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의 온기 (김혜진 소설집)

달걀의 온기 (김혜진 소설집)

$17.00
Description
지금 한국문학이 성취한 문학성의 정수
『딸에 대하여』의 작가 김혜진이 다다른 새로운 경지!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문학상들을 석권하는 동시에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민음사 2017)를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하고 이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문학의 저력을 국제적으로 증명한 바 있는 소설가 김혜진이 네번째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선보인다. 김유정문학상 대상작 「푸른색 루비콘」을 비롯해 근래 문단의 주목을 받은 화제작 「빈티지 엽서」 「관종들」 등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김혜진 특유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문학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는 동시에 지금 한국문학이 도달한 자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간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포착해내며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와 거기서 비롯된 균열을 담담히 응시해온 김혜진의 시선은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관심은 병으로 취급받고 손해는 죄가 되는 세상에서”도 “결국 손 내미는 사람들”(추천사, 조해진)에게로 가닿는다. 그것은 거창한 연대나 뜨거운 위로가 아니라 조심스럽고도 완강한 다정함이다. 『달걀의 온기』는 이처럼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홀로 걷고 있는 이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가장 섬세하고도 따스한 응답이 되어주는 작품집이다.
수상내역 및 선정내역
김유정문학상 대상작 「푸른색 루비콘」 수록
김승옥문학상·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빈티지 엽서」 수록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관종들」 수록
저자

김혜진

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어비』『너라는생활』『축복을비는마음』,장편소설『중앙역』『딸에대하여』『9번의일』『경청』『오직그녀의것』,중편소설『불과나의자서전』,짧은소설『완벽한케이크의맛』등이있다.중앙장편문학상,신동엽문학상,대산문학상,젊은작가상,김유정문학상,이효석문학상우수상,김승옥문학상우수상,이상문학상우수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관종들
빈티지엽서
푸른색루비콘
하루치의말
우연의직조
우리와우리아닌것
달걀의온기

해설|정주아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햇살처럼찾아와잠깐의평화를누리게하는이야기들
소설이존재하는이유를증명하는김혜진세계의깊이

『달걀의온기』속작품들은타인과상처를주고받지않기위해거리를두려애쓰면서도결국은타인에게손을내밀고야마는이들의“과묵한선의”(추천사)를집요하게추적한다.각작품은단절된개인들이예상치못한순간에서로의삶에개입하며만들어내는미세한파동을통해굳게닫혀있던내면이조금씩열리고그틈으로온기가스며드는순간들을포착한다.
소설집의문을여는「관종들」의‘정해’와‘영기’부부는평소타인의무질서에서슴없이목소리를내눈총을받곤한다.싸늘한주변의시선은그들마저“자신을위한것도아니고남들도반기지않는이런일은이젠진짜그만해야하지않을까”(19면)생각하게만들지만,막상어느추운겨울날길에서떨고있는아이들을목격하자그들은주저없이경찰에신고하기로결심한다.
남편과자전거가게를운영하며무미건조한일상을보내는「빈티지엽서」의화자‘나’는헬스장에서만난남자의부탁으로그가수집한외국의빈티지엽서들을읽어나간다.이과정에서‘나’의일상은조금씩빛을되찾아가지만,어느순간사람들이남자와‘나’에게의심의눈초리를보내기시작하며균열이발생한다.
이어지는「푸른색루비콘」과「하루치의말」역시타인이라는미지의세계를맞닥뜨림으로써일어나는생의파동에집중하는작품들이다.김유정문학상대상작「푸른색루비콘」의화자‘나’는아내와사별한뒤다니기시작한교회에서추레한행색의한남자를만나고,그의부탁으로허름한양봉장에차를몰고가게된다.“새로운사람을만나고관계를맺는일이꼭필요한가”(94면)자문하던‘나’에게남자와보내는시간은진창에빠진차를하릴없이건져올리는일이나다름없지만,그모든시간이지난뒤남자가내어준꿀물한잔에‘나’는뜻모를평화를느낀다.
그런가하면타인과의접촉이언제나온기로귀결되지는않는다는것을나직이상기시키며서늘한음영을남기는작품들도있다.어머니의이불가게를물려받게된「하루치의말」의화자‘애실’은놀랄만큼말이잘통하고배울점도많은손님‘현서’와가까워진다.그녀와함께하며애실의일상도점차변해가기시작하는데,이달가운변화를만끽하던애실에게어느날사람들이찾아와묻는다.“애실씨,혹시걔한테돈빌려줬어?”(127면)
한편「우연의직조」의화자‘우나’는저명한미술가‘안지일’의전시장에서관람객의반응을기록하는일을하던중안지일이자신의작품을표절했다고주장하는이를맞닥뜨린다.이소설은표절논란과그에쏟아지는비난마저자신의작품으로흡수해버리는미술가의행위앞에서우나가느끼는복잡한감정을담담히따라간다.「우리와우리아닌것」역시개인의삶을뒤흔드는욕망의정체를조용히들여다보는작품으로,삼년전경도인지장애판정을받은아버지로부터과거절친했던‘희래삼촌’에게땅을빼앗겨물려줄것이없다는말을들은‘나’의혼란을그려내는이야기이다.
이렇게세작품을거치며서늘해진마음의온도가마지막으로다다르는곳은소설집의대미를장식하는표제작「달걀의온기」이다.투자사기를당한뒤아버지가살던고향집을처분하러내려온‘선희’는마을에서어린여자아이‘민지’를자꾸만마주친다.버려지듯조모에게맡겨진뒤그곳에서자라온민지는혼자닭을키우고주변어른들에게달걀을팔며살아가고있는데,선희는계속해서눈에밟히던그애의다부진태도가실은“자신의처지를,바꿀수없는자신의태생을인정하는데서오는일종의체념에가까운감각이라는것을,어린시절자신이내내움켜쥐고있다가이곳을떠날때미련없이내던져버린뭔가와닮아있다는것을”(211면)깨닫는다.오랜자기연민에빠져타인을원망하기급급했던선희는한발짝떨어진곳에서민지를지켜보기시작하고,이는점차스스로를돌보는데까지이어지며끝내하나의달걀처럼“자기세계와바깥세계가만나이루어지는아름다운”(해설,정주아)균형을이루게된다.

연약한껍질속에서지켜온마음을건넬때
시린손바닥위로가만히번져가는다정한온기

나를지키기위해삼켰던고독한말들이타인의어깨를다독이는진심어린손길로치환될때,『달걀의온기』속인물들은비로소자기만의성벽을허물고세상밖으로조심스러운발걸음을내디딘다.타인의고통에함부로뛰어들어손쉬운위로를건네기보다스스로진창을딛고일어설때까지묵묵히곁을지키는김혜진특유의신중하고사려깊은방식은지금우리시대에소설이존재해야하는이유를고요히증명해보인다.
스스로알을깨고나올수있도록아주조금의틈을내어주기,빛을비추어그밖에도세상이있음을넌지시일러주기.그“최소한의일”(29면)이남기는“미약하고도충분한”(100면)‘달걀의온기’는책장을덮는순간우리마음속에깃든온기역시결코쉽게식지않을것임을약속한다.우리는그온기와함께비로소각자의삶을씩씩하게끌고갈수있는작고도귀한용기를나누어갖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