽑고해설을붙인『황석영의한국명단편101』(전10권)과자신의파란만장한삶의행로를되돌아본자전『수인』(전2권)을펴냈다.

목차

할매

작가의말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한알의씨앗이품은우주
나이테안에깃든파란만장한연대기

소설은새한마리의여정으로문을연다.시베리아의차가운눈보라를뚫고날아온개똥지빠귀가금강하구의빈터에서죽음을맞이한다.새의육신은흙으로돌아가지만그뱃속에품고있던팽나무씨앗하나는긴겨울을견디고싹을틔워마을의수호신‘할매’가된다.소설은이팽나무가한겹씩나이테를늘려갈때마다그그늘아래를스쳐간인간군상의파란만장한삶을파노라마처럼펼쳐보인다.조선건국초기,굶주림에지쳐절에들어왔다환속하여갯벌을일구던승려‘몽각’은나무아래서“나는없다.나무도풀도물도바람도돌도모두나와같다”(81~82면)는깊은깨달음을얻는다.나무와영적으로교감하며마을의길흉화복을빌었던당골네‘고창댁’,박해속에서도신앙을지키다순교한‘유분도’,그리고‘사람이곧하늘’이라외치며우금치전투에서산화한동학농민군‘배경순’까지.황석영은역사책의행간에묻혀있던민초들의삶을특유의입담과생생한묘사로복원해내며,이들이서로다른시대를살았으되‘할매’라는거대한생명의뿌리아래하나로연결되어있음을보여준다.

이야기가근현대로넘어오면서서사는더욱격정적으로휘몰아친다.일제강점기에수탈을위해닦은군산비행장활주로옆에서팽나무‘할매’는끔찍한비극을목격한다.자신의분신과도같았던어린나무가어린일본군특공대조종사들의권총사격의표적이되어온몸이짓무르고썩어들어가끝내베어진것이다.해방후에도고통은끝나지않는다.미군기지의확장과새만금간척사업이라는폭력적인개발로인해바닷길은막혀버린다.저자는평생을갯벌에기대어살아온어민들의절규와함께물을찾아기어나온수만마리조개가말라가는갯벌의참혹한현장을서늘할정도로정밀하게묘파한다.그러나소설은절망에서멈추지않는다.갯벌의마지막을기록하는활동가‘배동수’와순교자의후손이자평생을민주화운동에헌신한‘유방지거’신부는파괴된땅을지키기위해연대한다.철조망속에갇힌팽나무를찾아가끌어안는신부와,죽음의땅이라불리는갯벌한가운데서기적처럼들려오는뭇생명들의거대한합창소리는인간의탐욕으로도결코끊어낼수없는생명의끈질긴생명력을증언한다.

문명전환기에마주한깊고뜨거운위로
다시한번확인하는한국문학의웅장한나이테

『할매』는방대한시간대를다루지만각인물들의드라마틱한사연이톱니바퀴처럼맞물려돌아가는압도적인흡인력으로독자를단숨에600여년의시간속으로빨아들인다.소설은역사의비극을전시하는데그치지않고그안에서살아숨쉬던모든생명의온기를끝까지껴안으며위로한다.문명전환기에선우리에게민담적상상력과생태적사유를통해새로운구원의가능성을제시하는이작품은“하나의작은씨앗이얼마나광대한이야기를품고있는지를눈부시도록아름답고웅대한시적서사의세계로보여준다”(백지연문학평론가).한국문학이세계로뻗어나가며전세계독자의마음을사로잡고있는지금,『할매』는K문학의저력을다시금확인시켜줄기념비적인역작이라할만하다.한국적인정서안에인류보편의생명사상을담아낸이작품을통해독자들은세계적인거장황석영이도달한웅숭깊은사유의숲을거닐게될것이다.또한책을덮는순간독자들의마음속에도결코쓰러지지않는거대한나무한그루가자라날것이다.이것은단순한소설이아니라우리가잃어버린‘기억’이자‘근원’을되찾는여정이다.

황석영의『할매』는하나의작은씨앗이얼마나광대한이야기를품고있는지를눈부시도록아름답고웅대한시적서사의세계로보여준다.개똥지빠귀가관목숲으로날아오는소설의첫장면은한쌍의새가사랑을나누고새끼들을낳아키우다가엄혹한생존경쟁속에서온힘을다하다죽음을맞는일련의과정을함축적으로포착한다.죽은새의뱃속에든열매가부드러운흙으로스며들어훗날거대한나무로자라나게된다는이야기의서장은이어서기록될인간사에스며든자연의시간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듯하다.

우주의시간을품은이장대한기억의서사를끌고가는진정한이야기꾼은육백년의시간을살아온군산하제마을의팽나무다.가뭄과홍수,굶주림에시달리는민중들의삶과동반한팽나무의역사는근현대역사를가로지르는혁명의불길을묵묵히감싸안는다.새세상을향한존재들의투쟁과꿈을자신의나이테에새겨넣은팽나무는고유한장소성의기억을품고이제갯벌생태계의존재들이내는삶의목소리에귀기울인다.이렇듯민담적유산을창조적으로되살리는함축적인서사의실험은문명전환기에대응하는오늘우리문학의성취와현재성을아로새기고있다.“계절의재활과성장과갈무리와휴지의반복”을소설의이름으로풍요롭게담아낸이작품을읽으며우리는한국문학의웅장한나이테를거듭확인한다.
―백지연문학평론가


『장길산』과『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를읽으며성년의눈을뜬데다가소설에관해이러쿵저러쿵할자격이없는나로서는,황석영선생의작품에감히추천사라는제목의글을붙일수없다.
내가이책에관해쓸수있는글은다만‘감탄사’다.
선생의마음은민중,민족,인류를넘어뭇생명을담을정도로계속커지고있다.
그리하여마침내,개똥지빠귀와팽나무와서로다른시대를산사람들이한식구가되는놀라운세계를창조하기에이르렀다.
노추와노욕이넘쳐나는시대,사람들의인생항로에밝은등대가되어주셔서감사하다.
―전우용역사학자

황석영은늙지않는작가였다.최근작인『철도원삼대』에이르기까지그는젊은어떤작가보다더예리하게한국사회의가장중요한모순을천착해왔다.『할매』를읽으니알겠다.황석영은젊은날과다름없이날카롭게현실을탐구하는한편,늙어가고,그리하여넓어지고깊어지고있었다.

『할매』와같은소설은환갑에다다른오늘날까지읽어본적이없다.『할매』는아무르강변의개똥지빠귀에서시작하여육백년묵은늙은팽나무의전언으로막을내린다.한편의내셔널지오그래픽다큐멘터리를보는느낌으로얼떨떨하게소설을읽다가수억년의시간을건너지구에추락한작은운석의틈새에서하루살이가장엄하고도허망한생을마감하는장면에서나도모르게울고말았다.

이소설의주인공은인간이아니다.한낱미물에이르기까지태어나고죽어야하는공동운명의‘생명’그자체가주인공이다.황석영은사회구조를뛰어넘어생명의서글픈운명에까지냉철한카메라를확장한것이다.그러나그의결론은비극이아니다.개똥지빠귀의뱃속에서팽나무가자라나고사람이그열매를먹고사람의육신을먹은칠게를다시사람이먹는다.이러한순환속에서우리는서로연결된채기나긴시간과공간을버텨온것이다.한개체가스러진다고해서비감에잠길필요는없다고,팽나무를키워낸개똥지빠귀가속삭이는듯하다.백세어머니를둔나는오늘밤,여느때보다편안하게잠들수있을것같다.어머니의생은또어디로흘러갈까?『할매』는백세어머니가,그리고백세어머니를둔늙어가는내가꾼한바탕의꿈일지도모르겠다.
―정지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