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밑줄 한번 쳐 줄래

나한테 밑줄 한번 쳐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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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준식

1980년경남진주에서태어나진주교대를졸업했습니다.2010년『어린이와문학』에동시로등단해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울산에서초등학교교사로일하며아이들과함께공부하고있습니다.

목차

제1부학교를빛낸인물들
학교를빛낸인물들
급식시간
층간소음
청소시간
신발끈
손수건돌리기
부채놀이
어디에숨었나
고무찰흙아이
김영철아저씨
공기놀이
수학시험치다가
졸업사진
단소
텅빈교실

제2부나를어떻게보고
나를어떻게보고
살다보면
안들어가는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짝사랑
약속
교환일기
운동장
봄날
먹구름
받아쓰기
밑줄
첫눈

제3부다데리고
부모님동의서
그때는
다데리고
1학년형서
일곱살형온이가혼나고나서울면서하는말
따뜻하다
첨성대
딱걸렸다
패자부활전
우리할아버지는
엄마생일
가위바위보
아기눈에내가비치면
삼형제

제4부숲속의새
그만큼
품다
동무
숲속의새
지름길
소나기
해의넋두리
매미
가랑잎
기도
늙은개
미세먼지‘매우나쁜날’학교방송
오이꽃
먼길
소망우체통

해설|눈으로도마음으로도순한시_남호섭
시인의말|시(詩)끌벅적

출판사 서평

바람직한어린이,교사,학교의모습을그리다

이준식시인의동시는단순하고담백하다.시인은자신의생각과말을앞세우는대신,눈길이닿는대상을지극한눈길로오래바라본다.눈길이먼저가닿는대상은다름아닌어린이다.『나한테밑줄한번쳐줄래』에는청소시간에빗자루를들고장난치는천진한어린이가있고(「청소시간」),술래잡기하면서복도를달리다갑자기멈춰서서첫눈내리는창밖을내다보는어린이가있고(「첫눈」),졸업식에모여서다같이환하게웃는애틋한어린이들이있다(「졸업사진」).또축구하고노래하고발표하고환하게웃는모습에,그리고그무엇도아닌‘나’한테밑줄을쳐주는어린이가있다.

교과서나문제집에만밑줄치지말고//내가축구하는모습에도밑줄쳐줄래./내가노래하는모습에도밑줄쳐줄래./내가발표하는모습에도밑줄쳐줄래./내가웃는모습에도밑줄쳐줄래.//그냥나한테밑줄한번쳐줄래.―「밑줄」전문

초등학교교사로일하는시인은자연스럽게어린이와함께생활하는교사의모습을자주그린다.학생의생활을살피느라밥먹으면서쉬지않고떠드는선생님을묘사하고(「급식시간」),6학년이신발끈도제대로못묶는다고가볍게타박하면서도기꺼이끈을고쳐매주는선생님의모습도담아낸다(「신발끈」).이준식시인에게‘교사’라는직업이어떤의미인지를짐작해볼수있는「어디에숨었나」는특히인상적이다.

아이들이체육하러/운동장에간사이//게시판에아이들그림을붙이다/압정하나를떨어뜨렸다.//체육시간/다끝나가는데//어디에숨었는지/보이지않는다.//사물함도들어보고/책상위에의자를올려놓고/이리저리쓸어봐도안보인다.//압정하나가/교실문을못열게한다.―「어디에숨었나」전문

시인은교사와어린이들이어떻게만나야하는지,어린이들은어떤모습으로살아가야하는지,‘학교’라는공간은어떤방식으로어린이들을감싸안아야하는지넌지시이야기한다.시인이동시에그려놓은것처럼,자신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어린이와그들을아끼는교사가어우러져서즐겁게생활하는공간으로서의학교란모두가꿈꾸고그리는바람직한이상향이지않을까.어린이독자들은『나한테밑줄한번쳐줄래』를읽으며‘학교’라는공간의의미를새삼생각해보게될것이다.

가족의얼굴을떠올리게하는동시집

시인은어린이들이가족과함께생활하는모습을그윽한눈길로바라본다.가족간의사랑,형제간의우애처럼어쩌면너무나당연시해서오히려시선이머물지않는풍경을오래바라보면서그안에담긴의미를발견한다.특히어린삼형제의모습을담은동시들은덤덤한듯하면서도따뜻한기운을불러일으킨다.

엄마,아빠가/누워있습니다.//그사이로/형서/형온이/형민이가/들어갑니다.//잠깐사이에/온집이따뜻해집니다.―「따뜻하다」전문

세살형민이가/뛰다가넘어졌습니다.//큰형이달려와/형민이바지를털어주고//작은형도뛰어와/혼자일어난형민이한테엄지척합니다.//형민이가울틈을주지않습니다.―「삼형제」전문

시인의동시에서는특별한시적기교를찾기어렵다.그저어린이들의모습을받아안으려는태도가느껴질뿐이다.그겸손한태도는동시속아이들의모습을따뜻하게품으면서,읽는사람의마음에훈훈한기운을불러일으킨다.어린이독자들은『나한테밑줄한번쳐줄래』에담긴가족의모습을가만히지켜보면서자기가족의얼굴을자연스레떠올리게될것이분명하다.

가정과학교밖으로확장되는시선

가정과학교에서생활하는어린이를바라보는이준식시인의따스한눈길이미더운것은,그눈길이멀리있는사람에게도다가가기때문이다.이준식시인은바람과빗방울과새가잠시머물다가지나가는나뭇가지의흔들림을포착해낼만큼섬세한눈을가진시인으로(「그만큼」),아파트옥상에서밧줄을타고내려오며페인트칠하는아저씨들의모습을오래지켜보기도한다.

아파트페인트칠하는/아저씨들이옥상에모였다.//밧줄이몸에맞는지/빠뜨린장비가없는지/꼼꼼하게살펴본다.//준비를다마치고/박씨아저씨가갖고온/따뜻한커피를마신다.//서로얼굴을보면서/말없이악수한번하고/자기자리로가기전//가만히/하늘을올려다본다.―「기도」전문

시인은순하고담백한시선으로이웃의삶을바라본다.다른사람의삶에관심을가져야한다고주장하지않는다.다만가만히하늘을올려다보며기도하는이웃의삶을동시로옮길뿐이다.그눈길이마치카메라렌즈처럼맑고투명해서오히려시선을잡아끈다.『나한테밑줄한번쳐줄래』를읽은어린이독자들도순수하고맑은눈길로학교를오가는길에마주치는이웃의삶을바라보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