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정지윤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정지윤 동시집)

$10.80
Description
작은 존재들에게 온기를 불어넣는 섬세한 눈길
-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자 정지윤의 첫 동시집 -
2014년 동시 「소금」 외 4편으로 제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윤 시인의 첫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능숙한 솜씨로 우리 주변의 정경을 섬세하고도 따뜻한 눈길로 톺아본다. 나뭇가지 위에 놓인 돌과 바닷가의 소금도 스스로 생명력을 키우는 힘이 있고, 흘러가는 뉴스와 문 앞에 놓인 짜장면 빈 그릇에도 사람의 마음을 데우는 온기가 스며 있음을 깨우칠 수 있다. 자연의 생기를 포착할 때의 뜻깊은 순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대의 소중함까지 느끼게 해 주는 동시집이다.
저자

정지윤

경기도용인에서태어났습니다.2014년동시「소금」외4편으로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2015년『경상일보』신춘문예에시가,201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었습니다.

목차

제1부느낌아니까

첫걸음
느낌아니까
민들레작전
콩나물외계인
우리집
정말무서운건
제자리
너무해
이상해
또하나의가족
봄의복사기
소금

제2부따뜻한릴레이

인어꼬리옷
물소우는소리
보청기
담을넘어가는이유
어린솟대들
그리다
어둠이컹컹
그림의떡
따뜻한릴레이
분수의휴일
감기


제3부새라고배운돌

매머드
천적
소라게
앵무새말배우기
벚나무와훌라후프
봄의에스컬레이터
할머니나무
게발선인장
갓바위

새라고배운돌
공사중
그래스트리
태풍

제4부핑크가어때서

오늘의숙제
레고
닮았네
고민상담
핑크가어때서
늦둥이
누가알아주지?
뭘보고있는거야
끼리끼리
대출
땅바닥
손에손잡고
꽃들의일기

해설|호기심많은아이들의따뜻한릴레이_남호섭
시인의말|작고여린생명들과함께

출판사 서평

작은존재들의강한생명력을포착한동시집

『어쩌면정말새일지도몰라요』는정지윤시인이오랜시간동안품어온이야기들을엮은첫동시집이다.시인은안정적으로시행을이끄는가운데일상에서쉽게발견되는시상을다채롭게포착하여동시읽는기쁨을선사한다.동시집안에서자연은그저태어나고주어지는존재가아니다.지극히가벼워지기까지오랜시간을견뎌낼줄알고(「민들레작전」),돌멩이틈에내려앉아그사이를벌리며꽃을피워내며(「틈」),이미생명활동이끊긴부엌싱크대에서도기필코생명을틔우는(「틈」)존재들이다.

숲속빈집/낡은싱크대거름망속에서/콩한줄기태어났어요//어느외계생명체처럼/플라스틱분화구에서삐죽,/고개를내밀고있어요//무거운머리/가느다란몸/습기를찾아촉수를뻗고있어요//땅속에뿌리내리지않아도/살아갈수있어요//스테인리스별에서도/기필코살아남아/푸른신호를전송할거예요//여기내가있어요!-「콩나물외계인」(16~17면)

시인은사람의기준으로자연을재해석하는것을경계한다.스스로생명력을키우는작은존재들앞에서겸손해진다.늘변함없이최선을다하는자연아래,시인은하루하루의변화를겸허히기록할뿐이다.나뭇가지위에조용히놓여있는돌멩이로부터새의날갯짓을짐작하는시「새라고배운돌」과깊은바다속의고래와높은하늘위를날아가는학,염전을지키는할아버지의땀방울까지가만히느끼는시「소금」이인상적인이유다.

굵은나뭇가지에날아갈듯/앉아있는돌하나/새라고배우고있어요//비디오가매일/조류도감을펼쳐놓고가르쳐줘요/저하늘이내가날아갈세상이래요//나는누구인가요?//어쩌면/정말새일지도몰라요//언젠가는푸드덕날갯짓하고/날아오를지도몰라요―「새라고배운돌」(68면)

소금은/오는거래요//먼고래의입김으로부터/학한마리날아간하늘로부터/염전을지키는할아버지땀으로부터온대요//저깊은바다를향해/허리를굽혀야오는거래요//바다가/하늘이/하얀꽃을피우러오네요//하늘과바다와함께일하는염전-「소금」(28~29면)

잠잠히응시할줄아는겸손함은대상의내면에숨겨진아픔에공감하는감수성으로도연결된다.가죽이찢긴채아파트화단옆에놓인물소가죽소파는진흙속펄떡거리던기억을간직하고있고(「물소우는소리」),온실속에서살아가는식물’그래스트리’는먼옛날산불로잿더미가되었어도불사조처럼새잎을틔웠던과거를기억한다(「그래스트리」).곧폐기될가구에서초원의풍경을떠올리고,식물원에갇혀버린식물이거쳐온600년의시간을가늠하는시인의언어를통해어린독자는다른존재의아픔을그냥지나치지않고공명할줄아는힘을기를수있을것이다.

마음과마음을잇는따스한동시집

동시집『어쩌면정말새일지도몰라요』에서또하나눈에띄는점은한존재는다른존재와언제나연결되어있다는연대의정서다.봄철에피어나는꽃들은마치에스컬레이터를타듯행렬을이루고(「봄의에스컬레이터」),커다란산벚나무는자신의그늘아래에서싹을틔운단풍나무를둥개둥개어르며키워간다(「할머니나무」).어려운단어를쓰지않고도모든존재들사이에보이지않는끈이연결되어있음을자연스럽게알려주는것역시이동시집이지닌미덕이다.이러한정서는뉴질랜드에서날아온어느흥미로운뉴스를‘나’의삶에연결함으로써정서적유대감을확장하는「인어꼬리옷」에서대표적으로드러난다.두다리를잃었으나인어를꿈꾸는아주머니의용기가휠체어위에앉은아이에게새로운힘이되어주는것이다.

뉴질랜드에는인어가살고있대요/교통사고로두다리를잃은아줌마이아기예요//“아줌마다리는어디있어요?”/수영장에서한아이가묻는말에당황해서/“나는인어란다.”/무심코내뱉은말때문에/인어꼬리옷을입고인어가되었대요//꼬리옷을입는순간/불행했던일들은흘러가버려요//금빛비늘을반짝이며물위로떠오르는인어/영화속주인공보다더당당하게살아요//물살을박차고나가는인어의꼬리가/유난히환해보여요//밤마다내휠체어가들썩거려요-「인어꼬리옷」(32~33면)

물론세상이늘아름답기만한것은아니다.시인은바깥에서들은속상한말들을잊기위해보청기를슬쩍구석으로치워버리고(「보청기」),식당무인계산기를어떻게다루어야할지몰라쩔쩔매는할아버지를소개하며(「그림의떡」)우리사회곳곳에서드러나는단절의장면을날카롭게비판한다.그러나시인은끝내낙관적정서를놓지않음으로써단절은극복될수있다는의지를심어준다.한사람씩바통을건네며끊이지않는‘따뜻한릴레이’가더욱소중하게느껴지는이유다.

짜장면배달아저씨는늘바쁘게뛰어다녀요//오토바이도착하기전/그릇을깨끗하게씻어/문앞에놓았어요//빈그릇사라지고문앞에붙어있는메모지//감사합니다!//어느날/앞집문앞에놓여있는빈그릇도/깨끗하네요//한마디말도없이/전해지는따뜻한릴레이-「따뜻한릴레이」(44~45면)

『어쩌면정말새일지도몰라요』가품은온기는사람과자연사이의교감을넘어사람과사람사이의연대로확장된다.이동시집을읽는독자들은평범한일상을섬세한눈길로다시바라보며,현상속에숨은대상의따뜻한본질을포착해내는법을깨우칠수있을것이다.첫시집에서능숙한솜씨를보인시인의시세계가앞으로어떻게더욱다채로워질지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