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천명관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아코디언 (천명관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세계가 주목한 대체 불가한 이름, 천명관의 귀환
10년의 기다림 끝에 당도한 경이롭고도 압도적인 무대

들끓는 거리 위로 펼쳐지는 찬란한 선율
마침내 피어나는 눈부신 연대와 생의 합주
10년의 기다림을 깨고, 마침내 천명관의 거대한 서사가 다시 맹렬하게 펄떡이기 시작한다. 장편소설 『고래』(문학동네 2004)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전세계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그가 새롭게 펼쳐 보이는 무대는 한국전쟁의 흙먼지가 채 가시지 않은 1950년대 서울이다. 가루눈이 날리는 삭막한 정류장, 해방촌 산자락의 움막, 미군 기지촌과 극장의 불빛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시대의 한복판. 천명관은 언제나처럼 이 거칠고 비루한 삶의 밑바닥에서 뜻밖의 빛을 기어코 포착해 낸다. 비극의 잔혹함과 희극의 온기, 시대의 폭력과 인간의 생명력을 한 화면 안에 불러 모으는 그의 서사는 독자를 단숨에 낯선 세계 한복판으로 끌고 가, 오래 마음을 붙드는 얼굴들과 마주하게 한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천명관의 새로운 장편소설 『아코디언』은 첫 페이지부터 독자의 시선을 단단히 붙든다. 이 압도적인 이야기는 찌그러진 깡통 앞에 엎드린 소년 ‘동이’의 시선으로 서늘하고도 벅찬 막을 올린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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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명관

천명관(千明官)
2003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고래』『고령화가족』『나의삼촌브루스리』(전2권)『이것이남자의세상이다』,소설집『유쾌한하녀마리사』『칠면조와달리는육체노동자』등이있다.『고래』로문학동네소설상을수상했으며,2023년인터내셔널부커상최종후보에올랐다.

목차

럭키서울
어메이징그레이스
목포의눈물
슈샨보이
테네시왈츠
홍콩아가씨
타향살이
열아홉순정
베사메무쵸
에필로그1
에필로그2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운명을바꾼한대의아코디언
깡통을든아이들이써내려가는뜨거운생존드라마

피난길의눈보라속에서엄마의손을놓친동이는거리에남겨진고아가된다.부모와집,이름마저잃어버린동이가떠밀려간곳은‘양목사’가거느리는앵벌이움막이다.동이를포함해정류장과지하도,백화점앞으로부려진아이들은깡통에떨어지는동전소리로하루를견디고,멀건죽한그릇으로주린배를채운다.양목사의거짓된자비와감시자‘아미’의무자비한폭력,잠시나마고통을잊게해주는약‘구름탄’의유혹은아이들을서서히갉아먹는다.세상은전쟁이끝났다고말하지만,이들에게도시는여전히살아남기위해서로를밀치고물어뜯어야하는전장이다.
그속에서동이는저마다다른방식으로삶을버티는아이들과만난다.앞을못보지만맑고깊은목소리로행인의발길을붙드는‘연이’,걷지못하지만비상한기억력과판단력으로상황을읽어내는‘거북이’,한팔을잃고도민첩하게거리의흐름을감지하는‘깜상’……여기에미군기지촌을오가며영어와능청스러운생존술을익힌하우스보이‘미키’가등장하면서동이의세계는해방촌움막을넘어낯설고화려한공간으로넓어진다.이들은모두상처를안고있지만결코그결핍안에갇혀있지는않다.겁에질려서로를의심하다가도결정적인순간에는서로를구하기위해몸을던지고,굶주림속에서도노래하고도망치고싸우며자기삶을포기하지않으려한다.
동이의운명을흔드는것은낡고붉은아코디언한대다.오래전엄마가치던풍금소리를떠올리게하는그악기앞에서,소년은단한번들은노래도손끝으로되살려내는자신의재능을발견한다.무기력하게엎드려있던동이가아코디언을어깨에메고우체국앞에서고,그선율위에연이의노랫가락이얹히는순간구걸은한순간거리공연으로바뀐다.적선이일순간갈채처럼들리고,슬픔과흥이함께끓어오르는거리한복판에서아이들의하루에는비로소다른리듬이생겨난다.음악은단번에세상을바꿔주는마법은아니었지만,자신들이그저버려진존재가아니라스스로자기삶을연주할수있는존재임을일깨워준다.

들끓는거리위로번지는유행가의선율
폐허의시대를통과하는존재들의뜨거운합주

소설속음악은단순한소재를넘어그자체로시대의심장박동이다.「럭키서울」「목포의눈물」「슈샨보이」「홍콩아가씨」「베사메무쵸」로굽이치며이어지는장제목들은실제노래만큼이나그시절의공기를고스란히복원한다.전파사에서흘러나오는유행가,움막안을적시는찬송가,미군클럽의이국적인리듬,극장의떠들썩한박수소리는전쟁직후의서울을거대한무대로바꾸어놓는다.굶주린아이들은노래를팔고어른들은욕망을사며,도시는폐허와활기를동시에뿜어낸다.천명관은이모순된시대의소리와냄새,빛을손에잡힐듯한현장감으로묘파해낸다.
특히동이가미키를따라미군클럽의뒷문으로들어서는장면은닿을수없는세계의격차를서늘하게각인시킨다.깡통을붙든밖의아이들과화려한조명아래재즈를연주하는안의악사들.이아찔한대비를통과하며동이는음악이누군가에게는무대의언어지만자신들에겐생존을위한노동일수밖에없음을뼈저리게깨닫는다.어른들은아이들의재주를탐욕의계산속으로끌어넣고,노래로살아남은아이들은바로그노래때문에다시억압의굴레에갇히고만다.
끝나지않을것같던억압은뜻밖의사건으로예기치못한전환을맞는다.불길속에서살아남은아이들은죽은친구들을묻고굴바위로숨어들어난생처음어른들의감시없는시간을맛본다.잿더미속에서다시찾아낸아코디언을겨우남은삶의증거삼아밥을짓고노래하지만,이들이가까스로움켜쥔위태로운평화는그리오래가지않는다.죽은줄로만알았던잔혹한옛주인이다시아이들앞에나타나면서,벗어났다고믿었던착취의올가미가또다시아이들의목덜미를옥죄어오기시작한다.

벼랑끝에서다시시작되는노래
끝내다음사람에게건네지는생의박자

후반부로치달을수록이야기는한층빠르고거칠게휘몰아친다.갓난아이를품에안은연이는냉혹한거리에다시내몰리고,시위대의함성과구호가도심을뒤덮는동안아이들의위태로운세계역시더큰폭력의소용돌이속으로빨려들어간다.칼자국난얼굴과움푹꺼진눈,라이터불빛속에번뜩이는여섯번째손가락을지닌잔혹한사냥꾼‘육손이’가등장하며소설은숨막히는긴장감으로달아오른다.매질과굶주림을견디던아이들이이제는자기삶의방향을스스로붙잡기위해뛰는순간,소설은서늘한쾌감과함께묵직한파동을만들어낸다.
이아슬아슬한벼랑끝에서동이는자신이진정으로지키고건네야할것이무엇인지깨닫는다.아코디언은이제한소년의재능을증명하는사물이아니다.누군가에게서빼앗은악기였던아코디언은이제누군가의숨을이어주는목소리가된다.쉽게기록되지못한짓눌린삶도끝내고유한노래가될수있다는증거.이결정적인전환에이르러소설은거리의생존기를넘어묵직한감동의서사로확장된다.

우리가『아코디언』의첫장을열어야하는이유는분명하다.이작품은무자비한시대속에서약한존재들이어떻게서로의숨을붙들고벼랑끝에서버티는지를집요하고도매혹적으로그려낸다.깡통앞에엎드려있던소년이아코디언을들고군중앞에서는장면에서,굴바위의아이들이잿더미를딛고다시불을피우는대목에서,육손이의그림자가아이들의뒤를바짝따라붙는후반부에서독자는이들이다음골목에서어떤길을택할지숨죽여지켜보게된다.역사책의굵직한활자사이에차마기록되지못한그림자들이생생한온기로되살아나는풍경은때로가슴먹먹하게처절하지만,그안에서기어이손을맞잡고생의박자를놓치지않으려는아이들의앙상블은깊고짙은여운을남긴다.
전쟁이휩쓸고간가장낮은자리에서길어올린이이야기는깡통에떨어지는동전소리에서시작해아코디언의낡은숨결,전차가지나가는굉음과거리의함성으로거침없이번져간다.접히고펼쳐질때마다깊은숨을품고제안의소리를밀어내는악기처럼,『아코디언』은구겨진삶의주름속에서기어코뭉클한리듬을뽑아낸다.이것은한국문학이오래도록기다려온압도적인귀환이자,천명관이라는이름이우리문학의영토에서왜대체불가한지를증명해내는눈부신성취다.폐허속에서도생명은끝내제노래를멈추지않는다는것.천명관은그단단한진실을상처입은아이들의거친숨소리에실어,지금우리앞에뜨겁고도구슬픈한곡의절창으로펼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