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건넜다 (김용택 동시집)

은하수를 건넜다 (김용택 동시집)

$10.80
Description
아이와 어른 모두가 사랑하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동시집
태어나서 자란 섬진강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고향 마을의 풍경과 정서를 시로 옮겨 온 김용택 시인의 동시집 『은하수를 건넜다』가 나왔다. 시인은 어린이가 사라진 동네에서 심심함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쓴 시를 묶어 동시집 한 권을 완성했다. 빗소리에 귀 기울이다 잠이 들고, 연필 끝에 내려앉은 잠자리와 인사하며 자연을 친구 삼아 노래하는 시인의 따사로운 시선이 동시 곳곳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림 작가 수명은 연필 하나만으로 정성을 다해 시 너머의 풍경까지 섬세하게 그려 내, 동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저자

김용택

1948년전북임실에서태어나1982년21인신작시집『꺼지지않는횃불로』에「섬진강」등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그동안동시집『콩,너는죽었다』『너내가그럴줄알았어』,시집『섬진강』『맑은날』『강같은세월』,산문집『그리운것들은산뒤에있다』『섬진강이야기』등을냈습니다.제6회김수영문학상,제12회소월시문학상등을받았습니다.

목차

머리말

1부내가잘했을까요
내일비온다는거야
내가잘했을까요
별명
딴짓을하면안돼요
어쩌라고?
자운영꽃
살구
참으로이상한일
성은이
꾀꼬리가공부잘하래요
우리교실
소풍날김밥이모두일곱개
이름이이름이래요
1학년다섯명

2부정말그런생각한번도안해봤다
환한얼굴
그러게요
지난밤
정말그런생각한번도안해봤다
환한엄마얼굴
우리선생님

이꽃을누구에게줄까
크게웃다
캄캄한밤을주세요
매미야
도시매미는밤에도운다
순식간에벌어진일
시골멧돼지

3부걷는소를만났다
걷는소를만났다
콕콕쫀다
알밤이나를때렸어요
쌍둥이
느티나무
달밤
샘으로가는길
장날
혼자먹는밥
할머니랑둘이서
다운다
개구리
심심한우리동네
참새들의하루

4부내가모를줄알고?
혼자였다
시골우리집
빗소리듣다잠들었어요
가을
예쁜내이름
내가모를줄알고?
은하수를건넜다
살구꽃
다람쥐와도토리나무
논다
할머니가그렇게말했어요
착해지는내마음
옛마을

5부아버지의발소리
콩세개
빈밭에눈이와요
할머니집마루
들길
옹달샘
애벌레랑잤습니다
당숙모네깨밭
싸운날
할머니는
졸업식날
할머니의정신
엄마아빠없는날
아버지의발소리

출판사 서평

작은산골마을에서탄생한동시
간결하고편안하면서담담한문체로정직하게마음을담아노래하는‘섬진강시인’김용택의동시집『은하수를건넜다』가나왔다.40년가까이교직에몸담으며어린이곁을지켜온시인.그의동심은일흔이넘은지금까지도쭉이어지고있다.총5부,68편으로이루어진이동시집안에는절판된동시집『내똥내밥』(실천문학사2005)에서새롭게고쳐쓴시43편이함께담겨있다.공부하다가연필끝에내려앉은잠자리때문에움직이지못하고(「참으로이상한일」),돌담밑에서봉숭아새싹이올라오길기다리고(「정말그런생각한번도안해봤다」),개구리가무사히길을건널수있도록지켜주는(「딴짓을하면안돼요」)등자연을있는그대로의모습으로바라볼줄아는다정한마음이아이,어른할것없이모두의마음을울린다.

무당개구리가찻길로나왔어요/가던방향으로조심조심뒤를따라/길을건네주고허리를폈습니다/무당개구리는위험을느끼면/몸을배쪽으로또르르말아/검정무늬가박힌진홍색자갈이되어요/작아도좀으스스해요/한참을기다려야몸을펴고폴짝뛰어요/정말,한참을잊고/기다려야해요기다릴때/딴짓하면안돼요-「딴짓을하면안돼요」전문

언제나어린이곁에머물고싶은마음
김용택시인의동시집에는그가가르쳤던제자들이자주등장한다.교단을떠난지10년이훌쩍지났지만,여전히아이들에대한애정이듬뿍느껴지는시들이있다.숙제를깜박하고안해왔다는아이에게‘임깜박’이라는별명을지어주고(「별명」),노랗게익어가는살구를보며군침흘리는아이에게다익으면따서같이나누어먹자고하고(「살구」),소풍날도시락을안싸온친구를위해반아이들과함께김밥을하나씩내어준다(「소풍날김밥이모두일곱개」).아이들과겪은일을풀어낸동시들은아이들에게보내는편지같기도하고,그순간을오래도록간직하기위해써내려간일기같기도하다.특히「우리선생님」은모교에서27년을교사로머무르며아이들을가르쳐온시인만이쓸수있는동시이다.아이들을가르치려하지않고,스스로를‘못가르치는선생님’이라고일컫는구절에서시인의겸손함이돋보인다.

우리선생님은/우리아빠도가르쳤대요/우리선생님은/우리엄마도가르쳤대요/우리선생님은/우리고모도가르치고요/우리삼촌도가르쳤대요/내가이따금물어봐요/선생님근데요/우리엄마학교다닐때/공부잘했어요?/그렇게물어보면요/내얼굴을빤히바라보며/너처럼공부도안하고/말도안들었다고해요/그러고는웃어요/참이상하죠?/그럼우리선생님은/그때도못가르치시고/지금도못가르치시나?-「우리선생님」전문

작은생명도귀하게여기는마음
김용택시인은당연하게여겼던것들을당연하지않게바라봄으로써인간의이기심을되돌아보게한다.「크게웃다」에서날개대신다리로통통뛰어가는귀여운참새의모습을묘사하다가도「순식간에벌어진일」에서는사람이만든유리창에새가부딪혀숨을거둔다.「환한얼굴」에서동네앞산에서환하게빛나고있는달빛의모습을,「은하수를건넜다」에서강물처럼흐르는아름다운별빛들을그리지만,「캄캄한밤을주세요」와「도시매미는밤에도운다」에서는인공조명때문에진짜밤을빼앗겨버린동물의시선에서이야기한다.인간의편의를위해만들고,인간에게는익숙한것들이다른생명체에게어떤영향을끼치고있는지,이렇게대비를이루는동시들을통해보여준다.시인은조그마한콩을심더라도새와벌레가먹을것까지심는농부의삶을보여주면서(「콩세개」)‘작고낮고느리게’사는것의의미를되새긴다.

심심한일상에친구가되어주는동시집
코로나19사태의여파로놀곳도부족하고친구들도자주만나지못해심심함을호소하는어린이들이많아졌다.그런데감염병이발생하기훨씬전부터이미줄어드는인구탓에심심한나날을보낼수밖에없는곳도있다.김용택시인의오랜삶의터전이자섬진강이흐르는작은산골마을이바로그곳이다.

내가사는산골마을에어린이가사라진지오래되었습니다.어린이가없는마을은정말심심합니다.나는너무심심해서,가는지마는지모르는그러면서도어디만큼가고있는달팽이를내려다보고앉아있기도하고뒷마당에놀고있는참새들의얼굴을자세히보다가어,‘저놈’은아까앞마당에서통통뛰놀던그놈아니야,할때도있습니다.그심심함이이렇게시가되었습니다.-「머리말」중에서

시인의말처럼『은하수를건넜다』에는유독어린이홀로등장하는시가많다.아이혼자동네를돌아다니며자기가부른자기이름에본인이대답하고(「어쩌라고?」),학교에유일한졸업생이되는바람에온갖상을몽땅차지하기도한다(「졸업식날」).그런데이화자들이심심해보일지라도쓸쓸해보이지는않는이유는처지를비관하지않고,주변의사소한것들을이용해재치있게놀이로바꾸어버리기때문이다.혼자걸어가다가논두렁에있는개구리와눈치싸움을벌이거나(「개구리」),뽕잎에숨은청개구리를발견하고는개구리에게“내가모를줄아니?”하고능청스럽게말을건넨다(「내가모를줄알고?」).오직오랜기간심심함에단련된시인만이건넬수있는진심어린위로이자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