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씨 인터뷰 (이대일 동시집 | 반양장)

범고래 씨 인터뷰 (이대일 동시집 | 반양장)

$13.00
Description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향한 오롯한 마음
발 딛고 선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동시집
2021년 제13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대일 시인의 첫 동시집 『범고래 씨 인터뷰』가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을 직시하는 묵직한 시선이 느껴지는 한편 유머와 긍정의 힘으로 성장하는 어린이 화자들이 밝고 활기차다. 숨 쉬는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이 동시집 전반에 흐르는바, 이 온기는 가족과 친구, 범고래와 길고양이, 우주로까지 뻗었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독창적인 시선으로 환경과 생명, 어린이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조화롭게 풀어놓은 동시들이 어린이의 세계를 확장해 줄 것이다. 총 56편 수록.
저자

이대일

1970년대구에서태어났다.대구교대를졸업해초등교사로서아이들을만나고있다.2021년『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에「아빠충전」외4편의동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범고래씨인터뷰』가첫번째로펴내는책이다.

목차

제1부까진무릎은공사중
심장소리|별|아빠충전|중력|상처딱지|점심시간과나|민들레가문|점자|수학괴물|1학년|바이러스|슬리퍼는슬퍼|문장부호|파이(π)

제2부여름방학이바닥으로툭
빈칸|매미소리|요가|여름방학만들기|책|볼펜|밥|마지막먼지|안녕!외계인|전기공아저씨|우리집감나무|자동차|사춘기방정식|작심삼일

제3부기다리고있던딸기
딸기생크림케이크교향곡|배추흰나비애벌레|피사의사탑|나누어떨어지지않는수|모기|박쥐아저씨께|뱃멀미|사향고양이|안녕,축구공|비글메이|바지락|범고래씨인터뷰|강아지|젓가락

제4부늦가을정류장
음반|가을자동차|버스|나비|안마|정글|교통안전교육|열여덟어른|자동풀|M87블랙홀에게|친구|자벌레|눈사람|길

해설|교향곡처럼함께어우러지는소리_남호섭
시인의말|어린이와어린이였던분들께

출판사 서평

“지구에는무슨볼일로왔니?”
모든생명에게안녕을묻는상냥하고믿음직한동시세계

『범고래씨인터뷰』는이대일시인이어린이곁에서오랫동안벼려온시세계를엮은첫동시집이다.등단작중”어느한편도독창적인시선으로재해석하지않은작품이없다.”라는평을받으며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수상한시인은이번시집을통해강렬하고밀도높은언어로자신만의개성넘치는시적공간을탄생시켰다.단짝친구의부재를“네모난빈칸같은자리”라고표현한「빈칸」,선생님에게혼날까봐조마조마한어린이의마음을긴장감있게그린「바이러스」,여름방학을앞둔시점의설렘을달콤한간식에비유한「여름방학만들기」등어린이의입말과일상을생생하게포착한작품들이유쾌한웃음을주는가운데,상상력을무한히확장한동시들또한눈에띈다.인류가최초로촬영에성공한블랙홀로알려진‘M87블랙홀’에게‘우리은하’의목소리로말을건네며지구에대한애정을드러내는「M87블랙홀에게」가대표적으로,자연생태계의순환을넌지시가르쳐주며독자의시야를넓힌다.텅빈집에“학교에서돌아온내가안기면”집의“심장이/쿵쾅쿵쾅”(「심장소리」)뛰는것처럼,고된일과를보낸아빠의“작동버튼을오프(off)로”(「아빠충전」)맞추면아빠의에너지가차오르는것처럼,읽으면읽을수록기분좋은충격으로마음이두근거릴시세계가열린다.

때로는날카롭게,때로는부드럽게
타자의고통을우리곁으로불러오는목소리

이대일시인은다정한목소리로어린이의마음을노래하다가도인간의욕심으로고통받는동물들에게눈길을돌릴때면단호하고냉철해진다.“철창속에갇혀/매일매일/커피콩만”(「사향고양이」)먹는사향고양이,인간의필요에의해“복제”동물로태어나평생“마약을탐지”(「비글메이」)하며사는개를비추는작품은타자의내면을들여다보는통찰력과더불어탐사다큐멘터리영상의카메라같은예리한시선이돋보인다.

-어디에사시나요?//저는좁은수조에서살아요/여기서일도하고요/잠은물탱크속에서자요//-네?수조에사신다고요?일을하신다고요?//네,/매일오전아홉시에시작해서/한시간씩여덟번/늘정해진일을똑같이반복해요//(…)//끝으로,하시고싶은말씀이있나요?//글쎄요/아참!어느날한꼬마가저를보고는/“와!범고래다.”하더라고요.//범고래?/그게뭐죠?-「범고래씨인터뷰」부분

표제작에서범고래는인간의여가공간인수족관에갇혀노동하는존재다.이범고래는물살을느낄수있는넓은바다와싱싱한먹이뿐아니라자신의본성조차모른채살아간다.인터뷰어와인터뷰이의문답형식으로구성된이시는주인공으로주목받는듯보이는범고래가사실은고유성을존중받지못하고인간에게이용만당하는불편한진실을날카롭게드러내며읽는이로하여금발딛고선세상을돌아보게만든다.시인의시선은도시에사는야생동물들에게도두루미친다.흔히‘교통안전교육’이라고하면인간이받는교육이라는인식이높지만,시인은도시의야생동물들을안전교육의수강생으로불러온다.그들에게는공기가순환되지않는아스팔트나“이빨같은자동차”모두안전한일상을위협하는것으로,인간의입장에서무심코말하는‘안전’은과연누구를위한안전인지를숙고하게한다.다른존재와의상생을고려하지않고제편리함만좇는인간의이기심이어떤생명체에게는생사의문제가되는점을정확하게비판하는시인의시선이미덥다.

“엄마는,곧나비가된대요.”
슬픔과외로움을껴안으며단단하게자라는어린이

이대일시의특장중하나는슬픔을다스리는방식이다.등단작중한편인「책」에서손자인화자는돌아가신할머니의자취를담담한태도로좇는다.할머니에게농사일이마치책을읽는일처럼늘새로운기쁨과감동을주었듯,화자에게할머니역시한권의책,미지의세계와다르지않다.슬픔을삼키고할머니의흔적들을꼼꼼히읽어나가는화자만의추모방식이뭉클하게다가온다.엄마의장례를치르며인간의죽음을나비의우화과정에빗대는「나비」에서화자는엄마가“고치속으로완전히들어”가“하늘나라로날아”갔다고말한다.소중한이의죽음앞에서주저앉기보다는외려삶을천천히들여다보고다시매일을살아가려는차분한태도가더깊은여운을남긴다.시인은또한누구나살아가며겪게마련인크고작은아픔도보드라운유머로승화한다.무릎이까져상처가난어린이화자는“까진무릎에/‘공사중’/팻말이”붙었다며“안에서뭘하는지/들여다보고”(「상처딱지」)싶다고호기심을내비치며엉뚱한상상을뽐낸다.하굣길,외로운마음을운동장한편에덩그러니놓인축구공에투영한화자는축구공에게“내일만나자며/이제그만/집으로돌아가서쉬라고”말하며가뿐해진마음으로공을“골대안으로밀어넣어”(「안녕,축구공」)준다.

매서운겨울추위에도/뿌리내리고살아남는강인함//가장자리에서안쪽으로/순서지키며꽃피우는예의//꿀벌꽃등에배추흰나비꽃무지/가리지않고베푸는자비//(…)//어디든망설이지않고/멀리까지날아가보는모험심//이모든걸갖춰야/민씨가문의자손이다-「민들레가문」부분

시인은민들레가어떤고난에도살아남기때문이아니라,모든생명을존중하며굳센용기로삶을살아가려는의지를가졌기에귀하고미쁘다고본다.추위속에서도강인하게뿌리내리는민들레의생명력은어린이의무궁한잠재성과연결되며어린이한명한명을고유한존재로바라보는시인의태도를짐작하게한다.너그러운포용력이엿보이는이대일의동시들이독자들에게다채로운재미와세심한위로를전하는한권의‘책’,즐거운미지의세계로다가가기를기대한다.