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17.00
Description
150만 독자를 사로잡은 손원평의 새로운 국면
비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관계의 미세한 결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손원평이 신작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를 펴냈다. 첫 소설집 『타인의 집』(창비 2021) 이후 선보이는 두번째 소설집으로 응축된 서사 속에서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이 한층 또렷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들을 모았다. 이번 책은 문화센터, 호텔, 공부방, 명품 매장, SNS, 사무실, 그리고 재난 이후의 도시까지 동시대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열편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가 설계한 계급의 톱니바퀴 위에서 끊임없이 마모되어가는 현대인의 다채로운 표정을 그려낸다. 돈이 관계와 선택, 나아가 꿈의 크기까지 결정짓는 세계에서 인물들은 생존과 존엄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해치려 한 것은 아니었으나 끝내는 누군가를 밀어내고 상처 입히게 되는 세계, 악인은 없지만 누구도 온전히 결백할 수 없는 세계가 선연히 펼쳐진다.
표제인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이번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서늘한 문장이다. 그것은 온전한 사과도 미숙한 변명도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낙오와 상처에 가담했으면서도 시스템의 탓으로 그 책임을 교묘히 떠넘기는 태도가 만연해진 시대를 상징하는 말에 가깝다. 작가는 이 문장을 정면에 내세워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어떤 말로 설득하며 살아가는지를, 그 말들이 서로의 하루에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저자

손원평

2016년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타인의집』,장편소설『아몬드』『서른의반격』『프리즘』『튜브』『젊음의나라』,어린이책『위풍당당여우꼬리』시리즈를썼으며,장편영화「침입자」의각본과감독을맡았다.제주4·3평화문학상,일본서점대상,씨네21영화평론상을수상했다.

목차

당신의손끝
태양아래반짝이는
피아노
그아이
익명의마왕으로부터
유령의집
모자이크
조망
통행증은마스크
딸과깍사이

해설|선우은실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선명하게담아낸동시대의감각
단숨에읽히되오래남는질문을던지는열편의이야기

소설집의문을여는「당신의손끝」은문화센터에서일하는미술강사‘효원’과부유한수강생‘주영’의관계를그린다.효원은자신을열렬히신뢰하고응원하는주영덕분에폐강직전의강좌를지키고,‘자신만의화실’이라는꿈에다시손을뻗는다.그러나친밀하다고믿었던둘의관계는계약과소비의논리앞에서맥없이무너지고,효원은사람과사람사이의온기라생각한것이실은허약한이해관계였음을처절하게깨닫는다.
「태양아래반짝이는」과「모자이크」는남루한현실을지워버리고다른삶의표면에스스로를덧대어보려는인물들의위태로운몸짓을따라간다.「태양아래반짝이는」의‘나’는최고급호텔수영장에서일하며자신의가난과실패,빚과곰팡이슨옥탑방의기억까지도눈부신햇빛아래에서새하얗게표백되기를꿈꾼다.그러나투숙객의삶을흉내내고그세계에잠시발을들인듯한착각에빠질수록그가맞닥뜨리는것은계급의경계가만들어내는더깊은상처와모욕뿐이다.
「모자이크」의인물또한비참한현실에서벗어나기위해편집된아름다움만을SNS에올리며‘선택받는삶’을꿈꾼다.하지만이러한시도는가지각색의파편을서툴게이어붙인‘모자이크’된정체성으로귀결될뿐이다.작가는이허상의실체를냉정하게고발하는동시에시스템의부품으로전락해본연의가치를잃어가는이들의시린민낯을또렷하게조망한다.

“그러므로내가무너뜨렸다고생각한것,
내가넘었다고생각한경계도모두허울이었다”

생존의압박앞에서인간의윤리와존엄이얼마나쉽게흔들리는지는「통행증은마스크」와「그아이」에서더욱적나라하게드러난다.「통행증은마스크」는팬데믹이라는비상한시기를배경으로,타인을잠재적위협으로취급하며손쉽게심판하는사회를경멸하면서도정작자신의생존을위해서는누군가의삶을무너뜨릴수도있는자극적인가짜뉴스를생산하는데거리낌이없는수습기자의하루를그린다.이어「그아이」는영하의새벽,명품구매대행아르바이트에나선인물의사투를통해사치품의가치앞에서무력하게압도되는인간의모습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
반면「피아노」와「조망」은비정한현실의한복판에서소란이휩쓸고지나간뒤에야비로소드러나는감정을차분히응시한다.「피아노」에서‘혜심’은공부방을정리하며한때낭만과희망의상징이었던피아노를처분하려하고,그과정에서제자‘준용’과실랑이를벌이며돈으로환산되지않는마음의가치를다시돌아본다.「조망」은높은곳에올라선‘수하’가폭우끝에침몰하는도시를내려다보는장면을통해파국의풍경앞에서이상하리만치고요하고서늘한해방감이스미는역설을그려낸다.앞선작품들이생존과위선,자본의논리속에서거침없이타인을밀어내는현실을드러냈다면,이두작품은일상이무너지고해체되는자리에서도끝내인간다움의흔적과살아갈이유를붙드는장면들을비춘다.
「익명의마왕으로부터」와「유령의집」은이비정한세계를다소비껴선자리에서응시한다.「익명의마왕으로부터」가늘패배하도록예정된‘마왕’의목소리를빌려정해진역할과운명에저항하려는욕망을기묘한유머와함께펼쳐보인다면,「유령의집」은창업의꿈이폐허가된자리에서두형제의비극을그린다.결이다른두작품은예정된패배와이미도래한붕괴를각기다른방식으로보여주며세계가인물에게남기는상처를환기한다.한편「딸과깍사이」는사무실의기계적이고무심한일상속에서사소한균열이불러오는파문을그리며,효율의논리아래가려져있던인간적감각이되살아나는순간을포착한다.

그럼에도삶은이어지므로,끝에서내딛는한걸음

작가는이번소설집에서오늘의삶을지배하는냉혹한질서를날카롭게드러내는한편,“다양하게슬퍼하고다양하게무지했으며다양하게간사하고다양하게절망”(해설,선우은실)하는인물들의내면을집요하게따라간다.열편의이야기는서로다른상처와욕망을품고있으면서도끝내하나의물음으로수렴한다.우리는과연서로를다치게하지않고살아갈수있는가.이작품들은그물음앞에서섣불리판단하거나위로를건네지않는다.비루하고위태로운삶의한가운데서끝내무너지지않으려애쓰는마음을,상처를주고받으면서도타인의고통을외면하지못하는미세한떨림을응시할따름이다.『나쁜의도는없었습니다』의모순된장면들은오늘을살아가는스스로의모습을돌아보게한다.나아가삶은지속되리라는믿음으로끊임없이새로운표정을모색해가는인물들의작지만단단한희망을마주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