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 사람의 길 (구중서 산문집)

문화의 힘, 사람의 길 (구중서 산문집)

$19.06
Description
실학의 정신부터 한강의 노벨문학상까지
K컬처의 화려한 비상을 가능케 한 단단한 뿌리를 찾아서

문단의 거목 구중서가 전하는 문화와 역사의 기록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든든한 지혜
전세계가 한국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고,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가 더해지며 K컬처는 명실상부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폭발적인 문화적 에너지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올해로 구순(九旬)을 맞은 한국 문단의 거목, 문학평론가 구중서가 펴낸 산문집 『문화의 힘, 사람의 길』(창비 2025)은 그 근원을 탐색하는 묵직하고도 흥미진진한 여정이다.
1963년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60여년간 평론가, 시인, 화가로 활동하며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의 이론적 토대를 닦아온 저자는, 단순히 서재에 앉아 이론을 개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발로 디디고 손으로 만지며 기록한 생생한 답사기이자 체험록이다. 삼국시대 역사적 격전지 기벌포, 학자들의 고장이자 분단 소설의 현장인 임진강, 제주4·3의 아픔이 서린 제주 중산간 지대, 『삼국지』의 영웅들이 활약했던 장강 삼협, 그리고 분단된 땅에 있는 평양 등까지. 저자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독자들은 마치 저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듯한 현장감 속에서 우리 문화의 깊은 뿌리와 저력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저자

구중서

구중서(具仲書)
1936년경기광주출생.1963년비평활동을시작한이래문학평론가,화가,시조시인으로활동했으며수원대국문과교수,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사장,한국작가회의이사장등을역임했다.저서로『한국문학사론』『분단시대의문학』『한국문학과역사의식』『자연과리얼리즘』『문학과현대사상』『한국천주교문학사』『모자라듯』(시조선집)등이있다.요산문학상,구상문학상특별상,유심작품상특별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문화의힘으로살아가는나라
한곳으로가는다른길들
대륙을가로질러
평양에서맞은개천절

제2부
하늘과땅사이
지금여기의문학으로
문화의허리띠임진강
실학의고장너른고을
일본에서퇴계는제2의왕인
한국의시조와세계문학

제3부
1960년대명동의문학사
휴전70년의한국문학
적군묘지의시
촛불의광장에서
문학이할수있는일
신경림시인을보내며

제4부
처용과베어울프
문학과현대사상
포스트모더니즘에대하여
제3세계문학이지향하는것
작별없는한강의소설

제5부
시대의그늘

출판사 서평

4·19혁명에서촛불의광장,그리고한강의소설까지
생생하게펼쳐지는문화·역사답사기

제1부는한국문화의원류를찾아떠나는지적이고도감성적인여정이다.어린시절겪은체험과함석헌의역사관,칸트의철학등을교차시키며역사란단순한사실의나열이아닌‘내면의진실’을탐구하는과정임을역설한다.특히분단된땅의평양이나옛백제의기벌포등을직접답사한기록은유구한역사와문화적자긍심을생생하게일깨운다.나아가중국의장강삼협과삼유동등『삼국지』의무대를직접누비며동아시아문화의흐름속에서우리문화의위치를조망하는거시적인시선은독자들에게신선한지적자극을선사한다.제2부에서는실학의고장경기광주를중심으로이익,안정복,정약용등의삶과사상을집중적으로파고든다.백성을하늘로섬기는민본주의와실사구시정신이어떻게조선의르네상스를이끌고한국의근대정신으로면면히이어졌는지,퇴계이황이일본메이지유신에어떤영향을끼쳤는지등을입체적으로보여주는대목도흥미롭다.또한한국시조의정형미를일본의하이쿠및세계문학의보편성과연결하며,가장한국적인것이어떻게가장세계적인가치를지닐수있는지에대한깊이있는통찰을제공한다.
제3부는현대한국문학사의가장뜨거웠던현장으로독자를안내한다.1960년대명동의다방과주점을오가며김수영,박인환,천상병,신동엽등당대문인들과나누었던가난하지만치열했던문학적열정이한편의드라마처럼펼쳐진다.또한4·19혁명과5·18광주민주화운동,그리고촛불혁명에이르는역사의변곡점마다문학이어떻게침묵하지않고‘참여’와‘실천’으로시대를밝혔는지생생하게증언한다.저자가직접겪은필화사건과투옥경험등은한국문학이걸어온가시밭길과영광의순간들을오롯이보여주는귀중한사료다.제4부에서는한국문학을세계문학의보편적흐름속에서조망하며그위상을재확인한다.신라향가「처용가」의관용정신과영국서사시「베어울프」의정복서사를비교하고,포스트모더니즘의허무주의를비판하며제3세계문학으로서한국문학이지닌생명력을역설한다.특히최근노벨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한강에대한산문은이책의백미다.저자는5·18과4·3이라는비극적역사를‘작별하지않는형제애의행복론’으로승화시킨작품세계를분석하며,이것이야말로한국리얼리즘문학이도달한‘총체성속의소통’임을설파한다.
제5부는저자가동시대를호흡하며깊은인연을맺었던우리시대의거인인김수환추기경,김대중전대통령,조오현스님과의따뜻한일화를담고있다.유신독재시절잡지『창조』를통해인연을맺은김수환추기경의고뇌와인간적인배려,민주화운동의동지로서곁에서지켜본김대중전대통령의‘행동하는양심’과지성,그리고문단의마당발로서베푸는삶을줄곧실천하며문인들을후원했던조오현스님과의추억은그자체로한국현대사의살아있는이면이다.권력이나이념이아닌오직‘사람’을향한사랑과실천만이시대를구원할수있음을몸소보여준이들의삶은오늘날우리에게깊은울림과그리움을남긴다.

서로의마음을잇고시대를밝히는
‘현역’지성인의굳건한문장들

『문화의힘,사람의길』은90년이라는긴세월을‘현역’으로살아온지성인이온몸으로밀고나간사유의궤적이자한국현대문화사의정수다.실학의정신에서출발하여60년대명동의낭만과저항,엄혹했던독재시절의투쟁,그리고촛불혁명과노벨문학상을아우르는이방대한기록은단순한회고를아득히넘어선다.평생을바쳐탐구해온문화의힘과사람에대한믿음이오롯이담겨있기때문이다.저자는끊임없이변하는세상속에서도변치않는가치가무엇인지,우리가지켜야할인간다움이무엇인지를묵직한울림으로전한다.
K컬처가전세계를매혹시키며화려하게비상하는지금,그아래자리한단단하고깊은뿌리를확인하고싶은독자들에게이책이담고있는메시지는막대하다.또한급변하는사회와넘쳐나는정보속에서길을잃고혼란스러워하는현대인들에게,저자의깊은통찰과따뜻한시선은흔들리지않는중심을잡아주는든든한버팀목이되어줄것이다.역사의격랑을헤치며뚜벅뚜벅걸어온한거인의발자취를따라가다보면독자들은어느새자신만의‘사람의길’을발견하고위로와용기를얻게될것이다.이책은우리시대의어른이건네는가장따뜻하고지혜로운길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