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17.00
Description
신경림 시인의 마지막 산문, 마지막 당부
시로 시대를 건너온 거인의 삶과 문학을 다시 만나다
한국 문단의 영원한 거목이자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 고(故) 신경림 시인의 2주기를 맞아 유고 산문집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가 출간되었다. 평생 시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정직하게 비추어온 시인의 맑고 깊은 사유를 한데 모은 책으로,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하면서도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보듬어온 거장의 문학적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책의 제목은 널리 사랑받아온 시 「목계장터」의 구절에서 따왔다. 거창한 바위이기를 포기하고 기꺼이 ‘들꽃’과 ‘잔돌’의 자리로 내려가려 했던 신경림 문학의 본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경림 선생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 곧 우리 문학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요, 그게 한국문학사의 뼈대를 이룬다”라는 엮은이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이번 산문집은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며 시와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했던 한 인간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이다. 역사의 모진 풍파를 겪어내면서도 결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맑은 목소리는 팍팍한 오늘을 견디는 독자들의 가슴을 조용히, 그러나 깊고 묵직하게 두드린다.
저자

신경림

신경림(申庚林)시인은1935년충북충주에서태어나충주고와동국대에서공부했다.1956년『문학예술』에「갈대」등이추천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농무』『새재』『달넘세』『남한강』『가난한사랑노래』『길』『쓰러진자의꿈』『어머니와할머니의실루엣』『뿔』『낙타』『사진관집이층』『살아있는것은아름답다』등과동시집『엄마는아무것도모르면서』,산문집『민요기행』『시인을찾아서』(전2권)등이있다.만해문학상,한국문학작가상,단재문학상,대산문학상,시카다상,만해대상,호암상등을수상했으며,대한민국예술원회원과동국대석좌교수를역임했다.2024년타계했다.

목차

엮은이의말

제1부
「농무」에서「낙타」까지
광복과동족상잔의격동속에서
4·19혁명전후의우리시
군사독재와유신체제아래서의시
광주항쟁에서6월항쟁까지
우리에게오늘이있기까지
한국시의어제,오늘그리고내일
나는왜시를쓰는가?

제2부
나의성장시
사람이강을닮고,강은사람을닮고
시,시인,독자
나의인도기행
내시로부터의도망
시는왜존재하는가
영어몰입과시
오늘의시에대한몇가지생각
내일의우리시

제3부
새해엔우리땅이좀더따뜻했으면
산을더아름답게만드는길
영어만이경쟁력인가
‘잃어버린십년’은없다
문화예술지원에네편내편이있어서는안된다
가야할때가언제인가를알고가는아름다움
친일규명은미래지향적이되어야
좀더약자에대한배려를
곡예사와한센병
“딸그락딸그락달뜨걸랑나는가련다”에숨은뜻
문화있는나라요,예의염치가있는사람들이라면
베이징의승전보와건국절
죄가의심스러울때는벌은가볍게
우리밥상,이대로좋은가
임화문학의부활과한국문학의확대
오바마의승리와우리의인종편견
지난십년쌓은탑이하루아침에허물어져서야
노인도뿔난다
출산율세계최저가의미하는것
임꺽정과미네르바
옷과밥과자유또는집
북한산과한강,그리고4대강정비
오체투지와소통의문제
딸을예사로팔아먹던옛일이생각나는까닭
‘가난은우리의무기’를다시생각할때
죽산조봉암사건을다시떠올리는이유

출판사 서평

현대사를관통하는균형잡힌시론과
시와삶의일치를향한끝없는영혼의여행

제1부에서는광복과6·25전쟁,4·19혁명,군사독재,그리고6월항쟁에이르는현대사의굴곡속에서한국시가당대의현실을어떻게수용해왔는지를날카롭고도균형잡힌시선으로고찰한다.신동엽김수영김지하조태일로이어지는저항시의가치를높이평가하면서도,김춘수와김종삼등의서정시와모더니즘시역시우리문학사에서결코제외될수없는성취로바라본다.무엇보다민중·민족담론에방점을둔시의역사적의미를인정하면서도“자기성찰이없는시가아무리옳은소리만골라한다해도독자에게감동을주지못한다”라고단언하는대목은,역사의아픔을품되문학적완성도를잃지않으려했던신경림문학의단단한뼈대를보여준다.
제2부에서는등단작「갈대」를발표한이후10년의방황을거쳐『농무』에이르기까지,시인이어떻게자신의시를끝없이갱신해왔는지가생생하게펼쳐진다.순수서정에서리얼리즘으로나아가고,다시민중적가락을천착했던시간마저어느순간자신의시를가두는“낡은옷”이되었음을직시하며긴쇄신의시간을감당해낸다.“나의시는늘새로운것을찾아떠나는영혼의여행일수밖에없다”라는시인의고백은시와삶의일치를향한한거장의아름다운여정을묵직하게증명한다.
제3부는자연과일상,그리고다채로운사회현안속에서길어올린깊고따뜻한통찰을담고있다.이밑바탕에는자연에서체득한삶의태도가놓여있다.시인은남한강을곁에두고걸으며강이마을과마을을가르는것이아니라이어준다고말한다.헤어지는곳이아니라만나는곳이며,사람을막는것이아니라넉넉히안아주는강물의이치는곧그가평생지향해온소통의윤리이기도하다.이러한시선은교육,환경,통일등사회를향한발언에서도고스란히이어진다.시인은거리로내쫓기는자와내쫓는자,남과북사이에가로놓인단절을짚으며“가장낮은자세가되어상대를높이면서,상대를존중하면서”문제를생각해보아야한다고역설한다.또한과거조봉암사건의사법살인을돌아보며“법도역시사람을위해서기능하는것이어야하며(…)법을운영하는사람들이인간을사랑하고귀하게여기는인간적인사람”이어야한다고일갈한다.진영논리,혐오,불신이만연한지금,이문장들은더욱날카롭고절실한현재적울림으로다가온다.

우리가잃지말아야할
맑고단단한삶의이정표

『산은날더러들꽃이되라하고』는거센풍랑속에서도인간이지켜야할가치와품위를끝내놓지않으려했던한시인의치열한자기고백이다.자신이발딛고선현실을외면하지않으면서도거대담론의구호에함몰되지않으려했던문학적긴장,사람을향한깊은연민,그리고자기안을깊이들여다보려는진실한태도가이책의의미를유독각별하게만든다.성공과이익을좇아모두가화려한밖을향해내달리는세상이다.시인은이어지러운궤도에서잠시비켜서서고요히‘안으로난길’을응시하라고당부한다.자신의부끄러움과모자람까지숨김없이드러내면서도끝내타인과세계를향한다정한믿음을잃지않았던넉넉한어른의품과,한평생정직한언어로우리곁을지켰던시인의이마지막육성은상실과불안의시대를묵묵히견뎌내고있는오늘의우리에게오래도록지워지지않을먹먹한위로와경이로운떨림으로남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