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리마스터판)

두근두근 내 인생 (리마스터판)

$18.00
저자

김애란

저자 : 김애란
2002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을 2003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안녕이라 그랬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중 하나는 거짓말』,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그랬다고 적었다』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의 비평가와 문학기자가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을 받았다.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두근두근 그 여름 | 한아름
새로 쓴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어요”
서툰 부모와 능청스러운 아들, 슬픔보다 농담이 먼저인 가족

대수와 미라는 아름을 낳으며 하루아침에 부모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곧장 능숙한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대수는 여전히 허풍이 세고 철이 덜 들었으며, 미라는 지치고 화내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젊은 엄마다. 아름 역시 병만으로 설명되는 아이가 아니다. 책과 농담과 팥빙수를 좋아하고, 부모의 허점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 놀려먹는 영리한 소년이다. 아름의 가장 가까운 말벗은 옆집 장씨 할아버지. 예순이 넘었는데도 아흔살 아버지에게 걸핏하면 야단을 맞고 대문 밖에 나와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이 ‘늙은 아들’ 곁에서 볕을 쬐며, 아름은 늙는다는 것과 자식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한다.
그런 아름에게는 남몰래 품은 계획이 하나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아직 엄마와 아빠가 아니었던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열여덟번째 생일에 선물하는 것이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아름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자신을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받은 사랑을 반대편에서 헤아려보고 싶은 이 마음이, 아들이 부모의 젊은 날을 써내려가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아름의 몸은 빠르게 쇠약해지고, 집안 형편으로는 더이상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름은 성금 모금 프로그램 ‘이웃에게 희망을’에 출연하기로 한다. 카메라 앞에서 가족은 저마다 서툴고 솔직하다. 아름의 병을 처음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수는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랐다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점심때가 됐으니 애 밥을 먹여야겠다”라는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식 앞에서도 밥때는 돌아온다. 김애란은 이처럼 비극과 생활이, 슬픔과 웃음이 한자리에 놓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아름이 내놓은 대답도 그렇다.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어요.” 건강하게 자라는 일도, 결혼해 아이를 낳는 일도, 부모보다 오래 사는 일도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 같으니 대신 “재밌는 자식”이 되겠다는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을 세는 대신 아직 해줄 수 있는 일을 궁리하는 아이. 그 천연덕스러운 대답 앞에서 독자는 웃다가 이내 목이 멘다.
방송은 큰 반향을 불러온다. 모인 성금으로 아름은 입원치료를 받게 되고, 화면 속 아름을 본 낯선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말을 걸어온다. 병원과 집이 세계의 거의 전부였던 아름에게 처음으로 바깥의 목소리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지면 어쩌나”
아름의 첫 설렘, 그리고 되살아나는 엄마와 아빠의 여름

그 목소리들 가운데 유독 아름의 마음을 흔든 것은 자신과 같은 나이라고 소개하는 ‘이서하’의 편지다. 서하는 힘내라는 말 대신, 너무 빨리 먹어버린 시간들이 속에 구겨져 있다던 아름의 말을 기억한다며 그 시간에 새 이름을 붙여준다. 고도마다 다른 꽃이 피어 한 몸에 사계절을 품은 높은 산. 남들이 ‘조로’라 부르는 아름을 서하는 ‘산’이라 부르겠다고 말한다. 편지에 딸려 온 노래를 몇번이고 되풀이해 들으며, 아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그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자신이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아름을 겁먹게 하는 것은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답장을 썼다 지우고, 연락이 늦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보는 아름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다. 방송에서 “실패해보고 싶었어요”라고 고백했던 아이에게는 설렘은 물론 기다림과 서운함까지, 처음으로 제 몫이 된 삶의 일부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마음을 알게 되면서, 아름이 써내려가는 부모의 이야기에도 한층 생기가 돈다. 오래된 사진 속, 지금의 자신과 같은 나이의 대수와 미라를 들여다보며 아름은 “눈도 어리고, 목도 어리고, 머리카락도 어린” 두 사람이 어떻게 부모의 얼굴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라고 적는다. 자신을 돌봐온 두 어른에게도 불안하고 설레던 한때가 있었다는 발견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아름이 완성한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이 실려 있다. 아직 누구의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고 부딪치고 가까워지는 한철의 이야기다. 대수와 미라가 아름을 세상에 낳았다면, 아름은 글로 두 사람의 젊은 날을 다시 낳는다. 한 생이 끝을 향해 갈수록 이야기는 그 생이 시작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슬픔으로 닫힐 것 같던 소설은 한 가족의 가장 눈부신 첫 장면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이제는 다시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마음”
읽는 나이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소설

김애란은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이번 작업이 “오래전 어떤 출발선에 선 저의 숫된 얼굴과 눈빛을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처음 장편을 쓰던 시절의 자신과 다시 마주하며 이제는 다시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마음이 그 안에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마스터는 지나간 작품을 현재의 감각에 맞춰 고쳐 쓰는 일이라기보다 그때만 쓸 수 있었던 마음과 지금의 작가가 다시 만나 오래된 작품의 결을 새삼 살펴보는 작업에 가깝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까닭도 어쩌면 그 안에 한가지 감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여러 얼굴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어른이 되기도 전에 부모가 된 대수와 미라가 있고, 부모보다 먼저 늙어가는 아름이 있으며, 아흔의 아버지 앞에서는 여전히 자식인 장씨 할아버지가 있다. 병원비와 생계가 걱정되는 와중에도 밥때가 돌아오고 농담이 터지며, 죽음을 가까이 둔 소년에게도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 설렘과 실패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아름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부모의 젊은 날을 상상하며 한편의 이야기를 쓴다. 누가 더 어른인지, 무엇이 한 사람의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소설은 웃음과 슬픔 사이를 오가며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건넨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는 사람의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다른 곳에 마음을 붙들어놓는다. 처음에는 아름의 특별한 운명에 눈길이 가다가도 어느 순간 대수와 미라의 서툰 부모 노릇이 보이고, 또 어느 때에는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나 늙어간다는 일, 누군가를 기다리고 이야기를 남긴다는 일이 새삼 깊이 다가온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인물과 시간의 자리를 오래 따라가다보면 결국 하나의 마음에 닿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하는 일이라는 것. 부모가 되기 전의 부모를 궁금해하고,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며, 곁에 있는 이의 지나온 시간을 헤아려보려는 마음 말이다. 한 시절의 화제작을 넘어 세대를 바꾸어가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김애란의 대표작으로 오래 기억되어온 힘도 바로 그곳에 있을 것이다. 삶을 향한 그 두근거림은 몇번을 다시 펼쳐도 바래지 않는다.

저자의 말

세상에 어떤 일은 한번만 일어나는데, 첫 소설이 나올 때 한 작가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렇습니다. 단편과 장편은 다른 장르이니 그 작가의 첫 장편이 나올 때 벌어지는 일 또한 그렇겠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업은 제게 단순히 몇몇 문장을 손보는 게 아니라 오래전 어떤 출발선에 선 저의 숫된 얼굴과 눈빛을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중 어떤 면은 부끄럽고 어느 면은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이제는 다시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마음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
세상에 어떤 일은 한번만 일어나거나 그조차 어려운 법인데 저자에게는 개정판을 내는 일이 그렇습니다. 인문서가 아닌 책의 경우는 더 그렇지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이 기회가 그래서 더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한참 작업에 몰두하다 고개 들었을 때 문득 눈앞에 펼쳐진 이 가을 또한요. 오래전 우리 안의 사계, 겹겹의 시절을 짐작하며 쓴 이 편지가 여러분께 부디 잘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가을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