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소설가

행복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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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현

저자:임현
2014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개와같은말』『그들의이해관계』,중편소설『당신과다른나』등이있다.젊은작가상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주홍같을지라도눈과같이
우리가우리에게죄지은자를
희망은우리를부끄럽게하지않는다
부딪히는돌과바위들에게
느리게흩어지기
분재
나를아는사람들
행복한소설가

해설|민선혜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어쩌면사람들은자기에대한부끄러움을견디기위해
다른누군가를미워하고혐오하는게아닐까요.”
용서와단죄,믿음과의심사이의치열한저울질

2025년현대문학상수상후보작인「우리가우리에게죄지은자를」은재정악화로운영하던카페를정리한‘정혜’의시선으로이야기를전개한다.불륜상대인원두거래처사장‘원철’이갑작스러운사고로죽고,원철의아내는정혜에게그동안원철이눈감아준원두값을돌려달라고요구한다.정혜는돈을빌리기위해전애인인‘민수’에게연락한다.불륜상대의아내에게,매정하게버렸던전애인에게용서를구해야하는막막한상황,정혜는그무엇보다먼저자기자신을용서해야한다는사실을깨닫는다.용서에관한임현의문제의식은「희망은우리를부끄럽게하지않는다」에서좀더나아가적극적으로위선을응시하는데까지닿는다.한국현대소설학회‘2026올해의문제소설’로선정된이작품은손해사정사인‘나’의고해성사로전체이야기를밀고나간다.‘나’는보험사기에가담하다의식불명상태에빠진소년‘권선호라자로’를보며자신의어린시절을겹쳐본다.아버지의진실을은폐하는대가로가해자로부터합의금을받은모멸적인과거를떠올린것이다.어느순간피해자와가해자의자리가뒤바뀌는고백을따라소설은못견딜만큼부끄러운감정을딛고타인과자기자신을용서하는일이과연가능한일일지끈질기게묻는다.

타인에게굴절되고증폭되는내면의균열
마음의밑바닥에서마주하는통렬한진실

앞선두작품이용서라는행위에얽힌복합적인감정과동기를들여다본다면,호의와배려가적의와시혜적태도로귀결되는작품들역시첨예하다.소설집의첫작품인「주홍같을지라도눈과같이」는동해바다로여행을떠나는‘나’의가족이야기를다룬다.여행길이지만차안의분위기는냉랭하다.여행직전,아들‘정호’가‘아내’의지인‘은선생’의신상을인터넷에마구잡이로유포했다는사실이발각되고,아내는그런정호에게실망을감추지않고있기때문이다.그런데정호는대체왜그런짓을저지른것일까.아내는어째서은선생을그렇게열성으로도왔으며,‘나’는왜“눈앞에있는은선생이몹시가엾게느껴”졌을까.긴도로를따라과거와현재를오가는이야기는점차은선생을향한가족의연민과기만,곪을대로곪은가정의균열을폭로한다.
「나를아는사람들」의주인공‘나’는시골로내려가게된친한선배부부의공방을물려받게된다.단,월칠십만원의임대료도함께말이다.한편같은건물의종친회사무실에서생활하는‘상문씨’와도가까워지는데,그사정이복잡하다.‘나’는형편이어려운상문씨를위하는척자신의이익만고려하는상가입주민들의위선은불편해하지만정작상문씨를향한자신의시혜적인태도는외면한다.하지만상문씨를배려한다는‘나’의행동또한오히려상문씨를곤란하게만들고,슬슬공방의임대료도부담이된다.소설은어설픈호의에서비롯한,선행이라믿고행한것들이실은얼마나연약하고얄팍한지를드러내보인다.
그런가하면「부딪히는돌과바위들에게」는표절문제를통해서얼핏견고해보이는믿음의뒤편에숨은이기심과오만함을뜯어본다.‘나’는대학의시간강사로,수업에열심히참여하지만안타깝게도그열성만한실력은없는수강생‘종규’에게종종조언과추천도서를일러준다.어느날종규가다른수업과제에서‘나’의문장을표절했다는의혹이제기된다.종규를살뜰히챙겨줬다고자부하는‘나’는당연히종규가자신에게용서를구할것이라고예상하고종규를용서하려마음먹는다.그러나되레자신을원망하는종규의전화를받은뒤종규를“아끼긴했으나믿어주지는못했”다고고백한다.심지어종규의표절흔적에서자신의감추고싶은비밀을발견하여혼란스러운상태로거리로나온‘나’는,애꿎은사람에게폭언을하며무너지고만다.
그밖에도외로움에사무쳐글쓰기모임에나가지만자신의글은한줄도발표하지않은채자신의작업노트에만적어두는‘명길’과그런명길을다알겠다는듯말을거는‘성희’사이의이해와오해를그린「느리게흩어지기」,입양한아들을불쑥나타난친모에게보낼수밖에없었던부부의사정을담은「분재」는섬세한필치로인물의내면을묘사하며사람들이으레선의라고믿으며행하는일들에의혹을덧대고,마음깊숙이담겨있는선민의식과위선을폭로한다.

거짓된답을걸러내고남은질문들로짜올린서사
‘좋음’의이면을끝까지들추어내는시선

본래의선한의도가결국자신의이익을위한것이었다면,내가행하는배려가누군가에게는그저성가신간섭에지나지않는다면,달리방법이없다고믿었던행동들이어느순간걷잡을수없는결과를불러오고말았다면.그순간의설명할수없는마음들에대해,우리는감히어떠한말을얹을수있을까.표제작「행복한소설가」는좀처럼소설을쓰지못하는소설가의이야기를담는다.‘나’는자신이지나치게평온하고행복한일상을살기때문에소설을쓸수없는상태라고진단한다.뭐라도쓰기위해자극적인유튜브영상들을찾아보던일상이이어지던어느날,아내‘연재’가일하는도서관에입사한‘정은씨’의이야기를듣게된다.정은씨는업무에도움은커녕방해만되지만,경계선지능인이라는이유로암암리에배려를받는다.심지어정은씨의어수룩한일처리때문에연재가억울하게곤란한처지가되자,동료들은정은씨가딱하다며연재가이해해줄것을강요한다.한편정은씨또한자신에게일방적으로퍼부어지는동정어린배려를거부하며도서관을떠난다.그러면안되는것을알면서도자신도모르게정은씨가밉다는연재의말을들으며‘나’는이이야기를소설의소재로삼으려시도한다.과연‘나’는“한없이가여워하다가결국에는혐오하게만드는저선량하고악의없는보통의마음들에대해”쓸수있을까.
행복과불행,용서와복수,배려와무도,믿음과불신사이에서우리는으레전자를‘좋음’의영역에두고그것을행한사람들에게박수를보낸다.그러나과연사람의마음을두축중어느한쪽으로만설명하는것이온당한일일까.임현은‘행복’을추구하기위해무시되고외면당하는복잡한중간지대에끈질기게머무르며복잡다단한행위의동기를하나하나분리해낸다.끝내판단하지않으려는저불편하고도어딘지미더운펜끝.그날카롭고도끈기있는시선이지금여기우리곁에도다가와앉아있다.

이작가,나를자꾸주인공으로삼는다.나는평범하고나름대로합리적이고괜찮은사람이라고믿는다.그러나임현의소설을통과하고나면그런믿음과확신이무너진다.임현은지당하고일상적인내감정까지호되게흔들어놓고는한다.대문자의감정이해체되고이름할수없는소문자의감정들이남는다.어쩔수없이이불편한정서적체감까지내모습이다.임현은일상에서우리가맞닥뜨리는윤리적딜레마를발견해왔다.존중을통한사회적배려와연대까지순도를따진다.세번째소설집『행복한소설가』에서임현은작가자신에게서사를더밀착시킨다.언어,표현,제도의딜레마를넘어서감정과정서의차원까지치열하게살핀다.쓰는자로서소설의윤리까지묻고있다.반성과비판에자신이빠진적없고,삶에대한연민은있되결코자기를비하하지않는다.이진실됨이임현의소설이갖는전위성이다.
-전성태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