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11페이지 (김륭 동시집)

햇볕 11페이지 (김륭 동시집)

$12.00
Description
마음을 들여다보는 맑고 투명한 기록
햇살처럼 따스한 상상을 담은 동시집
개성 있고 독창적인 언어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개척해 온 김륭 시인이 동시집 『햇볕 11페이지』를 펴낸다.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아이들의 일상을 재발견하는 시인 특유의 시선은 어린이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슬픔과 외로움까지 따뜻하게 그러안는다. 동화작가 송미경의 그림은 일기장 속 비밀 이야기와 같은 애틋한 느낌을 더하며 동시집의 섬세한 분위기를 잘 살린다. 솔직 담백한 시편들을 읽으며 어린이가 스스로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총 47편 수록.
저자

김륭

경남진주에서태어났습니다.2007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동시가,문화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동시집『프라이팬을타고가는도둑고양이』『삐뽀삐뽀눈물이달려온다』『별에다녀오겠습니다』『엄마의법칙』『달에서온아이엄동수』『첫사랑은선생님도일학년』『앵무새시집』『내마음을구경함』,청소년시집『사랑이으르렁』,시집『살구나무에살구비누열리고』『원숭이의원숭이』『애인에게줬다가뺏은시』『나의머랭선생님』,동시평론집『고양이수염에붙은시는먹지마세요』등을내고,그림책『펭귄오케스트라』에글을썼습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댕댕이를만드는중이에요
아이스크림과시|소금쟁이와자전거|달팽이전용도로|돼지|낮달|댕댕이를만드는중이에요|6에서7까지|8=눈사람|이상한하루|관찰|안간힘|집토끼아님

제2부매일금요일처럼살고싶어요
아기펭귄들이책을읽다가|귀여운도둑|눈사람과고요|금요일소녀|귀신빅세일|곰을관둬야하나?|어른이되려니까|양말가게|입동|천사에게개를빌림|마법이필요하면봐봐|깍두기공책

제3부천사들이과자사러가는백화점으로
드론|천사들이과자사러가는백화점으로|내가나에게미안한저녁|서커스|부자가된기분|햇볕11페이지|달밤|크로마뇽인|언젠다는개도새를공부할테죠|할머니|화가잔뜩나집을뛰쳐나온어느날

제4부우산은비를안아줄수없지만
그림자일기|사탕|마음동화|캥거루와친합니다|나의아름다운체험학습|토끼잠|감자와달|마술사의힘을빌려|가끔은섬처럼|우산은비를안아줄수없지만|엄마의춤|가만히외롭고

해설|천사에게빌린시집_송미경

출판사 서평

“쉿!어른들은모를거야.”
고루한언어에맞서는발칙한상상력

동시와시,평론을넘나들며작품세계를확장해온김륭시인의동시집『햇볕11페이지』가출간되었다.오래도록개성있고도전적인시를선보였던시인의시선은부지런히동심을받아적는사이더욱웅숭깊어졌다.

길에서태어난길고양이씨는집이필요하다고생각했다.//집에서태어난집고양이씨는길이필요하다고생각했다.//길고양이씨와집고양이씨는공원벤치에앉아/햇볕을쬐기시작했다.둘은저마다마음편히살수있는집과/마음편히다닐수있는길이급하다고생각했지만/이내가르릉가르릉졸기시작했다.//산책나온개가가만히지켜보고있는줄도모르고/꿈속으로이사하고있었다.//이건학원가기싫은내가/샛길로빠져슬그머니펼쳐보는/햇볕11페이지._「햇볕11페이지」전문

『햇볕11페이지』엔골똘히생각에잠긴아이들이등장한다.수업시간에선생님몰래딴생각에열중하기도하고(「아기펭귄들이책을읽다가」),학원가는길에슬그머니샛길로빠져몽글몽글한상상에푹빠지기도한다(「햇볕11페이지」).무슨꿍꿍이인걸까?“하라는공부는안하고또뭘하냐고”(「내가나에게미안한저녁」),딴짓하지말고집중하라고한소리하는어른이있을지도모른다.하지만시인은시집에사는아이들의몽상을사려깊게받아적는다.정해진답을찾는대신미지의땅에발을내딛는어린이를응원하며,앞을가로막는거대한벽이라도“어딘가에문이숨겨져있을지/모른다”고귀띔한다(「마법이필요하면봐봐」).“어른들은믿지않거나우습게넘길(…)이야기들도현실처럼누리는”(송미경,해설「천사에게빌린시집」)동시의세계안에서,독자들은자유로운상상의날개를얻게될것이다.


비처럼다정하게,햇볕처럼장난스럽게
내가나를안아주는법

시인은“신나게노는한무리의아이들”뿐만아니라,“저혼자멀리떨어져앉은아이”의마음에도애정어린시선을보낸다(「시인의말」).그리고그의마음에골몰한다.이때마음이란결코보이지않거나만질수없는게아니다.외로운아이는자신의품을파고드는따뜻한‘댕댕이’모양으로마음을빚고(「댕댕이를만드는중이에요」),“입속에들어따뜻해진숟가락처럼”포근한달이된마음을하늘에띄워올리기도한다(「낮달」).귀여운옆집강아지에게“도둑맞은마음이야/다시만들면되니까”괜찮다고자신만만해하기도한다(「귀여운도둑」).

가끔씩마음이라는녀석과단둘이/있어야할때가있습니다./그러나놀아주는방법을몰라서/맹숭맹숭합니다.//(…)//그래서오늘은이녀석과동맹을맺을/방법을찾는중이에요./나는녀석에게목줄을채우는대신가만히/이불을당겨덮어줍니다.//(…)//아직도잘모르겠어요?/오늘의내마음이천사에게빌린/개라는말이에요._「마음동화-우리도쓸쓸할때가있다는말이에요」부분

하지만마음과“단둘이”있는일이늘쉬운것은아니다.어린이역시마음과“놀아주는방법을몰라”당황하고는한다.시인은그러한방황을극복해야하는대상이나‘어른이되는과정’으로요약하는대신,어린이가미움과슬픔,분노와쓸쓸함처럼마음의“그림자가하는말”은“아슬아슬”한채로내버려두고(「그림자일기」),“가만히이불을당겨덮어”주도록한다.

내가미워지지만미워하지않아요.//미운사람이될필요는없으니까요._「금요일소녀」부분

자신의마음을소중히가꾸는사이,어린이는“무럭무럭자라는중”이다(「화가잔뜩나집을뛰쳐나온어느날」).어린이의마음에드리우는그늘까지모두끌어안으려는시인의관점이든든하고미덥다.



타인을향한진심을배우며
더단단하고동그랗게자라는시간

『햇볕11페이지』의어린이들은거울처럼마주한어른의모습에서그들의감정을투명하게읽어낸다.

슬플때면청소를한다.엄마는/대충하는게아니라대청소를한다./그것도모자라씻어놓은그릇을다시꺼내/뽀득뽀득설거지를한다./입을꾹다문엄마의얼굴은단단하고/뭔가복잡하고나를비춰보기엔/너무깊다.//그런엄마를나는눈치껏살핀다._「엄마의춤」부분

시집속엔자신보다“더외로워보이는아빠”를위해내색않고가만히그의외로움에공명하는아이가있고(「가만히외롭고」),생전에할머니가좋아하던음식들을마트한편에서마주친엄마를지켜보며“세상이아무리변해도귀신은/꼭있어야겠다고”속깊은다짐을하는아이가있다(「귀신빅세일」).어린이는자라는동안‘나’와주변의다채로운감정을이해하고받아들이며더욱단단해질것이다.『햇볕11페이지』를읽으며,어린이독자가그빛나는시간을기쁘게기록할수있기를바란다.

원은부분을떼어내는순간그형태의본질이사라진다.완전해보이는형태지만,한편으로는매우조심스럽고까다로운마음을닮았다.시인의시들을통해우리는기쁨만큼슬픔도,웃음만큼눈물도굴리고품는어린이를만난다.매일그동그라미들은더단단하고동그래질것이다._해설「천사에게빌린시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